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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파별 Apr 12. 2016

글쓰기에 대한 열등감

때론 열등감으로, 때론 발전 동력으로.

요즘 새로운 종류의 열등감이 생겨나고 있다. 바로 글쓰기에 대한 열등감이다.



글 잘쓰네

가~끔 들어보았던 말이다. 가끔인 이유는 글쓰기 능력이 딱히 중요하지 않은 직장을 다녀서다. 정신과는 타부서보단 상대적으로 글을 더 쓰긴 하지만 글쓰기가 업인 사람들에겐 귀여운 수준. 의료인의 글쓰기엔 표현력, 어휘력, 문장력이 중요하지 않다. 의미 전달만 잘 되면 되고, 의학용어를 많이 아는게 중요하다. 두 번째 이유는 그러다보니 글에 별 기대가 없다는 거다. 그런데 잘 썼다면 의외라는 생각이 자연스레 든다. 학창시절 백일장에 무심코 제출한 시가 상을 탔던 기억, 주변 사람들에게 들은 몇 번의 칭찬이 나를 착각의 늪에 빠지게 했다.



재능이 있는걸까?!



교만이 빼꼼 고개를 내미려던 순간, 브런치를 알게 되었다. 그리고 교만은 순식간에 열등감으로 뒤집혔다. 세상에나, 글 잘 쓰는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전업 작가도 있었고, 작가 지망생도 있었다. 글쓰기가 업인 사람들도 많았다. 누군가는 꿈을 이루기위해 치열하게 적었고, 또 누군가는 취미처럼 다소 가벼운 마음으로 적어나가기도 했다. 물밀듯이 올라오는 글들에 시간 부족을 느꼈다. 다들 너무 잘 적었다. 참 부러웠다.



난 왜 저렇게 쓰지 못할까

읽으면서 제일 많이 들었던 생각이다. 글 말미엔 감탄과 함께 열등감도 따라왔다. 글쓰기라는게 하루 아침에 잘 써지는게 아니다. 조급했던 나는 속상했다. 글이 완성돼도 늘 마음 한 구석 찝찝함이 남았다. 불가능한 완벽을 추구했던 것 같다. 최고가 아닌 최선을 추구했어야 했는데 말이다. A는 A를 쓰고, B는 B를 썼을 뿐이었다. 나는 C다. 그럼 나는 C를 쓰면 된다. 그런데 자꾸만 A처럼, B처럼 쓰는 C가 되고자 했다. 그러다보니 이도 저도 아닌 C가 되어가고 있었다. 특유의 열등감이 재발했다. A처럼 잘 쓰고 싶기도 했고 B처럼 잘 쓰고 싶기도 했다.



글은 미의 추구이기도 한 것 같다

글을 통해 굳이 단점을 드러내는 사람은 거의 없다. 글은 작가를 미화시키기도 하는 것 같다. 자신의 지식을 유려하게 풀어낸 글을 읽으면 그 작가는 참 똑똑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통찰력이 담겨있는 글을 읽으면 그 작가는 참 현명한 분일 것 같다. 그리고 나는? 방금 그 지식을 습득했고, 이제 막 따 깨달았다. 배움이 쌓이면 열등감이 줄어들거라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SNS를 잘 안한다. 맛스럽고 정갈한 음식 사진과 예쁘고 멋진 얼굴 사진을 멀리 한다. 상대방의 행복이 나의 초라한 부분과 대비되서 그런 것도 있다. 이에 질세라 합류해 경쟁하듯 행복을 드러내보이고 싶지가 않았다. 그런데 사진만 그런게 아니었다. 사진을 찍고 포토샵을 하듯이, 글도 쓰고 나서 퇴고 과정을 거친다. SNS가 부추기는 열등감은 글에도 꽤 비슷하게 나타났다.



그 글은 곧 그 작가

내가 A처럼 쓰지 못하는 이유를 알았다. 나는 A가 아니니까 그렇다. 인기작가처럼 잘 쓰려는 욕심보다 나답게 쓰는 것이 중요했다. 다양한 작들의 글을 읽으면서 그 글이 곧 그 작가라고 느꼈다. 가장 아름다운 색깔을 찾는데 그럴 필요가 없었다. 절대 겹치지 않는 각자의 색깔들이 참 다채로웠다. 그 이 아름다운 것이었다!



열등감 간직하기

그렇다고 열등감을 없앨건 아니다. 되려 고이 간직할거다. 그 마음이 나를 글쓰게 하기 때문이다. 다만 부정적인 단면에 치우치지 않도록 잘 관리해주어야겠다. 예전에 열등감 극복과 관련해 한 독자 분께서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시작으로서 중요하다고 하셨다. 타인을 부러워하기보다 나부터 아껴주어야겠다. 나의 글부터 아껴주어야겠다. 잘 쓰고 싶어 안달이지만, 사실 실력을 떠나 모든 글은 소중하다. 글은 곧 그 사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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