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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지곤지 Apr 16. 2019

1일차 : 페이스북을 지워봤다

알게 모르게 내 일상을 지배하는 SNS

디지털 마케팅을 하는 사람들은 하루에도 수 십 번씩이나 페이스북을 들락날락할 수밖에 없다. 단지 운영 중인 페이지에 글 하나 올리거나 채널을 관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여전히 디지털 마케터들에게는 가장 직관적이고, 유효한 광고 채널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딱히 큰 대안이 없어, 페이스북을 그저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마케터로 일한 몇 년동안 내 삶의 아주 큰 부분을 페이스북이 차지하고 있었다. 먼저는 내 삶의 상당 부분의 시간을 차지한다.


작은 시간들이 차곡 차곡 쌓여서 일상을 만들고, 일상들이 모여서 방향성을 만들고, 내 인생을 만든다고 하는데. 나는 내 시간 중의 상당 부분을 페이스북에 쏟고 있음을 문득 발견했다. 하루 중 가장 행복한 시간 중의 하나인 아침 시간, 침대 위. 바로 일어나기는 싫지만 어쩐지 다시 잠들면 안될 것 같은 시간에는 자연스럽게 휴대폰으로 손이 가고 자꾸만 페이스북을 켜는 나를 발견했다. 


조금만 있다가 일어나야지, 5분만, 5분만. 하다가 정신을 차차려보니 어느새 40분째 페이스북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헐레벌떡 나갈 준비를 한다. 뭘 했지? 생각해보면 사실 페친들의 소식이라던가, 재미있는 영상  요즘 이슈되는 기사들을 본 것인데, 유익하다면 유익할 수도 있지만 내 삶에서 그렇게 중요한 것들이 아닌 콘텐츠를 보느라 시간을 한참을 보낸 것이다. 


이따금 출퇴근길에 밀린 책을 읽겠다며 다짐하기도 하는데, 페이스북을 보느라 '벌써 도착했어?' 싶을 때도 정말 많다. 물론 가지고 온 책은 그대로 가방으로 직행이다. 이렇게 몇 주동안 이 패턴이 반복될 때도 많았다.



두번째로는 인간 관계. 처음에는 실제 친구들만 '페친'으로 받다가, 어느 순간 여러 스타트업 업계 행사를 다니고 독서 모임들을 부지런히 쫓아 다니다 보니 이런 저런 '페친'들이 순식간에 늘어나더니 지금은 무려 1,758명으로 불어났다. 친구 신청을 거르고 걸러도 이 숫자라니. 사실상 이 1,700명이 넘는 사람들 중에는 한 번도 만나지 못한 사람들이 대다수이지만 가끔씩은 세상에서 가장 친한 것처럼 서로의 피드에 댓글을 열심히 달아주기도 한다. 좋은 일은 함께 기뻐해주고, 슬픈 일에는 함께 슬퍼해주지만 실제로 감정적인 교류는 없는 낯설고도 가까운 사이가 '페친' 아닐까 싶다. (물론 이 낯선 관계를 통해 스여일삶이나, 여러 모임 등 일상에 아주 좋은 영향을 주는 모임들을 발견할 수 있어서 정말 감사할 때도 많다)


이 '페친'이라는 관계가 참 모호하면서도 유용한 것이, 콘텐츠를 기획하고 만들고 알리는 일을 하고 있는 우리 서비스에서는 '특정 스토리를 가진 어떤 사람' 을 찾는 것이 굉장히 중요할 때가 많은데, 마케터이지만 옆에서 에디터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면 그래도 가끔씩은 '아, 그 사람' 하고 맥락을 파악하기도 쉽고, '이런 사람도 있어요' 라고 말할 순간들이 가끔 있다. 그럴 때 이 넓고 얕은 인맥을 '페친'이라는 명목으로 유지하고 있기에는 참 좋으나, '그 사람 어때?' 라고 물어보는 순간 '음...' 할 말을 잊는다. 사실상 인사만 했을 뿐이지, 가까운 사이는 아닌 것이다. 페이스북은 나에게 '좋은 네트워크'를 많이 주었지만, (그 중에서는 일부 친한 관계까지 연결이 되긴 했지만) 가끔은 마치 내가 정말 많은 사람들을 알고 있고, 친한 것처럼 착각하게 만든다.



그렇게 내 일상에서 페이스북은 이미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자, 내 일상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는 플랫폼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래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페이스북을 한 번 없애보면 어떨까? 디지털 디톡스라고 스마트폰을 3G폰으로 바꾸거나, 스마트폰 안보기 습관 기르기도 한다던데 한 번 내 일상에서 페이스북을 없애보자- 생각이 들고, 나는 곧장 과감하게 페이스북을 삭제했다.


과연 내 일상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계속해서 기록해나가보자. 

이제 저 빨간색 업데이트를 당분간 안보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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