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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므프 Feb 02. 2024

유치원 말고 어린이집을 다닙니다.

직장어린이집 만세!



© ihatov, 출처 Unsplash




“엄마 번개처럼 빨리 와야 해!! 아니 번개보다 빨리 와야 해!!” 알겠다는 다짐을 몇 번이나 받고서야 교실 안으로 들어갔다.




아이는 직장어린이집을 다니고 있다. 직장어린이집으로 말할 것 같으면 나를 구해준 구세주라고나 할까. 엄마로서의 나의 인생은 직장어린이집 입소 전과 후로 나뉜다.



동네 어린이집을 보내려면 이모님이 꼭 필요했다. 이모님을 구하기 위해 깔았던 앱만 몇 개였나. 아파트 내 전단지도 붙이고 맘카페에 글도 올렸다 내 아이를 맡길 믿을 만한 사람을 구한다는 게 쉽지가 않았다. 그렇게 어렵게 구한 이모님이 그만두겠다고 알릴 때마다 멘붕이었다. 퇴사라는 마지막 카드를 가슴속에 항상 품고 지냈다.





© seanpollock, 출처 Unsplash




우리 가족은 9시에 모두 광화문으로 나와 6시에 함께 집으로 향한다. 직장 어린이집은 일하는 곳에서 5분 거리다. 아이와 물리적 거리가 가까워지니 내 마음도 놓였다. 무슨 일이 있으면 바로 뛰어갈 수 있었다. 게다가 어린이집에서 아이 저녁까지 제공하기에 저녁밥 걱정에서도 해방됐다.



다 같이 출퇴근 한지 2년이 됐고 초등학교 입학까지 2년이 남았다. 그날까지 우리 아들은 직장어린이집을 다닐 계획이다. 3월부터는 새로운 반이 시작된다. 그동안 함께 하던 친구들 중 절반이 영어유치원과 일반유치원으로 떠난다. 어린이집만 다니다 초등학교 입학하는 데 불안한 마음이 들지 않냐고 묻는다면 솔직히 불안하다. 하지만 이 불안감을 지금에서야 처음 느끼는 것은 아니다.








© gautamarora1991, 출처 Unsplash




2년 전이다. 전업맘인 친구는 아이가 하원하면 미술, 발레, 가베를 가르치는 학원을 보내거나 방문수업들을 진행하고 있었다. ‘벌써부터?’라는 생각과 동시에 ‘우리 아이는 이대로 괜찮은 걸까?’는 걱정이 함께 몰려왔다. 그러나 괜찮지 않다 한들 내게 다른 선택지는 없었다. 양가는 지방이라 등하원 도움을 주실 수 없고 이모님 고용은 내게 더 큰 스트레스다. 불안한 마음이 들 때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육아서를 펼치는 것이었다.




책 안에서 답을 찾았다. 아이에게 좋은 선생님과의 만남을 주선해 줄 순 없어도 내가 그 좋은 선생님이 돼 주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는 엄마와 거리 두기를 할 녀석이겠지만 아직은 엄마가 세상에서 제일 좋은 엄마껌딱지가 아니던가.



퇴근 후 갈아 넣을 에너지가 많진 않았다. 딱 내가 해볼 만하겠다 싶은 것만 해보기로 했다. 나머진 어린이집의 프로그램들을 믿기로 했다.


그렇게 나는 밤마다 아이와의 오붓한 배움의 시간을 갖고 있다. 워킹맘이어서 시작했다. 엄마표 배움의 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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