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렬식 독서법

독서2

by 오동

'북스테이'란 책이 많은 공간에서 숙박을 하면서 그곳에 비치되어 있는 책들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을 말한다. 서점을 함께 운영하는 경우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나는 북스테이로 숙소를 잡는 것을 즐기는데, 특히 혼자 여행을 할 때는 대부분 북스테이로 가려고 한다. 여행을 갈 때 두껍지 않은 책을 한 권씩 들고 다니지만, 북스테이의 매력은 그 공간을 꾸민 주인장의 가치관이 책들에 담겨있다는 것이다. 그 책장을 살피다 보면 우연히 인상 깊은 책들을 만나게 되기도 한다.

나의 경우에는 마스다 미리의 만화책 <주말엔 숲으로>를 북스테이에서 만났다. 잡지에 있는 선물에 응모했다가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당첨되었는데, 도쿄의 주차장이 너무 비싸 시골 생활을 시작한 주인공 하야카와, 그리고 도시에서 일하는 두 친구들의 이야기이다. 그들은 주말에 주인공의 집에 방문해 같이 숲으로 놀러 간다. 숲에서 있었던 일들을 통해 도시에서의 팍팍한 현실을 현명하게 헤쳐나가는 방법을 터득하는 내용들이 반복해서 나온다. 만화라서 쉽게 읽히기도 하고, 자연의 지혜를 현실에 적용하는 내용이 좋아서 쉼이 필요할 때 찾게 되는 책이다.


KakaoTalk_20250827_163811104.jpg 강화도 '책방 시점'


첫 북스테이는 강화도에 있는 한 독립서점이었다. 어쩌다 그곳을 알게 되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때의 나는 연차를 내서 혼자 그곳에서 숙박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서점까지 가는 버스가 1시간에 한 대 있다는 공지를 보고, 차를 운전하지 않던 때라 사장님께 미리 픽업을 부탁드렸다. 나는 서울의 동쪽에서 퇴근을 하고 가는 것이라 만나기로 한 지하철역에 9시가 넘는 늦은 시간이 되어서야 도착했다. (지금 생각하니 조금 민폐다) 하지만 책방 사장님들은 나를 따뜻하게 맞아주셨고, 평일의 한가운데에 방문한 터라 게스트는 나 혼자뿐이었다. 덕분에 나는 밤동안 마음껏 그 서점에 있는 모든 책을 구경하고 마음에 드는 것을 잔뜩 쌓아놓고 읽어 내려갔다. 거실에 있는 긴 책상에서 책을 읽어 내려가다가, 지루해지면 방으로 가져와서 침대에 누워 읽기도 하면서 자리를 옮겨가며 읽고 또 읽었다.

읽고 싶은 책은 많고 시간은 제한적이라서 이 책 조금 저 책 조금씩 왔다 갔다 하면서 읽는 '병렬식 독서'를 하기도 했는데, 요즘도 나는 주로 이 방식으로 책을 읽는다. 출근 전 시간에는 주로 자기 계발서 느낌의 삶의 자세에 대한 내용이 담긴 책을 읽고, 일하는 중간에 짬이 날 때면 일과 관련된 전문 서적을 읽고, 이동 중에는 휴대하기 간편한 얇은 에세이나 소설을 주로 읽는다. 이렇게 읽다가 하나의 책에 꽂히면 하루 종일 그 책을 읽기도 하지만 주로 두 가지에서 세 가지 책을 한 번에 읽곤 한다.


이런 병렬식 독서의 장점은 지루하지 않다는 것이다. 지루하지 않다기보다는 지루하면 그 책을 덮기 때문에 지루할 틈이 없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겠다. 이전 글에서는 무언가 끝까지 하는 게 중요하다고 하더니 이제는 재미없으면 다른 책을 읽는다고 말하다니! 하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빠르게 포기를 하고 다음으로 넘어가는 것도 할 줄 알아야 된다. 집중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그것을 계속 붙잡고 있는 것보다는 잠시 환기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때로는 잘 읽히지 않아서 덮어뒀던 책을 몇 년이 지나고 다시 보았을 때 무척이나 재밌게 읽히는 경험을 하기도 한다. 그렇기에 지금 내 취향에 맞지 않는다고 앞으로도 아닐 것이라 단정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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