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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키하바라에서 애니메이션 쪽 컨텐츠들을 봤으니, 피규어도 구경해 보자.
아키하바라 최대의 중고 장난감 전문매장이다.
건물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여기도 무려 8층 전체가 관련 제품들로 꽉 들어차있다. 스케일이 다르다. 이러니 전 세계에서 매니아들이 모일 수밖에.
매 층마다 각기 다른 주제로 구성되어 있다.
원하는 책을 찾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다들 눈에 불을 켜고 만화책을 들여다본다. 보물을 찾는 심정이겠지.
오래되어 희귀한 장난감들도 많다.
가격은 물어보지 않았지만, 진열장에 자물쇠까지 채워져 있는 걸로 봐선 만만한 가격은 아닐 것 같다.
오래된 CD와 비디오테이프 까지도 보유하고 있다.
재미있어서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너무 많은 걸 봤더니 정신이 없다.
밖으로 나왔더니 차 없는 거리가 되었다. (아마 13:00 부터 인 듯) 여기도 ‘보행자천국’ 이다. 일요일은 거리를 통제하고 시민들이 즐길 수 있게 해 놓았다.
밀덕들이 좋아할만한 것 발견. 전술차량을 꾸며놓았다. 물론 공기총이겠지만, 차량 뒤 트렁크에 총기 거치대도 총과 함께 구매할 수 있나 보다. 아키하바라엔 정말 없는 게 없구나.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취미를 자유롭게 즐길 수 있는 곳. 아무도 눈치 보지 않고 좋아하는 걸 하며 행복을 느낀다.
너무 구경했더니 피곤하다. 이번 여행에서도 쉐이크를 먹는다. 맥도널드에서 딸기쉐이크 하나 사서 앉았다. 달달한 거 먹으며 좀 쉬자.
다음 장소로 걸어서 이동한다.
당연히 참배는 안 한다. 해마다 뉴스에 나오는 곳을 한 번 보고 싶었다. 대체 어떤 곳이길래.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3일차 ‘아사쿠사 센소지’ 사찰에서 설명했던 ‘시치고산’ 행사가 여기서도 진행 중이다. 신사의 주요 수입원인 게 확실하다.
시치고산(일본어: 七五三)은 일본의 전통 명절로, 남자아이가 3살·5살, 여자 아이가 3살·7살 되는 해의 11월 15일에 아이의 무사한 성장을 신사 등에서 감사하고 축하하는 행사이다.
-출처: 위키백과
도쿄 만에 위치한 인공 섬으로, 현대적인 관광 명소들이 많은 곳. 이란다.
도착하니 바닷가. 큰 배가 정박해 있다.
드디어 만나는구나. 몇 년 전부터 화제가 되었던 실물크기 건담. 실제로 보니 사이즈가 압도적이다.
혹시나 해서 가까이 가 봤다. 허섭하게 만든 게 아니다. 디테일까지 꼼꼼하게 챙긴 고퀄리티.
실제로 작동한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분위기다.
근처 바닷가를 보러 공원에 왔다.
백사장이 길게 뻗어있다.
도심에서 만나는 해변이라, 색다르다.
자판기로 뭐 하나 마시자. 오
팥죽이 있네?
팥죽하나 샀다.
따뜻하다.
마셔보니 진짜 팥죽이 맞다. 팥알갱이도 씹히는 게 식감이 좋다.
재미있는 음료수를 많이 파는구나. 여기서도 다양성을 느낀다.
킥보드 주차장 구획정리가 정확하다.
주차 또한 질서정연.
건담 변신하는 거 보러 다시 왔다.
위 건담쇼를 보고 나서 나는 두 부류의 사람들을 보았다. '뭐야, 겨우 이거였어?' 라고 비아냥대는 사람과 박수치며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전자는 주로 한국 관광객들이었는데, 아마 내 귀에 한국말이 강하게 꽂혔기 때문일 거다. 나는 그들의 무례함이 낯부끄러워서 얼른 자리를 떴다.
저렇게 멋진 건담을 만들고, 심지어 움직이는 동작까지 구현했는데, '고작 이거야?' 라는 사람들의 시큰둥한 반응을 듣는다면 그 누구도 저런 멋진 로봇을 만드는 시도조차 하지 않을 거다.
일본은 작은 도전에도 박수치고 응원한다. 그래서 저런 로봇이 나왔다. 저기서 더 발전해서 앞으로 한 걸음 걷고, 언젠간 로봇이 하늘을 날지도 모른다.
비단 건담뿐만이 아니다. 아이돌에 대한 인식도 마찬가지로 보인다.
일본의 아이돌은 데뷔하면 춤도 엉성하고, 노래도 좀 부족하다. 하지만 그래도 팬들은 '고작 이정도야?' 라고 비웃거나, 비난하고 욕하지 않는다. 팬과 아이돌이 함께 성장하는 과정 자체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도전에 박수치고 응원하면서 힘을 얻는다. 그래서 수십 년 된 중년 아이돌들도 여전히 활발하게 방송하는 것이다.
노벨상이 30명 가까이 나올 수 있었던 데는 다 이유가 있다.
결과가 부족해도, 과정과 노력이 중요한 사회.
포기하지 않고 무언가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한 사회.
그래서 장인정신이 존경받는 사회.
조금씩 조금씩 발전하려면 우습고 작은 시도에도 박수쳐주고 응원해 줘야 마땅하다.
응원하는 문화와 비웃는 문화, 두 나라가 있다면 어떤 나라가 선진국의 반열에 올라갈지는 명약관화하다.
나는 평소에 타인의 그런 도전에 어떻게 반응했었나.
우리 사회는 지금 어떤 모습인가.
건담쇼 하나 봤을 뿐인데, 생각이 너무 많아졌다.
뭐라도 먹자.
저녁 먹으러 푸드코트 왔다.
나는 맛집 줄 서는 것보다 푸드코트가 편하다.
야끼소바를 주문했다.
상상했던 그 맛이다.
야경이 이쁘다길래, 오다이바 해변 공원으로 다시 와봤다.
레인보우 브리지에 불이 켜졌다.
밤공기가 차다.
고즈넉한 분위기가 좋다.
'춤추는 대수사선, 레인보우 브릿지를 봉쇄하라' 라는 영화를 예전에 재밌게 봤었는데, 그때는 내가 실제로 레인보우 브릿지에 올 줄은 몰랐지.
오다이바 해변에 큰 트리가 세워졌다.
아직 크리스마스는 한 달도 넘게 남았는데.
일본인들이 크리스마스에 진심이라더니. 그게 사실인가 보다.
이제 집에 가자.
안녕 건담.
숙소까지 멀다.
지하철을 한참 타야겠구나.
역에서 나와보니 밤이 늦어 한산하다.
얼른 들어가서 눕고 싶다.
그럼 오늘은 이만.
4일차 총 걸음수 : 24864
4일차 두 번째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