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개질2
코바느질을 하다 보면 종종 듣게 되는 말이 있다. '본인의 손땀에 따라 코(뜨개질을 구성하는 가장 작은 단위)의 개수를 조정하세요'. 여기에서 '손땀'이란 코 한 개의 크기를 말하는데, 뜨개질하는 사람의 손 힘 또는 습관에 의해 달라서 누가 뜨개를 하느냐에 따라 차이가 생기게 된다. 같은 도안, 같은 종류의 실을 사용해도 결과물을 보면 크기나 짜임이 조금씩 다른 이유이다. 나는 손땀이 작은 편이라 같은 크기의 편물을 만들더라도 남들보다 코 개수를 더 많이 해야 된다. 손땀이 작다는 것은 그만큼 손에 힘을 많이 주고 뜨개질을 한다는 것이고, 또 같은 크기의 편물을 만들더라도 더 많은 코를 엮어야 하기 때문에 여러모로 손을 더 많이 사용하게 된다. 일부러 손땀을 키우려고 손에 힘을 빼고 뜨다가도 정신을 차려보면 어느샌가 다시 손땀이 작아져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뜨개질을 배우기 전에는 뜨개로 만든 모자가 15만원, 가방은 30만원이 훌쩍 넘는 것을 보면서 '아무리 핸드메이드라도 너무 비싼 것 아닌가'하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직접 해보고 나니 작은 손가방 하나를 만드는 데에 일주일이 넘는 시간이 걸리는 것은 물론, 빨리 만들고 싶어도 계속 같은 동작을 반복하다 보면 손가락 마디마디에 통증이 생겨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가격이 결코 비싸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음은 당연지사다. 뜨개 선생님도 손가락이 아파서 제품 발송이 늦어지고 있다는 말을 가끔 해주었는데 그 말을 들을 때면 내 손가락이 욱씬거리곤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뜨개를 사랑하는 이유 또한 이 '손땀' 때문이다. 같은 도안을 보고 만들더라도 나의 개성이 묻은 나만의 작품이 완성된다는 것은 꽤나 매력적인 일이다. '개성'이란 다른 사람과 구별되는 고유의 특성을 뜻하는데, '나다움'이라고도 할 수 있다. '나다움'이라는 말을 들으면 바로 떠오르는 장면이 있다. '이건 너답지 않아'라고 말하면 바로 이어지는 '나다움? 나다운 게 뭔데!?'라는 울분 섞인 질문.
어른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골똘히 탐구한 저널리스트이자 심리치료사인 모야 사너는 본인의 저서 <어른 이후의 어른>에서 이 질문에 이렇게 답한다. '새로운 사실을 깨닫는다. 그 사실은 나를 놀라게 한다. 내 인생은 내 것이라는 그 자체만으로 가치가 있다. 나는 그저 나라는 이유만으로 가치 있는 존재다. 나는 언제나 다른 사람들처럼 되고 싶어 하면서 그들을 약간씩 부러워해왔다. 이 친구처럼 예뻐지고 싶고, 저 동료처럼 글을 잘 쓰고 싶고, 트위터의 그 사람처럼 성공하고 싶고, 뭐 그런 식이었다. 이제 나는 마침내 진실을 알게 되었다. 나는 성장하여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되려고 애를 쓰고 있었던 것이다. 그 진실은 얼음같이 차가운 파도처럼 내 머리 위로 부서져 내리며 뼛속까지 새로운 힘을 불어넣는다. 나는 이것이 내 삶, 내 유일한 삶이라는 인식을 꼭 붙들고 있어야만 한다. 내가 누군지 알아내고 내 곁에 머무르기 위해 나 자신에게 가능한 한 정직해져야만 한다.' 이 부분은 400 페이지가 넘는 책의 거의 마지막 부분에 쓰인 내용으로, 작가가 본인의 심리치료와 여러 '어른'이라고 불릴만한 사람들과 대화를 한 뒤에 내린 결론과 맞닿아있다.
누군가에게 선물할 거리를 뜨개질할 때면 자연스럽게 한 땀 한 땀 그 사람을 생각하며 뜨게 되는데, 그 사람을 애정하는 마음이 없다면 굳이 내 손 아파가면서 뜨개질을 할 이유가 없다. 뜨개를 할 때는 본인의 마음에 정직해져야 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나의 마음이 묻어나는 순간들을 소중히 여기게 된다. 어딘가 엉성해도 '손으로 직접 만든 것 같고 좋구만 뭐'라는 마음으로 편물이 기죽지 않도록 토닥여주기도 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