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날씨가 11월 중순 답지않게 갑자기 참 착하다. 녀석들 옷 안 입고도 마당에서 맘껏 뜀박질 해댄다. 잘 뛸때 잘먹고 잘 싼다. 요즘은 혈기 왕성한 첼양이 노땅인 탐군을 놀자며 툭툭 건드리며 쫒는 형태가 된다. 좋아서 그러는건 아니고 하악질 하면서도 달리 놀아줄 상대에 대한 선택권이 없기 때문이다. 싫어도 심심함을 당해낼수가 없다.
예전 중매로 모르는 남자와 졸지에 결혼 당한 대부분의 한국 여인네들이 그렇게 좋던싫던 내 팔자야 그러고 자식들 낳아 이고지고 냇가에서 빨래 방망이로 스트래스 풀며 살았다. 사랑이 밥먹여 주던 시대가 아니었던 거다. 애정이 없어도 정이라는 건데 싫어도 같이살면 미운정이 든다.
하루한번 캔을 딸때만 겸상이 이루어진다. 건식사료와는 달리 습식 사료는 사람의 손이간다. 사람이 관리하는 입장에선 편리함을 따라 캔은 시간 지남 땡이다. 첼양 식사 습관이 조금씩 나눠서 먹다놀다 하는건데 탐군이 첼양보다 두배는 식성이 강해서 자기것 다 먹고도 첼양이 남긴것 까지 다 훝어 먹는다. 첼양이 놀다와서 다시 먹으려 하면 밥그릇이 비어있다. 사람도 가끔 남이먹던 짜장 짬뽕 남긴거 갖다먹는 사람 있다. 찌개 한 냄비에 온 식구가 숟가락 들이대던 한식문화가 그렇다. 니반찬 내반찬 안 가린다.
녀석들은 습관을 따르지만 우리 할아버머니 세대는 남자와 여자가 겸상 하는것을 관습적으로 금했다. 남존여비 사상이 지배했던 불과 두 세대전의 한국 문화다. 대부분 아무리 부부 금술이 좋아도 할머니들은 끼니때마다 남편 아들 따스한 밥상 차려주고 남자들이 다 먹고 난 다음 남는 반찬으로 딸들과 함께 찬밥으로 식사를 했다. 나 어릴때 할머니는 X알 떨어진다고 남자는 부엌 근처에도 못가게 막아서 모든 한국의 남자들은 당연히 요리와는 담을 쌓고 살았고 가스렌지 못 켜본 남자 노인들 많았다. 남자들은 ‘밥줘’ 한마디면 당연히 밥상 차려다 받치는게 집안 여자들의 기본 의무였다. (여자 없으면 남자들은 마냥 굶고 앉아 있었다.)
먹는것에 남여차별이 왠 말인가? 하겠지만 당시엔 고기가 귀해서 시장에서 닭을 잡아와도 살코기는 남자가 먹고 여자들은 목이나 남자들은 안 먹고 버리는 발가락을 뜯었다. 부대찌개처럼 그 문화적 영향으로 인해 지금도 여자들이 콜라겐 어쩌고 하며 닭 발가락을 (남자들보다) 좋아 하는것 같다. (닭 발가락을 나는 한번도 입에 대보지 않았고 앞으로도 먹어볼 생각이 없다.)
암컷 수컷 나이 상관없이 서열은 오로지 기세를 따른다. 힘이 쎈 탐군이 그나마 순둥이고 앙칼진 첼양이 덩치가 작고 암컷인게 그나마 힘 균형이 아슬하게 맞는다. 아니면 한쪽이 구박받고 기를 못피는 콩쥐팥쥐 되는거다. 탐군이 순해서 만만해 보이니 첼양이 가끔 꿀밤을 먹이는데 힘쎈 탐군이 맘먹고 인상쓰면 첼양도 그딴짓 함부로 못한다.
탐군은 여전히 아이처럼 양양대고 울고 조르는 타입이고 첼양은 무음에 조르지도 않고 도도하다. 탐군이 결국 뼈만남은 내 무릎 포갠것에 서커스처럼 안정적으로 앉는 기술을 연마해 낮 동안은 떨어지려 하지 않고 첼양은 내 침대위에 올라가 어서 오시와요 내가 잠자러 들어오기 만을 오매불망 기다린다.
