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왠지 넷플릭스와 함께 망할 것 같은 느낌이 온다, 와!
집에 테이블을 들여놓으면서, 집에 와서도 편하게 일 볼 수 있겠지-라고 생각했는데, 그간 월정액 끊어놓고 못 챙겨보던 넷플릭스만 왕창 몰아서 보고 있다는 현실. 그리하여 최근에 보고 있는 넷플릭스 콘텐츠들은 아래와 같다.
문제를 남다르게 제대로 정의하고, 꿋꿋하고 집착적이고 뚝심 있게 그 문제를 풀어나가는 이야기가 정말 가슴 설레게 한다. 한 대여섯 번 본 것 같고 대사도 얼추 외우겠고 뭐 그런, 보면 볼수록 새롭고 좋은 영화. 브래드 피트처럼 늙고 싶습니다 제발 젭라.
가벼운 마음으로 볼 수 있는 음식 관련 콘텐츠여서 뚜껑을 열었는데, 동남아를 배경으로 한 1-2회에서 1 세계 백인의 오만함과 무신경한 유머센스 등이 나를 너무 질리게 했다. 그래서 접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월에 호치민 여행 예정이라, 2회 호치민 편을 다시 꺼내 더 복습했다. 와중에 여러 리뷰들을 보아하니 동남아 말고 다른 지역을 다룬 편의 평은 좋은 편이라 다시 이어 갈지 말지를 고민 중.
한국계 미국인으로 모모푸쿠라는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셰프 데이비드 창이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미국식 바비큐나 새우, 가재, 닭튀김과 같은 미국 요리 혹은 미국화된 요리들, 그리고 그 이면의 이야기를 풀어놓는 방식이 조심스럽고 사려 깊으면서도 날카롭다. 필이 좋은 여행, 한입만! 보다 조금 더 진지하고 묵직하게 식재료로부터 조리법과 요리 그 자체, 그리고 그 요리가 탄생하게 된 지역의 이야기까지 다루고 있다. 타이틀의 거친 타이포그래피부터 해서 하나같이 내 취향이라. 더군다나 이 아저씨 목소리마저 너무 좋다고!
책 <인생이 빛나는 정리의 마법>으로 인기를 얻은 정리 컨설턴트 곤도 마리에의 다큐멘터리가 2019년을 맞이해 넷플릭스에 등장했다. 사실 하나하나는 별 다를 것 없는 KBS 아침마당 수준의 정리 기술인데, 설레지 않으면 버리라는 깨알 같은 논리 + 집과 물건에 감사인사를 올리는 웃기면서도 나름 진지한 행태들로 사람들을 움직이는 것에 더 감탄하며 보고 있다. 결국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정리의 기술보다는, 물건을 떠나보내는 감성적인 이별 의식 따위가 사람들을 더 잘 움직이게 한다는 것이려나. 요즘 자주 읽고 또 고민하고 있는 내용이기도 해서 재미있게 관찰하고 있다. 메시지보다 메신저, 옳은 사람보다 좋은 사람, 껄껄.
<싸인> <시그널> 김은희 작가, <터널> 김성훈 감독, 그리고 주지훈 류승룡 배두나 허준호를 비롯한 출연진이 함께 하는 조선시대 배경의 좀비물. 다음 세대로의 상속과 승계가 끝나기 전까지는 죽었어도 결코 죽지 못하는 처지의 왕, 굶주리고 굶주려서 인육을 먹을 지경에까지 놓인 백성들, 공포에 떨고 있는 백성들을 버려둔 채 배를 타고 유유히 도망치는 양반들, 그리고 높은 장벽을 세우고 그 문을 걸어 닫고는 괴물들이 아닌 우리네 백성들에게 활시위를 겨누는 군사들의 모습에서 여러 번 기시감을 느꼈다. 시즌 1은 6부작으로 종료되고 시즌 2로 이어질 예정이라고.
예전에는 영화며 미드며 열심히 봤던 것 같은데, 최근 한 2-3년간은 넷플릭스 월정액을 끊어두고도 한 편을 제대로 안 봤었었다. 그런데 리빙 다이닝 테이블과 체어를 갖춰두고 나니, 재생까지의 과정이 너무 편해져서 갑작스레 여러 시리즈를 왕창 보게 되었던 1월이었다. 하루살이처럼 그날그날 일을 완수하기에 바빴던 지난 2018년이었는데, 요런 소소한 리프레시 타임이 스트레스 해소에도 또 업무에도 도움이 됨을 느끼고 있는 요즘이다. 지금 이 시대 사람들이 가장 열광하는 콘텐츠들이 넷플릭스에 다 모여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테다. 그러니 중간중간 챙겨보며 머리도 식히고 영감도 얻을 수 있었으면! 여러분은 요새 넷플릭스에서 뭐 보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