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거운 연탄을 마음으로 가볍게 옮긴다.
유치원 초등학교 때 집에 연탄을 쟁여놓고 때우고, 연탄재 버리고 했던 기억이 있다. 저층 아파트 2층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연탄이 무거워 낑낑 되었던 생각이 난다. 내가 중학교로 올라가면서였을까 모두 보일러로 교체가 된 이후로 나도 연탄을 사용해본 적이 없다. 지금은 이렇게 잘 찾아볼 수 없는 연탄이지만, 겨울을 따듯하게 보내기 위해 지금도 필요한 곳들이 있다.
오랜만에 연탄 봉사를 나갔다. 처음에는 이렇게 생각했다. 그냥 연탄 회사에서 바로 배달해주면 되는 거 아닌가? 일단 연탄을 쓰는 가구들은 크게 수입이 없는 어르신 분들이 대부분이고, 어찌어찌 구매를 하신다고 해도 그 집들의 환경이 생각보다 연탄을 옮기기가 쉽지 않다. 배달하시는 분들에게 웃돈을 얹어주지 않는 이상 쉽지 않은 코스들이 있다. 큰 도로에서 집까지의 길들이 생각보다 길고 깊고 좁고 울퉁불퉁하여 수레를 끌기에도 애매한 곳들이 있다. 그래서 연탄 봉사에 사람들의 손과 발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된다. 짧게는 백 미터 길게는 몇 백 미터까지 사람이 2개씩 안거나 지게로 4개씩 들고 걸어가서 하나씩 창고에 쌓는다. 이렇게 연탄을 이동시켜주는 것은 사람의 발이오, 온정을 전해주는 것은 사람의 손이 할 일이다.
연탄 배달 봉사를 할 때마다 느끼는 것은 연탄이 생각보다 무겁다는 것이다. 눈으로 볼 때는 크기도 엄청 크지 않고 쉽게 몇 개는 들 수 있는 것 같았는데 막상 들어보면 묵직하고 몇 개 이상 들기가 어렵다. 자신을 온전히 태울 힘을 지니고 있어서일까? 하지만 그 무게를 사람들은 즐겁게 잘 버틴다. 심지어 어린 꼬마 아이들도. 사람들을 돕는다는 마음이 그 무게를 별거 아닌 거로 만드는 것일까? 무거운 연탄을 마음으로 가볍게 옮긴다.
연탄을 들고 이동하는 분들께 쌓여 있는 연탄을 들어서 전달드리는 역할을 했는데 보기보다 쉽지 않았다. 목적지에 갔다가 돌아오시는 시간이 생각보다 빨랐고 계속 오시니까 끊임없이 들어서 전달하고 하는데 근육을 꽤 쓰게 되더라. 다음 날 오는 근육통은 봉사하는 마음의 증거이다. 모두들 근육통 소식을 나누며 마무리를 훈훈하게 짓는다. 그리고는 내년에 또 만나겠지.
#연탄 봉사를 마치며 생각나는 시구
너에게 묻는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안도현 <너에게 묻는다>
광고 회사에서 디지털 마케팅 테크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요가와 글쓰기, 일상을 재미있게 만드는 소소한 기획, 문화 예술 등에 관심이 많은 직장인입니다. 궁금한 점 및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시면 편하게 문의 부탁드립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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