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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Ah May 02. 2024

지난 여름날, 술 파티와 캠핑의 추억

Our Last Summer 뭔가 하나 빠졌어..


봄과 여름은 적당한 햇살만으로도 생물체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햇살속 늘어짐의 나른함을 즐기는 일광욕이 그렇다. 전날밤 음주 파티의 해독에도 잘 어울린다. 비오는날의 소주 처럼 햇살은 맥주와 궁합이 금상첨와다.


암에걸려 쓰러지기 전에 40대 중반까지의 나. 스무살 성인이 되고 나서부터 이래저래 매일같이 술을 먹었다. 술 안마셨던 날이 군대시절 빼곤 생각나지 않는다. 돈없던 유학 시절에도 식사는 걸러도 빵대신 매일밤 싸구려 와인이라도 한병씩 마셔댔으니 살아오면서 돈쓴게 거의 다 술값이다.


내일은 절대 없다!  찾아오는 후배들 술사주고  여기저기 불러대서 매일같이 술 파티를 즐겼다. 흥청망청 이래도 술 저래도 술, 술자리가 곧 저녁 식사다. 지난 청춘과 젊은날이 그렇다. 사업할땐 잠자는것도 생략해가며 매일 술을 마셔서 괴물 철인 소리 들었다. 보통이 매일 3차까지 갈데까지 가볼까 강남스타일이 그렇다.


수십년 동안 온갖 종류의 술집을 다 섭렵했는데 쓰러지기 마지막 2년간은 사업 망하고 아예 호프집 운영하는 유흥업 종사자로 보냈다. 다 끝난 청춘을 마지막 까지 술로 쥐어짜던 시간들이다. 장사한다는 핑계로 부어라 마셔라 그야말로 눈떠서 기절할때 까지 여한없이 마셨다. 물론 원없이 퍼마시다 바로 망해 문닫았다. (나라 망하는것도 그래서 이해한다.)



잊을수 없는 최고의 여름은 그 당시 여름날 무주 구천동에서 지냈던 시간들이다. 망하니까 좋은점이 돈은 없어도 맘껏 절망에 빠져서 놀 시간이 난다는 것이다. 지상에서 누리는 최상의 낙원이 그런것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로 무주구천동 자연과 함께한 여름, 단하나 (연인이 없었다는것 하나말고는 )아쉬운점이 없었다.


무주 구천동 계곡밑의 마당이 넓은 초대형 레스토랑을 아는 지인이 여름내내 빌려서 멤버들이 모여서 저녁땐 생맥주 바베큐 장사하면서 라이브 무대 하며 놀고 낮에는 계곡사이 산책을 즐겼다. 근처에 넓은 빈집을 숙소로 삼아 장사가 끝나도 가서 또 술자리를 벌렸다. 지금 생각해 보면 참 굉장했던 날들이다. 그렇게 술을 먹고도 안죽고들 살았으니..



30대 말에서 40대 초 까지는 국내에 아웃도어 열풍이 불기 시작해 나 역시 캠핑과 MTB 에 빠졌었다. 세월호 사고나기 전까진 이맘때 (유채꽃 필때) 쯤이면 세월호에 자전거를 싣고 배로 제주도를 해마다 자전거 타러 갔었다. 부속 갈아치기 취미를 붙여 집에 자전거포를 차린듯 했었다.


자전거 이외에도 맨 와일드 프로가 인기있던 시절이라 그거보고 나 역시 고가의 전문 산악장비 모으는것을 취미로 삼았다. (히말라야 등반대 같은 산악프로들 배낭하나 꾸리려면 대략 2천만원 정도 든다.) 곧 떠날거야 마음만 준비중 이었는데 결국 히말라야 등반 장비만 잔뜩 사놓고 동네근처 산에도 못가본채 암에걸려 친구들 다 나눠줬다. ( 카페 커뮤니티 기웃대며 귀동냥 지식만 많아져서 산 한번 못타본 (장비)전문가? 였다.)


등산은 못했어도 캠핑은 여름마다 즐겼는데 바닷가 가서 혼자 고기구우며 석양 배경으로 한잔, 나는 망했네 하늘아 나좀 봐라 니네 나한테 왜 그러니 넋두리 하는 낭만을 누렸다. 운명이 나를 죽이려고 계속 내모는것 같았는데 괴물 철인이라 스스로 믿었던 몸까지 완전 작살낼줄은 그땐 몰랐다. 잘 나간 경험도 망한 경험도 극과극으로 만화같지만 그래도 나는 항상 한결같다. 절망을 적당히 술맛낼 정도만 한다.


