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으러 도서관에 간다는 것

독서3

by 오동

얼마 전 책을 빌리러 도서관에 갔는데 종합자료실에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공부를 하고 있었다. 학생들은 문제집을 풀거나 인터넷 강의를 듣고 있었고, 어른들은 자격증 시험을 준비하는 듯 보였다. 생각해 보면 나도 도서관에 책을 읽으러 혹은 빌리러 가기 시작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유년시절에 엄마가 집에서 독서논술을 가르쳤기 때문에 집에는 항상 책이 많았지만, 나는 책 읽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대학에 가고 나서 거의 모든 친구들이 중고등학생 때 읽은 소위 '필독서'라고 불리는 책들조차 읽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대학교 1, 2학년 때 전공필수 중에 추천 도서 100권 중에서 20권을 읽고 독후감을 작성해야 되는 과제가 있었는데, 인터넷에서 줄거리를 검색해서 대충 작성해서 제출했던 기억이 있는 것으로 보아 대학교를 다닐 때까지도 나는 독서에 취미가 없었다.


그러던 내가 책 읽기에 취미를 붙이게 된 건 대학을 졸업하고 첫 직장에 취직을 하고 나서였다. 지하철로 출퇴근을 했는데 직장이 서울 외곽에 있어 운이 좋게도 거의 앉아서 다녔다. 그러던 중 갑자기 '출퇴근 시간이 하루에 1시간씩인데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고, 책을 읽어볼까 싶은 마음이 불쑥 튀어나왔다. 처음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는 잠들어버려서 몇 줄 못 읽고 지하철을 내려야 하는 경우도 허다했다. 그런데 매일매일 읽다 보니 읽는 속도도 빨라지고 독서에 재미가 붙기 시작했다. 또 신기했던 것은 책을 읽으면 그 책이 다음 책을 추천해 준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읽고 싶은 책들이 쌓여갔다.


KakaoTalk_20250826_164117744.jpg 호주 여행에서 방문했던 도서관에서


20년 넘게 책을 가까이하지 않던 내가 어떻게 갑자기 독서에 재미를 느끼게 되었을까? <강원국의 어른답게 말합니다>에 보면 '경험은 가장 중요한 말하기의 밑천이다. 경험이 고갈됐을 때가 문제다. 그러면 더 이상 할 말이 없어진다. 그때는 새로운 경험을 해야 한다. 독서와 여행도 도움이 된다. 여행은 서서하는 독서이고, 독서는 앉아서 하는 여행이라고 하지 않던가.'라는 내용이 나온다. 자유로웠던 대학생에서 매일 출퇴근을 반복하는 직장인이 되면서, 앉아서 하는 여행에 흥미를 가지게 되었던 것 같다.

주변에서 아무리 읽어라 읽어라 해도 본인 안에서 계기가 생겨나지 않으면 행동으로 옮겨지기란 쉽지 않다. 이것은 나의 아버지가 30년 넘게 피어오던 담배를, 내가 어렸을 때 아빠의 새해 목표인 금연을 도와주려고 집에 있는 온갖 담배들을 다 찾아서 가위로 잘라버려도 결국은 다시 피우던 그 웬수 같던 담배를, 한 순간 '이제 피울 만큼 피웠다'라는 생각이 본인 안에서 들고나서부터 10년이 훨씬 넘은 세월 동안 완벽히 금연을 유지하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때 왜 지하철에서 할 수 있는 많은 행동들 중에서 굳이 '독서를 해볼까'싶은 생각이 들었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책을 곁에 두는 삶을 사는 사람들이 멋있어 보인다는 생각을 무의식 중에 하고 있지 않았을까. 그 무의식 덕분에 독서가 나를 더 넓은 세상으로 이끌어 주고 있다.

얼마 전 들은 뇌과학자 정재승 교수님의 북토크에서, 어렸을 때부터 책을 읽은 사람의 뇌 활성도와 뒤늦게 책을 읽기 시작한 사람의 뇌 활성도에는 큰 차이가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언제라도 늦지 않았으니 함께 책을 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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