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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같이 일찍 숙소를 나왔다.
시장에 간다. 일찍 열고 일찍 닫는 곳이란다. 오후 2시면 대부분 가게가 문을 닫는다던데.
그래서 빨리 출발한다.
이 시간에 지하철이 이 정도라니.
다들 열심히 살고 있구나.
전 세계 공통인 듯.
신선한 해산물과 먹거리가 가득한 전통적인 시장이다.
사람 많은 곳은 질색이지만, 재래시장을 봐야 무언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와봤다.
나름 일찍 온다고 왔는데 벌써 사람이 이렇게 많다.
탕후루?
각종 생선을 비롯한 구이, 과일 등 먹거리가 가득하다.
장아찌, 절임(?) 이거 보니까 흰쌀밥에 반찬으로 먹고 싶다. 아 배고파.
꼬치 종류가 다양하다.
배고프다. 뭐 좀 먹어보자.
줄이 보이길래 일단 섰다.
근데 줄이 왜 이렇게 길지. 잘못된 선택인가.
일본은 줄 서는 가게마다, ‘줄을 관리하는 직원‘을 따로 둔다. 그까짓 줄 대충 서게 하면 되는데 굳이 비용을 들여 ‘줄을 관리하는 직원을 고용한다.
왜냐면, 주변 거리와 가게에 민폐를 끼칠까 봐. 혹시라도 불편을 일으킬까 직원을 둬 줄을 관리하는 것이다. 마음에 든다. 나는 모든 사람들이 이런 마음가짐이면 좋겠다. 그럼 세상이 더 평화로워질 것 같다.
줄이 수상하게 길어서 인터넷을 뒤져봤다.
내가 줄 선 가게는 ‘키츠네야 곱창덮밥’ 이라고 한다.
한참을 기다리니 드디어 차례가 왔다.
곱창덮밥 하나 시켰다.
밥을 그릇에 넣고, 저 팔팔 끓는 냄비에서 내장볶음을 퍼내어 얹어준다.
이런 모양이다.
그냥 가게 앞에 서서 먹으면 된다.
짠데 맛있다.
짜니까 맛있는 건가.
내장이 잡내도 안 나고 부드럽게 잘 익어 흰 밥과 잘 어울린다.
곱창. 족발맛 같기도 하다.
흰밥에 비벼진 짭짤한 내장에 아삭한 파의 식감.
글 쓰면서 보니까 또 먹고 싶다.
가부키, 일본 전통극 공연장이다.
전통을 지키려는 노력이 돋보인다.
누군가는 이렇게 해야 한다. 그래야 맥이 끊기지 않는다.
일본 최초의 백화점이다.
여러모로 역사적이다.
한국 최초의 백화점은 미스코시 백화점 경성점이었다.
지금의 신세계 백화점 본점이 바로 그곳이다.
외형을 여전히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미쓰코시 백화점 안으로 들어왔다.
쇼핑은 관심 없으니 그냥 둘러만 봤다.
오래된 건물 느낌이 난다.
도로에 파란 화살표는 자전거 길을 표시한 것 같다.
건물에 자동차 타워 주차장처럼 자전거를 위한 자동 주차 시설이 있다. 여러모로 자전거에 대한 배려가 돋보인다.
지난번 글에서 설명했던 긴자의 단팥빵집이다. 현재 1평당 가격이 무려 16억이 넘는 긴자에서 100년 넘게 꿋꿋이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그건 무슨 의미일까? 임대료만 받아도 충분히 먹고살 수 있을 텐데? 대체 왜 이 비싼 땅에서 단팥빵을 파는 걸까. 가업을 이어간다는 것의 가치, 장인정신이란 돈을 뛰어넘는 그 무엇이란 말인가.
먹어봐야지. 그럼 조금은 알 수 있으려나.
가게를 찾았다.
지난번에 왔을 땐 줄이 길었는데, 오늘은 일찍 와서 그런지 바로 입장 가능하다.
안쪽 계산대에 줄을 서 있다.
오리지널로 하나만 구매했다.
이렇게 포장해 준다.
깔끔하고 간소하다.
과한 포장은 없다.
짭짤한 빵에 달콤한 팥앙금이 들어간 맛이다.
빵이 쫄깃한 게 식감이 좋다. 상상하던 일반적인 팥빵은 아니다.
확실히 뭔가 다르다. 오히려 소금빵에 가까운 느낌?
맛있다.
저 가운데 좁은 건물이 기무라야의 빌딩이다. 맨 위 층에서 빵을 만들어 내려보낸다고 한다. 임대료 싼 공장에서 대량으로 만들어 납품하는 게 수지타산이 맞을 텐데. 굳이 이 비싼 땅에서 빵을 만드는 이유는 단 하나겠지.
‘그래야 맛있는 빵을 손님에게 제공할 수 있으니까’
장인정신이란 그런 고집에서부터 발현되는 법이다.
변하지 않는 것은 무엇인가?
나는 어떤 가치를 소중히 지켜야 하는가?
다른 곳을 보러 또 걸어가 보자.
5일차 첫 번째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