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아말감으로 마감한 치아를 싹 레진으로 바꿨다. 아말감을 뜯어내어 보니 충치가 생긴 치아가 있어 추가 치료도 받았다. 치아가 성형수술을 받은 것처럼 아름다워졌다. 수 년간 입어 목이 늘어진 겨울 실내복을 싹 버리고 새로 장만했다. 남편 것도 같이 샀다. 히트텍 가격이 예전처럼 저렴하지 않아 깜짝 놀랐다.
날이 좋아 남편과 수목원을 부지런히 돌아다녔다. 화려한 꽃은 없을지라도 화창한 가을 날엔 수목원 소풍이 제격이다. 단풍 구경도 몇 번 갔는데 용문산 은행나무는 이제 막 물이 들기 시작했고 남이섬 은행나무는 절정을 향해 나아가는 중이었다. 외식도 자주 하고 마음가는 대로 먹고 장을 봤다.
유일하게 아낀 건 숙박비다. 평소라면 1박 2일이었을 여행들을 모두 당일치기로 다녀왔다. 차로 3시간 이내로 갈 수 있는 지역만 선택했고 주로 평일에 움직였다. 숙박까지 했다면 과소비의 달이 되었을 거다.
그 외에는 특별히 노력을 하지 않았는데 소비 총량 법칙에 따라 9월과 카드값이 비슷하게 나왔다. 카드값의 삼분의 일은 치과 치료비고 삼분의 일은 집밥 장바구니 비용이며 삼분의 일은 외식하는 데 쓴 비용이었다.
단풍이 알록달록 물들고 있어 11월도 활발한 야외활동이 이뤄질 것 같다. 좀 더 추워져야 집 안에 얌전히 머물며 돈을 덜 쓰지 않을까 싶다. 이탈리아나 스페인처럼 따뜻한 지방에 사는 사람들은 일 년 내내 돈 쓰느라 바쁘겠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