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살, 크록스 신고 바르셀로나 걷기 (1)
"두 분은 만난 지 얼마나 되셨어요?"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한 레스토랑에서, 서로에 대해 묻고 답하며
저녁식사를 하던 중이었다.
낯선 여행지에서 '한국인' 가이드 투어를 함께 들었다는 이유만으로 생긴 모종의 반가움이
그 식사자리로 이어지게끔 하였다.
"우리요? 우리, 2년 정도 됐나?"
서로 얼굴을 바라보며 확실치 않다는 듯 갸웃거리며 그들은 말했다.
나는 고개를 몇번 끄덕이고 고개를 푹 숙인 채 이베리코 고기 한 점, 까바 한 모금을 마셨다.
우리의 대화는 서로의 일, 함께 투어를 했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와 웃음으로 가득 찼다.
친절하고 배려심 넘치며 수다스럽고 사랑스러웠다.
혼자 여행하는 내가 맛있는 음식을 많이 못 먹을까봐 걱정하면서도 내가 부담스러울까 조심스레 저녁식사를 제안하고, 나의 교환학생 생활에 대해 궁금한 것이 많았던 언니들은.
몬주익 분수가 재개했다는 한인민박 사장님이 알려주신 소식에 택시비까지 내어주며 나를 데려갔던 언니들.
아쉽게도 분수쇼는 끝나있었지만 피아노 치는 사람, 다정히 앉아 있는 사람들이 한눈에 보이는 계단 맨 위에 앉아 한참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바르셀로나에서 마지막 밤이라는 내 말에 다음날 본인들 일정이 있음에도 보고 싶은 때까지 마음껏 보라는 말을 부담없이 턱턱하는 언니들.
혼자 여행하는 동안 낯선 장소에서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혹시 한국에서 이들과 스쳐 지나갔을 수도 있지 않을까, 같은 지하철에서 같은 한강을 지나가고 맨 끝과 끝에서 타고 내렸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아마 우리는 이렇게 헤어지면 다시 마주칠 확률이 현저히 적은 인연이다.
그럼에도, 여행지에서 그녀들이 주었던 따뜻함은 오래도록 내게 남아 일상을 살아갈 힘이 되곤 한다.
철저히 혼자였을 때, 누군가 내어준 짧은 시간이.
혼자 여행하며 외로웠던 기억이 있어 혼자 여행하는 내가 더욱 신경쓰였다는 언니들, 여성들이 주었던 무해하고 세심한 사랑이.
한국에 돌아와 연락할 방도는 없다. 그리고 여행지에서 만남은 그 순간 그곳에 그대로 두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다는 것을 문득 깨달았다.
그저 그들이 사랑을, 그들의 세상으로 오래 이어갈 수 있도록 혼자 응원하고 바라는 것이 나만의 방식으로 그들을 기억하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