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목표는 어드벤스드 초보운전자다.
“여..여보 나 어느 길로 빠져야 해???”
“네비를 봐. 이것도 연습해야 해…”
손바닥이 축축하다. 자유로에 진입한 이후부터다. 액셀과 브레이크는 밟는데 큰 힘이 필요한 것도 아닌데 내 다리 근육엔 바짝 힘이 들어가 있다. 다리뿐이랴, 팔과 어깨는 아까부터 결리기 시작했다. 초보운전도 등급이 있다. 난 이제 상중하 중에서 하를 갓 빠져나온 중급 초보운전자이다. 왜냐하면 지금 자유로 위에 있기 때문이다.
어젯밤 파주 아웃렛을 목적지로 지정하고 여러 번 길을 찾아봤다. 베테랑 드라이버인 신랑은 내일 네비를 보면 되는걸 뭐 하러 그걸 여러 번 찾아보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내가 네비를 보고 운전에 능했으면 아웃렛을 혼자 갔을 거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삼켰다.
초보운전자 중급단계에 진입했다고 우겨보는 데엔 이유가 하나 더 있다. 이제 출퇴근 길만큼은 어느 정도 자신이 붙었기 때문이다. 하고 싶지 않았던 운전이었다. 회사 어린이집 등하원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운전의 운명을 받아들였다. 매일 공포와의 전쟁이었다. 초보운전 비기너를 벗어날 수 있었던 핵심은 그냥 매일 운전을 했다는 것이다. 선배 운전자의 조언도, 운전 유튜브채널 시청도 큰 도움은 되지 않았다. 연습만이 답이란 것을 알았기에 매일 공포와 마주했다. 운전대를 많이 잡는 게 공포를 이기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회사 내에 초보운전자모임이 있다. 나와 같이 어린이집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운전의 운명을 받아들인 엄마들이다. 운전과 얽힌 에피소드라도 생기면 다음날 사내메신저 창이 파바박 열린다. 초보운전자의 마음은 초보운전자만이 헤아려줄 수 있다.
벤츠와 공사장 펜스 사이를 빠져나가야 하는 미션에서 긁어도 펜스에 내 차를 긁는다는 정신으로 땀 흘리며 운전했다는 일화. 신랑이 지정해 준 곳에서만 차선 변경을 하고 모르는 길로 진입할 일이 없기에 네비 따윈 켜지 않는다는 이야기. 집까지 차선변경이 두 번이나 남았는데 사이드미러가 접혀서 공포에 떨었다던 사건. 웃픈 이야기를 나누며 초보운전자의 동지애가 단단해졌다.
90km/h. 내가 밟아본 최고의 속도다. 내가 이 속도로 자유로 위를 달리고 있다니 믿기지가 않는다. 이걸 해내다니 이제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을 것 같다.
목적지 부근입니다. 안내를 종료합니다.
차에서 내리니 다리가 후들거린다. 몸이 천근만근이다. 마음은.. 마음은 벅차오른다. 내가 운전해서 파주 아웃렛에 왔다. 승진을 한 기분이다. 아니지 승진이 맞다.
오늘부터 난 인터미디엇 초보운전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