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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대기업 김팀장 이야기 #2

내가 해봐서 아는데

by Keui

윤대리는 매일 아침, 김팀장의 자랑을 듣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그날도 예외는 아니었다. 사무실 문을 열자마자 김팀장은 이미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의 목소리가 한층 더 높고 자랑스럽게 들려왔다.

“내가 그 주식, 최근에 몇 십억 올랐다니까? 다들 알지? 뭐, 이렇게 계속 오르면 나중에 뭐 벤처 회사를 차릴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

김팀장은 매번 그 얘기를 꺼내며 은근히 자랑을 시작했다. 윤대리는 일단

“그렇군요”

라는 말로 대답했다. 사실 김팀장의 주식 이야기는 이제 어느 정도는 익숙해졌고, 진지하게 받아들여지는 일도 없었다. 반복되는 자랑에 피로감만 쌓였을 뿐이었다.

김팀장의 자랑은 단순히 주식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그가 자랑하는 또 다른 아이템은 바로 자신의 고급 아파트였다.

“내 아파트는 재개발 예정이라서 시세가 오를 거야. 아직도 몇 배는 더 오를 걸? 너희들, 그거 알지? 내 아파트는 단지 내 이름으로 된 게 아니고, 거의 서울에서도 최상급 아파트라니까!”

그의 말은 언제나 화려하게 들렸지만, 그 말의 내용은 점점 더 공허하게 느껴졌다. 그가 말하는 고급 아파트는, 사실 윤대리도 정확히 알고 있었다. 서울의 한 고급 아파트 단지였으니 그 가격이 어마어마하다는 건 누구나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윤대리는 시간이 지나면서 김팀장의 말이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김팀장이 자랑하는 아파트가 언제나 ‘재개발’ 얘기와 함께 떠오르는 것도 이상했다. 어느 날, 우연히 팀의 다른 직원들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 윤대리는 알게 되었다. 그 아파트는 사실 김팀장이 소유한 것이 아니었다. 김팀장이 그곳에 살고는 있지만, 그것은 그의 부모님 소유의 아파트였고, 그는 부모님과 함께 거주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윤대리는 처음에 믿기 어려웠지만, 점점 더 그 이야기가 사실임을 확신하게 되었다.

“정말? 김팀장이 그 아파트를 자기 거라고 자랑하던 거였나?”

윤대리는 그날 이후로 김팀장이 자랑하는 아파트 이야기를 전혀 새롭게 들을 수 없게 되었다. 사실 김팀장이 ‘내 아파트’라고 말할 때마다, 그 자랑이 점점 더 거짓된 느낌으로 다가왔다. 그가 말하는 고급 아파트와 재개발 이야기는 이제 윤대리에게는 단순한 과시로 느껴졌다. 김팀장은 그런 과시를 통해 자신이 성공한 사람임을 증명하려고 했지만, 윤대리에게는 점점 그 이야기가 더 이상 와닿지 않았다.

김팀장의 자랑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그는 대화 중에 누군가가 자신의 장점을 자랑하면 그보다 더 뛰어난 장점을 들먹이며 대화를 이끌어갔다.

“아, 그거? 나도 잘해. 예전에 했던 거랑 비슷한데, 내가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

김팀장이 내뱉는 그 말은 언제나 대화의 중심을 자신에게 맞추려는 욕망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예를 들어, 동료가 그동안 경험한 성공적인 프로젝트에 대해 이야기하면, 김팀장은

“나도 비슷한 프로젝트 해봤어. 그때는 더 큰 성과를 냈지”

라며 말을 돌렸다. 그는 결코 남들의 업적을 인정하지 않았다. 늘 자신의 업적을 더 부각시키고, 그로써 자신이 더 뛰어난 사람임을 강조하려 했다. 처음엔 윤대리도 그가 자랑하는 말들을 듣고

“아, 대단하다”

며 무심코 넘어갔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그의 자랑이 반복될수록 그 자랑이 공허하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김팀장은 자랑을 자주 하고, 그것이 얼마나 대단한지 계속해서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려 했다. 그러나 그것이 진심에서 우러난 자랑이 아니라, 단순히 타인을 압도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것을 윤대리는 조금씩 느꼈다. 결국 김팀장의 말은 이제 더 이상 윤대리에게 흥미롭지도, 인상 깊지도 않았다. 오히려 그 자랑이 김팀장의 지나치게 과시적인 성격을 더욱 부각시켰다.


윤대리는 김팀장의 자랑을 들을 때마다, 그가 과연 무엇을 얻으려고 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런 자랑을 통해 김팀장이 자신을 증명하려는 건지, 아니면 그저 우월감을 느끼고 싶은 건지 알 수 없었다. 그가 보여주는 모습은 점점 더 불편하고, 대화를 나누는 것이 점점 싫어지기 시작했다. 그는 자주 김팀장과 마주칠 때마다 다른 일로 바쁘다며 피하게 되었다.

김팀장이 자랑을 하고 있는 동안, 팀원들은 속으로

“또 뭐 자랑하려고 저렇게 떠들고 있지?”

라고 생각하거나, 귀찮아서 대답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이며 지나쳤다.

더 이상 김팀장이 자랑하는 내용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은 없었다. 그 자랑의 내용이 늘 비슷하고, 그가 과시하려는 목적이 너무 명확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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