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연지곤지 Feb 22. 2020

인생의 결단이 필요한 순간

성장을 위해선 때론 뛰어넘기가 필요하다

초등학교 시절, 또래보다 몸집이 작았던 나는 뜀틀이 무서웠었다. 


내 가슴팍까지 오는 높은 뜀틀을 보고 있으면  언제 어떻게 점프를 해야 하는지, 얼마나 빠르게 달려야 하는지 잘 가늠이 되지 않았었다. 무엇보다도 내가 저것을 넘을 수 있을까 덜컥 겁이 났다. 뭐랄까, 뜀틀이 막연하게 느껴지는 커다란 벽과 같이 느껴졌다고 할까. 그래서 그런지 도움닫기를 끝나고 힘껏 점프를 해야 하는 순간인데도 달리기 속도를 늦추기도 했다. 멀리 손을 짚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괜히 코 앞 뜀틀에 손을 대곤 뜀틀에 몸을 기대고 조금 점프를 하기도 했다. 점프를 하고 넘다가도 왠지 뜀틀 끄트머리에 걸려 턱이라도 다치지 않을까 괜히 아픈 상상을 하기도 했다.



초등학교 수행평가로 뜀틀넘기를 했던 기억이 난다. 


무서웠다. 하지만 넘어야 했다. 온 힘을 향해 달려 뜀틀 가까이에서도 점프를 해보기도 하고, 뜀틀 먼 곳에서 점프를 해보기도 했다. 그럼에도 몸이 붕- 뜨는 순간은 늘 무서웠던 것 같다. 선생님이 시간을 줄 때마다 뛰고 또 뛰었다. 잔뜩 겁을 먹었다가도, 후- 한 번 한숨을 쉬고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야' 라는 생각을 내려놓기로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눈 질끔 감고 나는 달려봤다. 두 발로 힘껏 공중으로 뛰었다. 손에 힘을 잔뜩 힘을 주고 뜀틀을 힘껏 밀어내고 팔의 힘으로 무거운 엉덩이를 번쩍 내던졌다. 붕- 뜨는 것이 느껴졌고, 눈 앞에 흰 매트가 보인다. 탁- 두 발이 푹신하게 매트에 닿았다. 살짝 휘청이긴 했지만, 그래도 제대로 두 다리로 서있다. 그리고 뒤를 돌아보았다. 어느새 나는 뜀틀을 넘어 있었다. 적당한 달리기, 적당한 점프의 순간, 그리고 적당한 손의 위치를 찾기까지는 꽤나 시행착오를 몇 번이나 걸쳤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눈을 질끔 감아버리고, 커다란 벽이라고 생각했던 이 뜀틀을 넘는 '용기'에 있었다. 해냈다! 어린 나는 기뻤다. 남들보다 작지만 나도 높은 뜀틀을 넘을수 있구나. 뿌듯했다. 이것이 초등학교 시절 몇 남아 있지 않은 내 기억 속의 일부다.



살다보면 뜀틀처럼 언제, 어떻게 넘어야 할 지 모르는 벽들이 있다.

 

사람이 가장 두려움을 느끼는 순간은 앞에 무엇이 있는지 모를 때라고 한다.

실체도 없는데, 그냥 '잘 모르니까' 두려움을 느끼는 거다.


뜀틀을 넘는 방법은 두려워서 속도를 늦추지 않는 것, 그리고 아무 생각없이 힘껏 나를 내던지는 거다.

우리 삶도 그렇다. 앞에 뭐가 있을 지 모를 지라도 속도를 함부로 늦추거나 그 직전에서 포기하지 않는 것, 그리고 나를 새로운 세상으로 내던지는 것. 무서워도 질끈- 눈을 감고.


뛰어 넘어본 사람만이 뜀틀 뒤에 있는 새로운 세상을 만날 수 있다.

(ps. 사실 뜀틀을 넘고 나면, 별 것 아니구나 느끼는데 말이다. 참 그 순간은 무섭단 말이지)

매거진의 이전글 5일차 : 반차쓰고 점심약속을 잡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