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한 기도가 소음으로 느껴져요.
키보드를 두드리는 지금 이 시간에도 밖에선 기도소리가 들린다.
확성기로 커다랗게 들리는 기도 멜로디,랄까
처음엔 남성의 음성으로 시작하는데
점차 고조되면서 남자 아이가 악쓰며 멜로디를 따라하는 것과 비슷한 소리도 함께 들린다.
현재 시간 오후 7시 15분...
6시쯤부터 시작된 것 같은데 한시간이 넘었고
지난주를 생각해보면 한 9시 다 되어서까지 계속되었던 것 같은데...
나는 이 시끄러운 기도소리를 세시간 넘게 듣고 있어야 한다. (당연히 창문을 닫았는데도 다 들림)
이곳에 도착한 첫 날, 새벽 3시 반에 기도소리에 깼다.
한 15분 정도면 끝나겠지 하고 초반엔 흥미롭게 듣고 있었는데
한시간을 넘는 시끄러운 소리에 점점 짜증이 나며 잠이 달아나더니
앞으로 이곳에서 매일 이렇게 시달리며 살아야 하는 건가 싶어 잠을 이룰수가 없었다.
그런데
3-4일이 지나면서부터는 새벽에 깨지도 않고 자게 되었다.
첫주 경험에 의하면 엄청 시끄러운 소리라서 안들릴 수가 없을텐데
그 주만 유난히 크고 길게 했던건지,
아니면 외노자의 삶이 피곤해서 깨지도 못하고 자는건지,
신비로운 인체의 미친 적응력 덕분인건지 나도 잘 모르겠다.
새벽 기도는 그렇게 적응이 되어 그냥 잠을 자게 되었고,
11시쯤 출근할 때 들리는 소리는 당장 바쁘게 준비하고 나가야 하니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간다.
10시쯤에 고젝(카카오택시 같은 앱)을 잡을때는 금방 잡히는데
11시 반이 지나 나가려고 하면 4-5분이 더 걸리기도 한다.
기도 때문인지 원래 그 시간대가 그런건지 그것도 모르겠다..
낮 기도소리는 10분-15분 정도로 짧게 들려서 그나마 참을만 하다.
수업을 하다보면 밖에서 소리가 들려오는데,
온라인 수업이 있을 때는
학생 쪽에서 대답할 때 마이크를 켜면 배경으로 기도소리가 같이 들린다.
하루에 다섯번인가 기도를 한다던데
정확히 몇 시에 몇 분동안 기도하는건지도 모른다...
나는 내 자신이
종교와 문화를 존중하려고 노력하는 열린 사람인 줄 알았다.
그런데 기도소리가 소음으로 느껴지면서,
이렇게 동네 사람들에게 불편을 주면서까지 종교를 세뇌시키듯 기도하는 게
이기적인 것 같다는 생각이 더 커지고 있다.
이 와중에도
이렇게 키보드에 불만만 두드려대고 있을 뿐
제대로 이해할 마음도 없는 것 같다.
사실,
부끄러운 일이 또 있었다.
며칠전에 인도네시아 섬이 몇개나 있는 줄 아냐는 질문에
엄청 많겠지 싶어서, 한...오백개? 라고 말했는데 "업up!"
팔백...개? 라고 했는데도 "업up!"
이 나라에 섬이...만 팔천개가 있단다.
믿을수 없어서 구글에 찾아보니 진짜였다.
물론 쪼끄만 섬까지 다 세서 그런거겠지만, 만 팔천개라니!
예~전에 말레이시아에서 잠깐 일했던 적이 있다.
쿠알라룸푸르에 지낸지 한달 정도가 지나고서야,
코타키나발루는 KL과는 다른 섬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무식한 나에게 충격을 받았었는데
이번에도 다시 한번 같은 종류의 충격을 받았다.
게다가
인도네시아 인구는
세계 4위였다. 그것도 몰랐다. 여태 중국, 인도, 미국까지만 알고 있었던 것 같다.
헐...(육성으로 헐!이 튀어나옴)
2억 7천이 넘는 이 수많은 인구,
그것조차 공식으로 등록된 사람들만을 셌을 것인데
등록하지 않은 사람들까지 전부 합친다면...
...외국인의 거주 등록이 이렇게 힘든 이유를 납득했다.
인도네시아는
내가 여태 일해본 나라들 중에서 외국인 등록이 가장 까다로운 나라다.
출입국 관리소 같은 한 장소에 가서 등록하는 게 아니라
어디서 무슨 서류를 따로 받아서 어디 가서 거기에 싸인을 받고 그 다음 단계에 가서 싸인을 받아서,
그걸 가지고 주민센터같은 곳에 가서 확인받고 그 서류로 어쩌고...
그 과정을 개인이 하기엔 담당자를 만나기조차 쉽지도 않다.
그 과정이 번거롭고 힘든 건 둘째치고,
정보가 필요해 좀 물어보려면 자꾸 돈을 요구하는데 그게 너무 스트레스라서 아직도 못하고 있다.
엊그제는 애꿎은 회사 식구에게 마구 하소연을 했다.
우리 셋이 밥을 먹을때 내돈 오십만 루피아(약 오만원)를 내는 것은 하나도 아깝지 않지만
나는 이 사람들이 contribution이라고 요구하는 건 오만 루피아(약 오천원)도 열받아서 낼 수가 없다고 마구 짜증을 냈었다.
그녀는 나의 이런 마음을 이해한다며, 폭발하는 날 다 받아주며 위로해 줬는데...
그날 밤,
힘들어도 수라바야에서 힘내세요, 라는 메시지를 받고 눈물이 핑 돌았음..
다시 생각해도 서러워서 눈물난다. 히잉..
나는,
이 나라에 대해 아는 것도 없고
알려는 노력조차 하고 있지 않는 것 같다.
아까 마트에 갔을 때
계산대에서 직원이 인니어를 할 줄 아냐고 물어봐서 못한다고 했는데,
이래서는 안되겠다.
부끄러운만큼 공부를 좀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