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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hnokjoo Apr 20. 2022

승현 언니에게

그곳에서 행복한가요

승현 언니.

승현 언니를 승현 언니라고 부르는 것은

처음입니다.

땡 언니라고 부르는 것이

우리들에겐 늘 편했고

땡! 하고 부르면

배시시 웃으며

왜 아가?

하는 언니가 좋아서 자꾸자꾸

땡! 땡! 땡!

불렀어요.


하지만 오늘 이 저녁엔

승현 언니라고 부르고 싶어요.


오늘,

승현 언니 동생에게서

승현 언니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하나 들었습니다.

  

나는 승현 언니가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내 상상보다 더 진하게 따뜻한 사람이어서

그 이야기를 듣고

눈물이 나는 것을 얼마나 참았나 모릅니다.


그 이야기는 이와 같았습니다.


내가 어렸을 때,

도마동에 살았을 때인데

날 빼고 언니들끼리 둘이서 떡볶이를 먹으러 갔거든?

내가 막내고 어리니까 데리고 가기 싫었었나 봐.

그런데 집에 와서 땡이 나를 방으로 오라고 손짓하는 거야.

그러더니 땡이 입 속에서 뭘 꺼냈게?

떡볶이!

떡볶이를 꺼내서

글쎄, 나보고 아 하라고 하더니

내 입에 넣어주는거야.

더럽지?

나는 그게 왜 그렇게 맛있는지.

나는 그 떡볶이가 가끔 생각이 나.

더럽지?


아니? 인영아.

하나도 더럽지 않아, 하나도.


승현 언니.

난, 이 이야기가

이 세상 어떤 자매의 이야기보다

좋고 좋고 좋았습니다.

이 세상에 없는 이야기 같았고

이 세상에 없는 사람의 이야기 같았고

이 세상 밖의 일처럼 아득하게 들려졌습니다.

언니가 따뜻하고 온화한 사람인 줄

나는 십 년 동안 늘 깨달았지만

배우지도 않은 사랑을

이렇게 주는 사람이라는 것이

너무나도 놀라웠어요.


깊고 넓은 태평양을 건너

나와는 반대의 아침과 낮과 밤을 보내고 있는 당신.

마치,

외계의 사람처럼

전설 같은 이야기를 남기고

그곳에서 다른 타임존을 살고 있는 당신.

난,

그런 당신의 머리 위에

신이 가장 진한 축복을 내려주시길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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