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직장맘 게시판에서 재밌는 글을 하나 읽었다. 어느 워킹맘 한 분이 오늘 본인의 마음을 대변한다며 트위터 글 하나를 캡처하여 올렸는데 내용은 이러했다.
“부장님 주재하는 회의 들어가기 싫다. 문제는 내가 그 부장이다.”
참으로 슬프면서도 웃긴 글이었다. 내 옆자리에서 하루하루 고군분투하시는 부장님이 생각났다.
코로나로 팀원들의 분산 근무가 시작됐고 우리 방에 남은 인원 중 아이 엄마는 셋이다. 아이 키우는 이야기에 공감할 수 있는 건 역시 엄마인 사람뿐이다 보니 옆 자리의 부장님과 사적인 이야기를 자주 나누게 됐다. 그렇게 멀고도 어려운 존재였던 부장님은 워킹맘이라는 공통분모로 가까워졌다.
부장님은 양가 도움 없이 아이 둘을 키워가며 회사 생활을 하셨다. 지금이야 회사에서 1년 3개월의 육아휴직(출산휴가 포함)과 1년의 단축근무를 허용하지만, 부장님 시절엔 2개월의 출산휴가가 전부였다. 우리 팀이 그동안 야근은 얼마나 많았던가. 체력이 좋으신 것도 아니다. 드시고 계신 약만 해도 몇 종류인지 모른다.
도대체 어떻게 버티신 걸까. 존경하는 마음이 절로 든다.
입사 시절 함께 했던 사람들 중 남아 있는 사람은 40프로 정도다. 일이 맞지 않아 30프로는 떠났고, 나머지 30프로는 직장인과 엄마라는 두 역할을 병행하는 데 한계를 느껴 떠났다. (참고로 나는 부서가 여성으로만 구성된 곳에서 일하고 있다.)
10년 전에 비해 상황이 조금 나아졌다지만 아직도 우리 사회가 갈 길은 멀다. 사회가 해결해 주지 못하니 결국 집마다 각개전투를 펼쳐야 한다. 나 또한 회사 생활을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 나의 휴가, 남편의 휴가, 지방에 계신 양가 부모님의 장거리 지원. 매주 벌어지는 돌발 상황들에 사용할 수 있는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서 버텨보고 있다.
엄마 손이 가장 많이 필요하다는 초등학교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런 고민이 떠오르면 머리를 휘휘 돌려 생각을 털어낸다. 당장 오미크론으로 난리인 올해도 어떻게 버틸지 막막하여 거기까지는 생각할 여유가 없다.
상황이 이러니 출산율이 매년 줄어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내 주변만 해도 딩크족인 친구들이 여럿이다. 아이가 주는 기쁨은 그 무엇과도 견줄 수 없지만 자식을 키운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매일 체감 중이기에 그들의 선택도 깊은 이해가 된다.
초등학교 4학년쯤으로 기억한다. 엄마가 직장 생활하며 우리를 키우는 게 버거워 보였던 걸까. ‘나도 언젠가 엄마가 되겠지만 앞으로 20년 후의 일이니까. 그때는 시대가 바뀌어 아이 키우는 게 좀 더 수월해지겠지?’ 생각했던 기억이 있다. 그 나이에 이런 생각은 왜 했던 걸까.
오늘 그때의 나에게 답한다.‘응 그래.. 지금은 적어도 반찬은 니가 안해. 주문하면 집 앞에 와있단다.. 놀랍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