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이야기이지만, 프롤로그
(프롤로그는 가장 처음에 있어야되는 글이지만, 어디선가 글을 다 쓰고나서 프롤로그를 작성한다는 말을 들어 이렇게 마지막에 올려본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다 연결되어 있다고 느껴본 적 있나요?
강원도 영월에 있는 가고 싶었던 숙소와 망원동에 있는 응원하는 책방의 주인이 친분이 두터운 사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또 그 책방에서 제주 여행 중 숙박한 게스트하우스 사장님의 책 출판을 준비 중이라는 사실을 알아버렸을 때의 놀라움. 서울의 수많은 후보지 중에서 마음에 드는 공간을 골랐는데 이전에 멀리 여행을 가서 취향에 맞아 꼭 다시 와야지 다짐했던 숙소와 주인장이 동일할 때 느끼는 혼자만의 흐뭇함. 이렇게 마음 한구석에 들어온 것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을 때 나의 취향이 견고해짐을 느낍니다.
20대는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찾아 헤매는 기간이었습니다. 우리나라 청소년에게는 자신의 취향을 알아차릴 수 있는 시간이 한없이 부족합니다. 그래서 전공에 대해 고민하는 학생들을 만나면 '일단 싫은 것을 찾아서 피하라'고 말하곤 합니다. 마침내 대학교에 입학을 하고 나서는 시간이 날 때마다 국내외로 수많은 여행을 다녔습니다. 현 직장에 취직을 하기 전 마지막 긴 휴식기에는 3개월 동안 3번의 해외여행을 떠났고, 제주에서 20일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여행을 떠날 시간이 안될 때는 다양한 원데이클래스를 해보았습니다. 20대를 보내면서 다양한 경험들을 거쳐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걸러낼 수 있었고, 이제는 새로운 취미를 찾기보다 좋아하는 것들을 소중히 돌보며 다듬는 중입니다.
최근 '독서, 뜨개질, 정원 가꾸기 등 잔잔한 취미가 MZ세대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를 보았습니다. 이 내용을 읽자마자 '뭐야? 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잖아?'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것들을 하나의 카테고리로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남들이 보기에는 '잔잔한 활동'으로 묶인다는 것에 흥미를 느꼈습니다. 제가 가까이하는 잔잔한 취미들은 산책, 스트레칭, 뜨개질, 식물 가꾸기, 독서입니다. 장은교 작가의 <인터뷰하는 법>이라는 책에 보면 '어떤 것에 마음이 가는 데는 반드시 이유가 있다'는 이야기가 반복되어 나옵니다. 본래 작은 것에 크게 기뻐하고 슬퍼하며 감정`의 동요가 큰 편이라 이렇게 차분하고 평온한 것들을 좋아하게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저의 잔잔한 취미들은 일상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 않습니다. 특별한 장소에 가지 않아도 할 수 있는 것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취미들은 우리의 일상 사이사이에 불쑥 끼어들 수 있고, 그 순간의 소중함을 느끼게 해줍니다. 멀리서 보기에는 고요해 보일 수 있으나 실제로는 그리 평화롭기만 하지는 않기도 합니다. 모든 활동들이 그러하듯이 고뇌가 동반되고, 몸이 따라주지 않는 순간도 찾아옵니다. 이 매거진에는 제가 잔잔한 취미활동을 하며 느낀 점들과 꾸준히 하게 된 이유를 적었습니다. 잔잔한 취미에 관심 있는 분들이 이 글을 읽고 이것들에 대해 조금 더 알게 된다면, 더 나아가 본인의 일상에도 슬며시 함께 해 볼 생각이 든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