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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자와 모과 Apr 12. 2024

일산 여행


오전 9시 30분, 우리는 일산 호수공원 주차장에 도착했다.

50분이 걸렸다.

집에서 일산이 이렇게 가까웠다고?

지하철은 1시간 30분을 타야 하는데?

일산은 지하철로만 다녔기에 거리에 대한 감각이 지하철 노선도로 익숙해져 있었다.

2시간은 걸릴 줄 알았다.

이렇게 가까운 곳이었다면 좀 더 자주 올걸.     


토요일 아침이라 운동하는 사람이 적다.

김훈 작가가 일산 호수공원에서 운동한다는 얘기를 어느 책에서 읽은 적이 있다.

그 뒤로 일산 호수공원에 놀러 올 때마다 의자에 앉아 있는 사람을 유심히 보게 된다. 

김연수 작가도 이곳에서 러닝을 한다는 글을 또 어느 책에서 읽었다.

그 뒤로 일산 호수공원 지명을 접할 때마다 김훈 선생님과 김연수 선생님이 자동적으로 떠오른다.

혹시 만날 수 있으려나,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산책을 시작한다.   

  

언제 와도 좋은 곳. 

전국에 있는 호수공원은 대부분 가봤지만 일산만큼 산책길이 구불구불 재미있게 만들어진 곳이 흔치 않다. 

길이도 한 바퀴 돌기에 딱 좋은 4.7km이다.

울창한 나무도 많고 맨발로 걸을 수 있는 맨땅도 많다. 

자전거 길도 잘 되어 있다.

남편 직장이 광화문에만 있었어도 우리는 일산 호수공원 옆에서 살았을 거다. 

    

점심은 일산 닭칼국수. 

유명한 집이라고 해서 갔는데 맛있긴 하다.

면도 직접 칼로 자른 것 같다.

12시 전에 갔는데도 20분 대기.

메뉴는 닭칼국수 하나밖에 없다. 

그래, 이정도 뚝심은 있어야지.     


식당 옆이 카페거리다.

밤리단길 이라 불리는 밤가시마을을 산책한다. 

아기자기한 카페와 디저트 가게가 빼곡히 들어서 있다.

거리는 깨끗하고 햇살은 따뜻하다.

야외 테라스가 있는 카페에 앉아 커피 한잔.

이 동네 매력적이네.


단독 주택 매물 가격도 확인해 본다. 

2층 세를 주고 1층에서 살면 어떨까? 나는 윗층 있는 주택은 싫은데. 앞마당에는 어떤 나무를 심을까? 텃밭은 한 평이면 족해. 

‘만약에’를 가정하며 둘이서 즐거운 공상을 주고받는다.     


온라인으로 식물을 주문할 때 종종 이용하는 가게가 있는데, 오프라인 매장이 일산에 있어 온 김에 들려보기로 한다.

식물 사러 가는 길에 구제 거리 발견.

아니 저건 또 뭐야.

구제 옷 가게가 엄청 많다.

찾아보니 식사동 구제 시장으로 매장이 40개 정도 모여 있다고 한다.


우선 화분부터 사자.     

기대했던 것보다 오프라인 매장이 작아 실망.

시원하게 뻗은 겐차 야자, 천리향, 레몬 타임, 카랑코에,분갈이 흙을 뒷좌석에 놓으니 자리가 꽉 찬다. 

얘들아 멀미나도 조금만 참으렴. 


구제 매장이 너무 많아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다.

그중에 주차하기 편한 곳으로 들어가 본다.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옷, 신발, 가방이 빼곡하다.

남이 입던 옷 입는 걸 개의치 않는다면 이곳은 최고의 여행지가 될지도 모르겠다.

눈썰미가 좋고 체력이 튼튼하다면 보물을 발견할지도 모른다.

매장 한 곳만 들렸는데도 한 시간이 지나갔다.

기운이 쏙 빠진다.


마음에 드는 옷을 찾지 못하겠다.     

마음에 드는 가방은 찾았다.

얼마 전 엄마에게 핸드폰만 들어가는 미니 가방을 사드렸는데 너무 작다고 하셨다.

여기서 적당한 크기의 가방 발견.

천가방이라 세탁이 가능하다.

3천원 주고 구입했다(나중에 깨끗이 손빨래하여 엄마에게 드리니 크기가 딱이라며 좋아하셨다).     


집으로 가려고 네비를 찍었더니 가는 길이 막힌다.

그럼 조금만 더 놀다갈까?

김포 현대 프리미엄 아울렛에 들려본다.

송도 현대 프리미엄 아울렛 축소판 느낌이다.

토요일이라 사람들 밀도가 높다.

야외에 있는 프레즐과 핫도그 매장 줄이 길다.

명품 매장도 구경하려면 기다려야 한다.

쾌적한 분위기를 기대했는데 잘못 판단했다. 


산책 겸 한바퀴 둘러본다. 

벤치에 앉아 버블티를 마시며 사람들을 구경한다.

사람들 다 어디 갔나 했더니 여기 있었네.     

노을이 지고 있다.

집에 가자. 


집에 도착하니 깜깜해졌다.

식물을 거실 바닥에 쪼르륵 늘어놓는다.

여기가 너희가 살 집이야. 끝내주지?

환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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