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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ytuned Jun 15. 2024

그날의 기억 1.

20204.03.06.

눈이 퉁퉁 부은 채로 회사에 출근했다.

내 자리가 직원 쪽이 아니라

벽을 바라보는 쪽인 것을 천만다행이라 생각했다.


일을 하고 있는데 누나에게서 문자가 왔다.

어제 가져다준 네뷸을 해줬더니

확실히 숨 쉬는 것을 편해하는 것 같다고 했다.


천만다행이었다.

양고는 꽤 오랫동안 아픈 몸으로 버티고 있었다.

‘18년, 그러니까 15살부터 급격히 아팠고,

몇 번의 고비를 넘겼다.


밥을 잘 안 먹고 힘들어하던 때도

여러 번 있었지만,

시시때때로 급여량을 확인하고

부족한 량을 주사기로 채워 먹였던

아버지의 상당한 노력과

온 가족의 관심으로 양고는 언제나 이겨냈다.


엄마가 중간중간 양고 생중계영상을

가족 단체 채팅방에 공유해 주었다.

걷는 걸 힘들어하지만,

새로 사 온 사료도 소량 먹었다는 말에

나도 누나도 안도했다.


언제나 그랬듯 양고가 이겨낼 거라고

당연하듯 믿고 있었다.

우리한테 양고는 막내였으니까.

‘24.3.6. 양고의 모습

이날 저녁에는

오랜만에 저녁 약속이 있었다.

작년 한 해, 힘든 시기를 같이 버텨준

전우 같은 다른 회사 형님.


같이 고생한 시간들,

고생시킨 당시 상사에 대한 험담.

이런저런 이야기가 이어지다

첫 고양이에 대한 걱정과

어제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엄마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아무래도 양고가 떠날 것 같다고,

빨리 집으로 오라고 했다.


하던 말을 멈추고,

미안하다고 연신 사과하면서

저녁식사 장소를 급히 빠져나왔다.


택시를 잡기 위해 손을 마구 흔드는데,

손이 바르르 떨려왔고,

눈물 때문에 택시가 빈차인지도

잘 보이지 않았다가

겨우 큰 택시를 타고 출발했다.


시내 한가운데에서

부모님 댁까지 가는 길이 멀진 않았지만

차가 안 움직이는 것 같다고 생각되어,

기사님에게 빨리 갈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가는 길의 절반쯤 온 것 같을 때,

다시 엄마에게 전화가 왔다.

“양고, 갔어.”


심장이 ‘쿵’하고 떨어지는 것 같았다.

누군가 날카로운 손톱 끝으로

가슴을 긁어내는 듯이 아파왔다.


꽤 긴 시간 아무 대답도 못하고 있다가

겨우 겨우 엄마에게 대답했다.

“얼른 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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