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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파별 Apr 20. 2016

"정신과 환자들한테 안다치게 조심해."

편견에 대하여

주변사람들에게 꽤 자주 듣는 말입니다. 정신질환자는 위험하다고 많이들 생각하기 때문인데요. 저를 걱정해주시는 마음에 감사함도 들지만, 뿌리깊은 편견 또한 느껴져서 동시에 안타까움도 들어요. 각종 인재(人災)의 원인은 알고보니 정신질환을 가진 한 인때문이었다라는 글이 많아요. 그것은 사실이지요.



하지만 단편적인 사실이지요.

빙산의 일각을 보면서 그것이 일각이라는걸 아는 사람이 어른이라고 생각합니다. 각종 언론매체를 통해 보도되는 정신질환자의 문제행동은 일각을 부각시켜 받아들이게도 해요. 매체 특성상 어쩔 수 없는 것이기도 합니다만, 정신건강의학과 간호사로서 안타깝기도 해요. 사실이긴 하지만 자칫 부정적 편견으로 자리 잡을 수 있으니까요. 저희 의료진들은 그 문제행동을 '증상'으로 봅니다. 그리고 모든 증상은 그보다 더 무궁무진한 원인을 수반하죠.



실제 임상

공격적인 행동을 하는 환자를 본 적이 있어요. 겁이 났었죠. 하지만 생각만큼 그리 흔하지는 않답니다. 이유는 모든 질환이 아닌 특정 질환의 경우(가령 조현병, 조증)이고, 급성 증상이다보니 그만큼 속한 치료가 이루어져 안정을 빨리 취하게끔 하거든요. 전조 증상이나 직관으로 예방을 하기 때문이기도 해요. (직관은 물론 경험이 많은 경우!) 그 기간을 지낸 환자들이 본래 모습으로 돌아온 것을 보면 평소 조용한 편인 경우가 많아요. 사람들과 잘 어울리고 싶어하는 마음도 크고요. 이들은 다행히도 병원을 방문해 적절한 치료를 받기 때문인데요. 안타깝게도 치료의 적기를 놓치게 되는건 주변사람들의 무관심, 그리고 정신건강의학과로의 발걸음을 주저하게 만드는 편견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편견의 문제

흔히들 편견을 경계해야 된다고 해요.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사회는 이 편견을 해소하기 위해 단어도 바꾸었어요. 정신분열병을 조현병으로, 정신과를 정신건강의학과로 바꾸었죠. 또한 유명인들의 정신과력 공개는 편견을 줄이는데 일조했어요. 쇠창살있는 건물도 리모델링을 통해 점점 없애가고 있구요. 이런 노력은 꾸준히 계속되고 있고, 이 글 또한 마찬가지랍니다. 정신적 문제 조기 진단리는 매우 중요한데 이놈의 편견때문에! 그 시작이 뒤늦게, 과정이 더디게 이루어지고 있어요. 이것이 비단 한 환자만의 손해일까요?



곧 배려의 문제

의료진보다 환의 편견이 더 많아요. 의료진은 늘상 환자들을 상대하다보니 오히려 멀리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자격지심에 자신을 정신병자라고 생각하는 것이냐며 따가운 말을 건네는 환자분도 있었어요. 저는 편견의 문제는 곧 배려의 문제라고도 생각해요. 상대방을 편견없이 있는 그대로 포용하는 것, 그것도 배려아닐까요? 우리는 누구나 정신건강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어요. 특히나 요즘처럼 각박한 시대에는 더 그렇죠. 완벽하지 않은 우리들에게, 늘 강하고 싶지만 때론 약할 수밖에 없는 우리들에게  잘 더불어 사는 방법을 아는건 참 중요한 것 같아요. 그리고 배려는 그 방법  하나이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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