두 녀석 기회 될때마다 포도주 짜내듯 꾹꾹질로 나를 짖이기는걸 즐긴다. 손주녀석들이 할배 안마 해주는게 이런 기분인가? 적어도 침과 분비액 뿌리며 골골 오토바이 시동소리가 녀석들이 즐거워 한다는 표식이라 마당 뛰놀던 더러운 발로 짖이겨도 참는거다. (나를 운동기구 삼아 런닝머신 타듯 한다.) 온몸이 근질 거리는것이 녀석들의 자유 놀이에 대한 댓가를 치뤄야 하는 시간이 된듯 하다. 탐군이 가출할때마다 목욕을 시킨다고 하긴 했는데 흙밭 뒹굴면서 벌레들 묻히고 들아오는것을 다 막을순 없었던거다.
Q 고양이는 왜 가출을 합니까?
A 문이 열려서요
Q 온집안에 털날리고 옷에도 털이
A 파충류를 키우세요
파충류 피부를 가진 고양이를 키우면 되는건가? 엑스캣? (진짜 교배종 만들까봐 겁난다.)
대부분 좁은 공간에서 살수밖에 없는 사람들에게 반려동물과의 동거는 일종의 사치인거 같다. 없는 살림에도 그만한 뭔가를 대신 내주어야 한다.
이 세상이 내가 원하는대로만 돌아가면 과연 행복할까? 외부를 향한 불만은 스스로에 대한 불만족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마음은 해주고 싶은데 형편상 못해주고 아이들에게 화내는 부모 마음도 그렇다.) 녀석들 말썽에 대한 불만족 스러움의 정체는 고양이를 고양이 그대로 수용하기 어려운 내 부족한 환경탓이다. 녀석들이 뛰노는 야외 공간과 실내 분리가 이루어질수 없는 한정된 좁은 공간이 절대적 아쉬움이다. ( 이번엔 또 뭐니.. 내버려두면 수시로 뭔가 쾅쾅 가구 집기들 넘어지는 소리들 들린다. ) 겨울내 실내에 원하는 만큼 공간은 못 만들어 줘도 그나마 길바닥 해적들 보다는 낫다는걸 위안 삼으렴.
고양이도 그러한데 사람 아이들 키우는건 어떻겠는가 금수저 흙수저 나누는것이 괜한 문화가 아니다. 실제 전 국민이 생활에서 눈으로 그 차이를 보고있다. 대부분 방치로 커온 베이비 부머 세대인 우리 자랄때 비교하면 안된다. 요즘은 부모의 빈부 사회적 지위가 그대로 자식세대로 이어진다. 취업난에 고민하고 코인 도박등 한탕주의에 유혹 당하는 일반 청년들과 의사되고 청소년 시절부터 외국에서 스팩을 쌓고 헤드헌팅으로 대기업에 스카웃 되서 젊은 나이에 수억 연봉받는 사촌들 보면 그 차이를 극명하게 알수있다. (사촌 동생은 자신들 자라온대로 자녀를 키우는데 자녀 유치원 비용이 한명당 한달에 4천불 든다고 한다.)
우리 세대가 청춘을 누렸던 80-90년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전환되던 시기다. 많은 사회 문화적 격동의 시간들 이었고 지금 세대들은 이해못하는 부분도 많을것이다. 성룡이 기계체조 짝맞추기 액션으로 엽엽거릴때 갑자기 영웅본색이 등장해 갱스터 홍콩 영화가 유행했고 락음악은 스피드 무한경쟁 시대가 열렸다. 그 시발점이 바로 19세 잉베이 맘스틴의 느닷없는 출현이다. 그 후로 40년이 흘렀다니.. 처음 등장할땐 영웅 그 자체였는데 살찌고 망가진 모습이 되기도 했다가 그야말로 살아있는 전설인 셈이다.
중년 노땅들 모여 다 늙은 지난날의 영웅과 함께 머리 흔들기엔 좀 뻘춤할거다. 반항하는 젊음을 동력삼아 힘으로 밀어부치는 락이란 장르가 원래 그런거다. 대부분 20대가 전성기다. 세월이란게 참.. 노년은 슬픈일이 많아짐에도 울 기력이 딸려 멀뚱 거리게 된다. 그래도 노인된 과거 전설속 락 그룹들 애처로운 퍼포먼스가 아닌 아직은 5- 60대다. 온다길래 한달전 예매 마쳤고 앞으로 한달 남았다. 그날 춥지만 마라.
https://youtu.be/O2j9C29XHNA?si=OV8PiygFiaD3e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