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영화가 있다. 별 내용이 없는데 재미있는.
'퍼펙트 데이즈'가 그런 영화다.
주연, 일본의 국민배우인 '야쿠쇼 코지'는 이 영화로 2023년 칸 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그가 누구냐면, 바로 이 사람이다.
영화 '쉘 위 댄스'의 스기야마.
영화는 첫 10분간 대사도 없이 주인공의 일상만을 쫓아간다.
출근해서 일하는 별일 없는 평범한 삶.
이 영화를 보고 있으려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가 나를 본다면 저렇게 보일 수도 있겠구나.
비슷한 결의 영화인 짐 자무쉬의 영화 '패터슨'과 흡사하지만. 또 다르다.
퍼펙트 데이즈를 즐겁게 관람한 분이라면 패터슨도 추천합니다.
일본 특유의 감성이라고 해야 될까. 그 느낌이 좋다.
주인공은 자주 웃는다. 하늘을 보고도 미소 짓고, 나무를 보고도 웃는다. 아이를 보고도 마찬가지다. 나는 한 사람이 행복한지를 판단하는 척도로 ‘웃음’을 꼽는다. 자주 웃는 사람이 행복한 사람이다. 그리고 그 행복은 스스로 만드는 거다. 누가 손에 쥐어주지 않는다.
루틴이 주는 안정감이 영화 내내 조용히 흐른다.
반복되는 일상이 누군가는 지루하다고 느껴지겠지만, 그렇지 않은 나 같은 사람도 있다. 평범한 일상 그 자체가 소중하다.
그가 일을 준비하면서 카러비너에 열쇠를 허리춤에 하나씩 꽂고, 도구들을 챙기는 익숙한 루틴까지도 좋다. 보고 있으니 마음이 절로 차분해진다.
자연을 느끼는 편안함이 좋다.
아침에 집을 나서며 하늘을 보며 미소 짓고, 나무를 하염없이 바라보고 사진을 찍으며 행복해하는 주인공. 자연은 우리에게 얼마나 큰 안정을 주는가.
우리는 무언가 놓치고 살고 있는 건 아닐까. 현대인은 스마트폰의 화면에 마음과 눈을 뺏긴 최초의 인간으로 남을 것인가.
일상의 소소함이 주는 행복이 따뜻하다.
주인공은 이렇게 잠 자기 전, 노란 불빛 아래에서 조용히 책을 읽는다.
그렇게 하루를 마친다.
마지막 장면에서 '제발 이렇게 끝나지 말고, 조금 더 이야기를 풀어주기를' 간절히 바랐다.
하지만 이렇게 끝나고 나니, 시원섭섭하고 허탈한 기분이 드는 게 어쩐지 더 좋을 수도.
평범한 일상이 주는 행복.
우리 모두 깨달았으면 좋겠다.
검소하고 소박하게, 가진 것에 감사하는 단출한 삶.
정의롭고 고결하며 절제하고 지혜로우며 사려 깊고 정직하며 겸손한 삶.
단순하며 초연한 삶.
거기에 진정한 행복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