알리에서 저가 텐트가 왔다. 캠핑 꾸미기가 시작되다.


술을 끊은지(?) 8년차다. 워낙 종류 안 가리고 원없이 마셔댔던지라 그다지 술이 아쉬운건 없는데 술과 함께했던 여름의 낭만들은 그립다. 술을 마셨다면 아마도 낚시 다녔을지도 모르겠다. 술핑계로 신세한탄 재미가 끝났으니 한탄하는것도 별다른 재미가 없다.


올 여름은 고양이 녀석의 외로움을 달래준다는 핑계를 하나 잡아내서 마당에다 캠핑장을 마련중이다. 녀석과 같이 뒹굴 저가텐트 알리에서 장만했다. (같은 크기의 내 슈퍼라이트 텐트에 비해 가격은 20분의1도 안된다. ) 말도 안되는 가격인지라 몇달만 써도 본전은 다 뽑고도 남는다. 버릴때가 더 문제라.. 술이 없어도 낭만은 누릴수 있을지는 해보면 된다. 시골이라 정말 다행이다.  음악소리는 없어도 항상 새소리는 들린다.



여름이라고 떠오르는 청춘의 추억이 술파티 한거 밖엔 없으니 한참 잘못산건 맞는거 같다. 왜 연애도 안하고 여행도  그 좋은데가서 별다른 추억없이 술도장만 찍고 다녔는지 지나보니 다 술에 발목잡혀 그런거다. 매일밤 술 먹다보면 내말이 무슨 말인지 알것이다. 별다른 욕심없이 이래도 만족 저래도 만족 술만 마시면 아무래도 좋아 그렇게 지내다보면 청춘 훌떡 가버린다. 연애 안 하면 그렇게 된다. 뭔가 하나 빠진게 사실은 추억의 모든것을 좌우한다. 혼자선 극장 안가는것과 같다.


지금도 삼겹살에 소주가 하루의 유일한 낙인 사람들 많다. 서민들에겐 그것 마저도 부담가는 고물가 시대다. 나로선 술을 안(못)먹는것이 다행인지 불행인지 아쉽지도 좋지도 않다. 할만큼 해본바 흥미가 그다지 크지 않음이다. 여름날 가끔 적당한 저가 와인 한잔이면 만족이다. 술과 함께했던 젊음과 청춘 과거의 방탕이 이제 완전히 다 지난거다. 연인과 알콩달콩 오리배나 요트한번 못타보고 말이다.


유치해 오글거려도 꾹 참고 (할줄 아는게 없으면 70년대 나 잡아봐라 90년대 얼마면 돼 같은거라도) 여자들 비위도 좀 맞추고 그랬다면 추억이라도 됐을텐데 그걸 못했다. 왜 그렇게 여자들이 항상 바보같은 짓(?)을 원했는지 차 떠나고 늙어서 지난 TV 드라마들 보고 주변 돌아보니 이유를 안거다. (모험 좋아하는 남자들 원래 나이 먹어도 철딱서니 없다.)



젊은 너거들은 그러지 말라고 젊음을 술만 먹다 쫄딱 망한 선배가 말하는거다. 돈을 얼마를 벌었고 얼마나 잘 나갔는지 그것과는 상관없다. 중요한걸 놏치면서 술이라는 순간의 위안에만 의지하며 살아온 셈인데. 지나보니 청춘은 아름다운데 추억은 아름답지가 않다. 아프다.


젊음을 술값보다는 좀더 값지게 보내란 말. 땡길땐 저녁때 살짝 와인 맛만보는 것으로도 충분한 낭만이 될수있음을 해보니 알겠다. 진작 알았어도 강제로 막지 않았으면 말을 안 들었겠지. 갈데까지 가보자가 술꾼들 기본자세다. (브런치 카페서 커피 마시며 대화하는 사람들 이해 안가는 별나라 사람들 보듯 한다.) 그래서 자업자득 처한 상황에 감히 불만이 없다. 술못먹어 불행하다 라고 할수는 없으니까.


https://youtu.be/CyUZe8xRNnQ?si=hgXq9DEbIoz8Rmz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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