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보통 날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그레이스 Aug 12. 2022

말과 행동의 중요성

상대방에게 얼마나 맞춤형으로 필요한 존재인가



최근에 운전연수를 하면서 여러가지 생각이 많이 든다.



차를 마련하고, 미리 연락해서 만났던 강사는 나를 다그쳤다. 본인의 계획대로라면 아주 체계적으로 프로그래밍된 스케줄 하에 순차적으로 배워나갈 것이 많은데, 시간이 안 맞아서 할 수가 없다는 짜증섞인 불만이 처음 포문을 열었다. 그리고는 내가 본인의 시간에 맞추지 못해 스케줄 잡기가 어렵다고 하면서, 결국 내 탓을 하는 방향으로 말을 들고 갔다. 본인의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을 본인 시간에 맞추지 못하는 내 스케줄 때문이라는 식이다. 나도 밥벌이 하는 일이 있는 직장인인데, 인기많은 본인의 스케줄에 어떻게 다 맞추나.. 또 하루 2시간을 넘기지 않으려고 하셨기 때문에 무조건 5일이라는 시간을 빼야 하는 점도 부담스러웠다. 결정적으로, 차에도 적응해야 해서 정신이 없는 나를 계속 다그치기만 했다. 화를 내고, 소리를 질렀다. 마지막에는 끝내 당신은, 당신은, 당신은, 이렇게 세번쯤 나를 아래로 깔보듯 말을 하더니 일반 초보들보다 훨씬 못한다라고 말을 했다. 어이가 없었다. 이 사람한테 10시간이나 배울 생각을 했다니.... 그렇지만 다른 강사를 구하고 시간을 맞추기가 힘들 것 같아 결국 장고 끝에 다시 연락을 해서 시간을 맞춰보려고 시도해 보았다. 그렇지만 2주이상 시간이 떠서 시간 맞추기가 힘들었고, 나는 결국 그 분을 놓아드렸다. 5만원과 함께. 



그리고 나타난 나의 일일 구세주. 그 어이없는 경험을 한 뒤 2일이 지나서 다가온 월요일 오후였다. 갑자기 오전에 "연수해줄까?"하고 연락을 하셔서, 재택근무 중이었던 나는 냉큼 그 제안을 물었다. 거의 매일 야밤까지 일을 하시던 스케줄임에도 우리집까지 제 시간에 딱 오신 것부터 감동... 일단 차와 혼연일체는 커녕 차에 매달려 가기 바쁜 나를 보시더니, 조용히 마트를 가자고 하셨다. 우당탕탕 우여곡절 끝에 마트 주차장으로 향했다. 그나마 넓고 쾌적한 마트 주차장이었다. 거기서 나는 실컷 뒤로 갔다 앞으로 갔다를 하면서 아주 원없이 중앙 감각, 주차 선 맞추기, 시속 0km으로도 차를 움직여 가보기 등등 혹독한 기초 특훈을 했다. 차가 아직 몸에 잘 맞지 않는지 도가니가 나갈 뻔 한 것도 잠시. 온 김에 세차 용품을 보자면서 차량 용품 코너로 데려가 주신 센스. 차는 생겼는데 차량 용품이 다 뭐야, 아무 개념도 없고 생각도 없는 나의 깨끗한 두뇌에 여러가지 지식을 꾸겨넣어 주심과 동시에 은혜롭게도 몇몇 진짜 꼭 필요한 제품을 건네 주셨다. 부잡스런 선물보다 난 이런 선물에 너무 감동을 받는다. 특별한 것보다 더 특별했다. 특훈을 좀 더 하고, 또 바로 가셔야 한다고 일정에 맞춰 가버리셨다. 열심히 운전해서, 보은은 다음 기회에... 




그리고 나서 며칠 뒤 만난 강사는 좀 피곤한 상태로 오신 분이었다. 투잡을 하는 분. 특이사항이라면 내 연락처로 처음부터 대뜸 전화를 걸지 않고, 문자로 인사를 하면서 말을 거셨다. 나는 그 점에서 약간 점수를 주고, 그 다음에는 이 분이 화를 내지 않는 점에서 점수를 후하게 줬다. 내가 조급하거나 바로바로 대응하지 못해서 당황하는 순간에도, 다그치거나 탓하는 법이 없이 매뉴얼처럼 천천히 나의 뇌에 입력해 주었다. 나는 차라리 그런게 필요했다. 낯선 차, 어색한 도로 상황, 온갖 신호에 도로 특성에 보행자에 단속에 법규까지 지켜야 하니 순식간에 나한테 뭘 따지러 온 사람이 여럿인 것 같은 기분에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었다. 한 가지씩 이슈가 나를 탁탁 때릴 때마다, 옆에서 이럴 경우에는, 하면서 차분히 대응하도록 알려주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침착하게 대응하는 것에 많은 도움이 된 것 같다. 


덕분에 오늘은 처음으로 혼자 주차도 하고, 집에서 충전도 하고. 또 충전 후에 다른 자리로 차를 옮기는 것까지 성공할 수 있었다. 아무도 나를 봐 줄 수 없는 점이 너무 무서웠지만 충전을 해놔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감행했는데, 마음은 조급하지만 천천히 매뉴얼을 떠올리면서, 느려도 실수하지 않도록 조심히 살펴가며 결국 두 번 다 성공했다. 폭우가 쏟아지던 날에도 사진을 받아가며 전화로 주차를 도와줬던 착한 강사님은 오늘도 너무 기쁘다고 이건 다 실력이 된 거라고 뿌듯해 했다. 감사는 내일 드라이브 쓰루 매장가서 커피로 보답해야지! 






매거진의 이전글 아는 만큼 싫은 것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