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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명훈 Jan 24. 2016

하루 30분 투자로 3년 만에 외국어 정복하기

사소한 꾸준함이 만드는 위대한 결과

24시간이 모자를 정도로 우리의 하루는 쳇바퀴처럼 돌아간다. 아침에 눈을 떠서부터 밤에 눈을 감기까지, 당신에게 외국어 공부를 하는 시간은, 아니 할 수 있는 시간은 얼마나 있는가?


어떤 유명한 학자는 어느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1만 시간의 숙련이 필요하다는 '1만 시간의 법칙'을 이야기하여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1만 시간은 얼마나 긴 시간일까?

사실 1만 시간은 하루 3시간씩 무언가를 해도 10년 가까이 해야하는 어마어마한 시간이다.


하지만, 우리는 솔직히 외국어의 전문가가 되려는 것은 아니고 '꽤' 잘하는 사람 정도로 기준을 설정해보자. 그러면 그 기준은 1천시간-2천시간 정도가 되지 않을까. 그렇게 많이 양보하더라도 하루 3시간씩 1년 내내 해야 고작 1,095시간이다.


하루에 3시간씩 공부해야 하는데, 야근에 회식에, 주말에는 약속이 있다. 그렇다고 외국어 공부를 안 할수는 없고, 정말 미칠 노릇이다

끊어 놓은 학원은 한 달에 한 두번 갈까 말까다.

이래서는 도대체 실력이 늘래야 늘 수가 없는지 알고 있고, 조바심만 날 뿐이다.


하지만 앞에서 다같이 공감했듯 우리는 '공부할 시간'이 없다. 그런데 시간 투입을 어떻게 늘릴까.


답은 '일상' 속에 있다.


나는 2012년부터 2014년부터 서울에 있는 집에서 30분 정도 차로 가야하는 경기도 소재 사무실에 출퇴근했다. 하루에 왕복 1시간을 차에서 보내야 했고, 그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을 하고 영어 라디오를 듣기 시작했다. 거의 100% 영어로 진행하는 fm 101.3 TBS 교통방송이었는데, 내가 출퇴근 하는 시간 대에는 주로 뉴스나 시사 토론이 방송되었다.


처음에는 정말 '하나도' 안들렸다. 내가 듣는 것이 영어인지, 프랑스어인지, 소음인지 구분이 안될 정도였다. 무슨 말인지도 모르고, 그냥 틀어 놓았다.

그런데. 그렇게 3년 가까이 지났다.


어느 날 아침, 출근길 라디오에서 내가 좋아하는 프랑스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인터뷰를 하는 것이었다. 신기한 마음에 귀 귀울여 듣고 있던 중, 내가 영어라디오를 듣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고 그렇게 두근거릴 수가 없었다.


소음으로만 들리던 라디오 소리가 내가 좋아하는 소설가의 육성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나도 모르는 새에 내 귀는 영어에 익숙해져 왔다.

그 기간 동안 단언컨대 토익 리스닝 파트를 공부했다거나 일부러 청취 공부를 한 적은 한번도 없었다.


그저 1000일이 넘는 기간 동안 매일 출근길, 외출길 1시간씩 영어 라디오를 틀어 놓았을 뿐.

이것만 해도 내 귀는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르듯 1000시간 이상 영어에 노출된 것이다.

그렇게 그 해 근 몇년 간 토익책 한번 본 적 없던 내가 심심풀이로 응시한 직장내 토익 시험에서 듣기 만점, 총합 980점을 받았다. 놀랄 만한 성장이었다.

2년간 매일 아침 들었던 tbs efm 'this morning'


지난 1화에서도 언급한 적이 있었지만, 이러한 경험은 한 두번이 아니다. 일본어에 처음 관심을 갖기 시작했을 때. 억지로라도 일본어에 흥미를 갖고자 보기 시작한 일본 애니메이션과 일본 드라마.

