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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ytuned May 23. 2024

인사할 기회

2024.03.05.

출장을 끝내고

부산에서 서울로 올라오는 기차 안이었다.


서울-부산 당일 출장은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기도 하고,

돌아가기 전 역 앞 차이나타운에서

한 잔 하자는 친한 부장님의 제안을 뿌리칠 수 없어,

고량주도 어느 정도 마신 상태.


거의 반 수면 상태로 정장 재킷을 벗어 접어두고

눈을 감고 있을 때, 누나에게서 전화가 왔다.


여느 남매와 다르지 않게

평소 문자도 연락도 자주 하지 않는 사이지만,

연락할 때는 늘 우리 집 막내인 고양이

양고에 대한 이야기였다.


누나가 말했다.

“너희 집에 고양이 네뷸방 있냐?”

  “어, 있지 우리 집 첫째 고양이 쓰는 거. “

“그것 좀 시간 될 때 엄마 집에 가져다줘.”

  “어, 알겠어. 근데 왜?”

“양고가 좀 숨쉬기 힘들어하는 거 같아.”

 “오늘 갈까? 11시면 서울역 도착할 거 같은데”

“너무 늦지 않나? 엄마한테 물어볼게~”


누나와 연락을 끝내고 이내 엄마에게서 문자가 왔다.

‘늦고 피곤할 텐데 내일 와~.‘


오늘 간다 하더라도 술을 마신 터라

빛 번짐으로 야간운전을 꺼리는

와이프에게 운전을 부탁해야 해서 연락을 했다.

“누나가 네뷸방 빌려달라는데, 내일 갈까? “

  “아니, 오늘 가~”

“나 술 마셔서 오늘 운전 못하는데...”

  “내가 할게.”

“엄마가 내일 와도 된데.”

  “당장 필요할 수도 있잖아. 늦더라도 오늘 가자.”

“응 알겠어. 고마워.”


집에 도착해서 겨우겨우 옷을 갈아입고,

네뷸방과 네뷸장비를 챙겨서 부모님 댁으로 갔다.

양고가 오늘부터 갑자기 잘 못 걸어 다니고,

밥도 거의 안 먹는다고 하더라.


양고 팔다리도 만져보니

평소에도 찬 팔다리가 유난히 더 차게 느껴졌다.


누나는 양고에게 뭐라도 먹이기 위해

어제 배송된 새로운 사료를 열었고

엄마가 손으로 주니 몇 알 정도 먹다 멈췄다.


편하게 쉬라고 평소에 좋아하는 뜨끈이 위에

양고를 올려주니 이내 자려고 눈을 질끈 감았다.


거실로 나와서 누나와 엄마에게

네뷸방을 사용하는 법을 알려주고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나왔다.


보통 차로 돌아가는 것까지 살펴주시는 아버지가

늦은 시간이라 나오시지 않았고,

나는 엘리베이터가 채 도착하기도 전에

울음을 터트렸고,

와이프가 날 안아줬다.

‘24.03.05. 좋아하는 뜨끈이 위에 누워서 쉬고 있는 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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