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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이팅건맨 Sep 20. 2016

숟가락 얹기

냠냠냠...

지금의 세상에 숟가락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가정해 보자. 그리고 방금, 당신은 숟가락이라는 도구를 떠올렸다.

이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특허 등록에 서둘러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고 누군가에게 이 아이디어를 얘기해서 더 발전시켜 보고 싶을 수도 있다. 혹은, 회사를 나와서 이 아이디어에 매진해야 하나를 결정하거나 지금 진행 중인 사업의 방향을 틀자고 동료들을 설득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어쩌든 간에 현실의 무수한 문제들을 맞닥뜨려야 한다.





숟가락이 있으면 밥을 먹을 때 얼마나 편하고 좋아지는지에 대해 주위 사람들을 설득해야 하는 것이다. 

어떤 이는 국물을 그릇째 마시는 게 편하고 밥은 찰지기에 젓가락으로 집어 먹기에 충분하다고 반론할 것이다. 김밥이나 삼각김밥은 아무런 도구 없이 먹기에도 편한데 굳이 그런 도구가 필요한지를 되물을지도 모른다. 설거지 거리가 더 생겨나서 불편하고 입안으로 플라스틱 혹은, 쇠붙이를 담뿍 담아 넣는 게 위험하거나 비위생적이라 얘기할 수 있다.

숟가락이 없는 세상이기에 모든 아이스크림은 주스나 바의 형태로 판매되고 있을 것이니 팥빙수 같은 건 없을지도 모른다. 즉, 숟가락이 생기면 아이스크림을 색다른 방법으로 즐길 수 있다는 얘기를 풀어 숟가락으로 인해 새롭게 생겨날 시장을 상상시키며 설득을 시도해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것도 그저 말주변이나 소통의 능력에 가로막힐 수 있다.

그 누구도 경험해 본 적이 없는 도구이기에 지금도 그 도구가 존재하지 않는 '이유'에 관해 백만 서른한 가지의 이론이나 고수준의 말주변 혹은, 말장난으로 당신의 아이디어를 발전적이지 않은 방향으로 얘기하거나 깎아내리려 할 수 있다. 

때로는 시제품을 만들기 위해 시간과 돈을 들여야 할 것이다. 3D 프린터로 프로토타입을 만들어서 그것의 실용성을 검토하거나 투자자를 설득할 수단으로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일이 한 번에 될 수 없듯이 시행착오가 생긴다.

3D 프린터를 운용하는 프로그램을 다룰 줄 모른다면 종이에 스케치를 해서라도 프로그램을 다룰 줄 아는 이에게 그 구조를 이해시켜야 한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져 나온 것이 숟가락의 모양과 (그저) 닮기만 한 볼링핀이나 일반적인 숟가락 크기의 4배나 되는 물건일 수 있다.



당신의 머릿속에 있는 바로 그 물건과 정확하게 일치하는 것을 상대방이 이해하고 만들어 내도록 하려면 수많은 소통과 인내의 여정이 필요한 것이다. 답답해서 직접 나무를 깎아 제작해 봤더니 어떤 이는 가시가 거추장스럽다 얘기할 것이다. 3D 프린터로 출력했더니 표면이 거칠다 불평할지 모른다. 

숟가락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아 그 필요성을 못 느끼고 있던 이들이 쏟아내는 천자 만별적 비공감이 계속해서 당신을 이렇게 막아설 것이다.

그렇게 겪은 실패의 과정으로 당신의 자본은 상당히 소진되었고 많은 스트레스로 인해 심신이 지칠 것이다. 숟가락의 양산에 성공한다 하더라도 그 구조가 무척이나 간단하기에 중국도 하루 만에 비슷한 제품을 양산할 수 있다는 위험도 감지할 것이다.



그 와중에 누군가가 아이디어를 1억에 판매하라고 당신에게 접근한다. 

당신, 아니 숟가락이 존재하는 세상에 있는 우리가 보기에 이 아이디어의 가치는 얼마인가?

나는 1경 이상이라고 본다.

하지만, 현실은 그 1억에 만족하고 아이디어를 잊도록 이끌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친구나 친인척에게 손을 벌리거나 집을 담보 잡아 받은 대출금으로 사업을 이어갈 자신감이 있어야 한다.

나는 내가 '숟가락'과 같은 수준의 아이디어를 떠올릴까봐 두렵다. 위와 같은 이유 때문이다.

분명하게 세상을 바꿀만한 숟가락의 '가치'이지만,  위의 과정을 헤쳐나가야 하므로 인해 그 '분명한 가치'는 '불분명'하게 바뀌기 시작한다.

하지만, 행동해야 한다.

치킨집의 운영이 힘들다고 한다. 그뿐이겠는가? 모든 사업이 힘들다고 한다. 하지만, 누군가는 오늘도 치킨집을 열어 운영하고 있다.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누군가는 이렇게 자신의 '생각'을 실체화하기 위해 모두가 '부정적인 표현'을 할 때 '행동'을 한다. 자신이 믿는 바를 '실체화'하기 위해 움직인다. 그래서, 0.1%의 성공확률 안에 들 수 있도록 행동한다. 행동하지 않으면 0%다.

요즘은 드라마에서도 아래의 말을 인용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훌라후프가 존재하지 않던 때에 그 누가 이 물건의 유행을 예측할 수 있었을까?



다양한 멘토링을 경험해 본 지금, 많은 이들은 처음에 1경짜리 아이디어를 떠올린다. 자신의 아이디어를 1 경이상의 가치만큼 대단하게 생각한다. 그때만큼은 자신의 아이디어에 대한 가치를 증명하는데 엄청난 열정을 보인다. 하지만, 각종 문제에 부닥치면서 자신도 모르는 타협에 익숙해진다. '분명'하던 가치가 '불분명'해짐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면서 손을 놓기 시작하거나 조금이라도 유사한 아이디어가 있으면 오히려 위안까지 받는다. 즉,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아이디어라고 일찌감치 인정해 버린다. 이에, 어떻게든 자투리라도 남기고 싶은 심정으로 억지 특허를 써 보려 하기도 한다. 이내, 그 복잡한 등록 과정에 치를 떨며 마지막 끈을 놓기도 한다. 또는, '사업은 힘들다'라는 누군가의 말에 또 한 번 크게 공감하는 액션을 취하면서 아이디어를 술자리의 안주거리로 최종 안착시키며 안심한다.

지난번에도 완전히 똑같은 맥락의 글을 써 놓은 게 있다.


"아이디어를 낼 자격"

1경짜리 아이디어를 아무것도 아니게 만드는 것은 너무나 쉬운 일이다. 그리고 흔하디 흔한 일이다.
그런 아이디어를 떠 올렸을 때 '가만히' 있으면 된다.
다른 이가 아이디어를 떠 올려서 나에게 얘기할 때는  '익숙함'과 '관습'과 '현실'을 논리 있게 얘기하면 된다.



* 이 글은 집구석 주인장의 티스토리에도 동시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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