공부를 제대로 하시는 많은 분들은 스크립트에 사전까지 옆에 두고 드라마를 보시지만, 나는 공부라고 생각하기 싫어서 한글자막 틀고 재밌게 봤다.


그렇게 3년 동안 매일 자기 전에 30분씩 꾸준히.

드라마 한 편, 또는 애니메이션 한 편씩을 봤다.

원피스, 슬램덩크, 심야식당, 기묘한 이야기, 히어로즈. 등등, 스쳐지나간 작품이 몇 개가 되는지도 셀 수 없다.


3년이 지난 후,  내 귀와 두뇌는 그렇게 500시간 이상 일본어에 노출이 되었다.


고작 히라가나 카타카나 쓰고 읽을 줄 알던 나는 영어 통역을 맡아서 가게 된 해외원정등반에서 일본어 통역까지 맡아서 한 방송사의 다큐멘터리에 일본어 인터뷰까지 딸 수 있게 되었다.


물론. 말투가 격식 없이 애니메이션 말투도 섞이고 제대로 못 배운 티가 많이 나는 일본어지만, 학원 한 번 안 다녀보고 독학 만으로 공부한 내가 일본어 인터뷰를 하고, 부족하나마 통역까지 가능하게 된 것은 정말 3년간 쌓인 경험치의 힘이다.

인터뷰에 흔쾌히 응해주었던 일본의 젊은 산악인부부.


틈틈이 필수 어휘는 암기도 했고, 시간날때마다 조금씩 문법 공부도 했지만, 과연 그것만으로 출퇴근 시간이 불규칙해 학원 한번, 과외 한번 제대로 받아보지 않은 내가 일본어능력시험 jlpt 최고 등급을 받을 수 있었을까.


나는 작년부터 중국어를 공부하기 시작했고, 이러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스마트폰을 볼 때마다 무심결에라도 중국어 어플을 먼저 볼 수 있게 설치해두고, 라디오 주파수는 중국어 라디오에 맞춰놓았으며, 중국인들이 많이 다니는 식당을 즐겨 찾기 시작했다.


그렇게 6개월여 아침 7시반에 출근해서 밤늦게 퇴근하고, 주말에도 이틀에 한번은 출근하는 바쁜 일상 속에서 HSK 4급을 취득했고, 중국인들과 간단한 내용은 중국어로 메시지를 주고 받고 있다.


책상에 몇 시간 앉아 있는 시간도 중요하지만, 어떠한 방법으로든 그 언어에 얼마나 많이, 그리고 꾸준히 노출되었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바로 언어는 현지에 가서 배워야 빨리 배운다는 절대진리와도 일맥상통하는 논리이다.


내 스마트폰 한 페이지는 전부 중국어를 위해 채워 두었다.


아무리 바빠서 시간이 없는 사람도, 출퇴근, 등하교길 이동시간은 있을 것이고, 가끔은 머리를 식히기 위해 스마트폰을 보는 시간도 있을 것이고. 자기 전 30분 정도는 시간이 있다.

이 티끌 같은 시간을 모아 보자.


이 시간에 매일 자신을 믿고, 조금씩만 실천하자.

방법에 얽매이지 않아도 되고, 공부한답시고 너무 집중하지 않아도 된다.

그냥 매일 같은 시간에 물을 마시고, 화장실을 가듯 외국어 방송을 틀어 놓자.


그리고 투자가 복리로 불어나는 이자를 기다리듯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려보자. 딱 3년만.


분명히 지금으로부터 2~3년 후의 나는 누군가로부터 중국어 잘한다는 이야기를 듣게 될 것이고, 오늘 이 글을 읽고 외국어 공부를 시작하는 당신 역시 마찬가지다.


시간이 가져다 주는 경험치의 마법을 믿어보자!

그리고 매일 자기 전 행운을 가져다주는 이 말을 기억하자!

Day by day, in every way, I'm getting better and better.(날마다, 모든 면에서, 나는 점점 나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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