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IT2슈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파이팅건맨 May 06. 2017

기계가 처신을 잘 못하는 이유

그건 바로...

당신이 친구를 잘 못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아시다시피 페이스북은 친구들이 만들어 내는 콘텐츠들 중에서 내가 관심 있어할 것들을 먼저 보이기 위해 애를 쓰고 있습니다. 요즘은 그러한 관심의 흐름에 맞추어진 광고를 적절한 시점에 보이기 위해 더 애를 쓰고 있습니다. 내가 흥미를 가질만한 콘텐츠들을 줄지어서 보여주다가 거부감 없이 광고를 섞어 넣어 각인되도록 하거나 링크를 클릭하도록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겠지요. 그렇게 페이스북은 이런 복잡함 속에서 질서를 찾기 위해 그의 속을 더욱 복잡하게 개선하고 있습니다.


그런 질서를 찾기 위한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겁니다. 내가 '좋아요'를 누른 콘텐츠들의 속성을 참고할 수도 있고 빠르게 스크롤해서 올려 버린 관심 없는 콘텐츠들의 속성도 참고할 겁니다. 하지만, 가장 비중을 두는 방법은 단연 '친구 관계'일 겁니다. 즉, 내가 맺은 친구 대부분이 스포츠를 좋아한다면 스포츠와 관련한 친구들의 콘텐츠를 나에게도 우선적으로 보여줄 수 있을 것이고 친구들의 직업군을 분석해서 그리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이미 옛날이야기가 되어버렸습니다.


우물쭈물...


기계에게 잘 못된 입력을 줬다면 올바른 결과를 얻기가 힘듭니다.

하지만, 지금은 잘못된 입력을 주고서도 바른 결과를 얻기 위해 기계가 똑똑해지길 바라는 세상입니다.


네, 잘못된 친구정보를 기계에게 제공하면서부터 기계는 속앓이를 시작하게 된 겁니다.

 

페이스북에서 친구 신청을 받거나 친구 신청을 보낼 때 무엇을 근거로 그를 허락하거나 그의 허락을 구하고 있으신가요? 아마 페이스북을 처음 접하던 때에는 오프라인상에서의 관계에 큰 비중이 있었을 겁니다. 동기, 동창, 같은 직장, 같은 동호회 등등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관심사들이 분명하면서 그 가짓수도 한정이 없었겠지요. 시간이 갈수록 그와 같은 기조를 유지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지인의 지인 수준만 되더라도 친구 신청을 수락하다가 전혀 모르는 사람의 친구 신청까지 받아들이기도 합니다.


페이스북이라는 기계는 이 같은 상황에서도 흐름이나 관계를 읽기 위해 애를 쓰지만 힘이 듭니다. 힘이 들다 보니 장치들이 늘어납니다. 관계는 유지하되 친구의 콘텐츠가 보이지 않도록 유지하는 기능, 친구 신청을 받지 않거나 메시지를 차단하는 기능, 내 콘텐츠의 공개범위를 설정하는 기능 등등 전에 없던 것들을 통해 기계는 더욱 많은 정보를 사람에게 바랍니다.


페이스북 기계의 머릿속은 이 부정확한 친구관계에서 정확하고 깊은 정보를 얻기 위해 더욱더 복잡해질 겁니다.


왜 이 사람은 저 사람과 친구가 되었을까?
왜 이 시점에서야 저 사람의 친구 신청을 받아들였을까?
왜 이 사람은 가짜 계정과 친구가 되었을까?
왜 이 사람은 저 사람과 친구 관계를 끊었을까?
왜 이 사람은 이 콘텐츠에 '좋아요'를 누르지 않았을까?


저렇게 점점 더 기계의 머릿속은 복잡해지지만 순서를 조절해서 내어놓은 콘텐츠들이 만족스럽기 위해서는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이로 인해 사람은 페이스북에게서 얻고자 했던 것을 얻지 못하고 올렸던 콘텐츠 역시 좋은 반응을 못 얻는 것 같습니다.(그러다 보니 조금이나마 남아있는 '예의상'으로 '좋아요'를 누르고 얻는 '기계적'인 관계가 불어나기 시작하는 것 같습니다)


- 그 와중에 사람들은 이렇게 정리되어 나열되는 콘텐츠들을 접하면서 문제를 얻습니다.
<'좋아요'의 역설 인터넷 생태계는 '안 좋아요': http://www.hani.co.kr/arti/economy/it/791081.html>


'난 오늘 분위기있고 비싸고 너희들이 모를 것 같은 레스토랑에서 맛점했지롱'으로 받아들이거나 말거나


이글의 내용이 맞든 안 맞든 상황은 그렇습니다. 당신의 친구들은 당신의 모든 콘텐츠에 '좋아요'를 누르지 않고 있습니다. 당신의 콘텐츠를 본 것이 분명할 텐데 말입니다. 당신도 마찬가지로 당신의 친구들이 공유하는 모든 콘텐츠에 '좋아요'를 누르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마음에 드는 콘텐츠마다 '좋아요'를 누르지도 않습니다.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예의상' 좋아요를 누르기도 합니다. 이 역시 기계를 효과적으로 혼란에 빠트리게 만드는 입력 정보들입니다.


- SNS 활동은 의도치 않게 다른 이에게 '해'를 가할 수도 있습니다
<카페인 우울증: http://m.media.daum.net/m/channel/view/media/20170219090021638>


혹시, 최근에 올렸던 콘텐츠들 중에서 페북 친구 수의 10% 이상 '좋아요'를 얻은 게 있으신가요? 저는 이 부분에 대해서 더 정확한 분석을 위해 노력한 적이 있습니다만 아쉽게도 페이스북이 제공하는 제약으로 인해 직접적인 (막일) 행동으로 (극히 부분적일 수 있는 이 같은) 정황을 얻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당신이 올린 콘텐츠가 페북 친구 10% 이상에게서 '좋아요'를 얻는 것은 점점 힘든 일이 되어 갈 겁니다. 아무리 유명 연예인이나 미국의 대통령이라 할지라도 말입니다.(한번 확인해 보세요. 아이유, 오바마, 주커버그 등의 유명인들 혹은 커뮤니티 페이지에 가서 말입니다) 나머지 약 90% 중에서 페북 활동을 하는 이들의 대부분은 콘텐츠를 보았음에도 반응을 하지 않습니다. 다르게 말하자면 대부분 당신은 당신의 90% 친구들에게 만족스럽지 않은 콘텐츠를 올리고 있었다는 얘기가 됩니다. 또는, 만족했더라도 오로지 콘텐츠의 내용에만 만족을 한 것이고 당신에게 그러한 표시를 전하고 싶지 않은 친구들이 90%에 속해 있다는 말도 됩니다. (물론, 귀차니즘에 의한 그러한 반응도 있을 겁니다.)


당신의 콘텐츠에 '좋아요'를 누르지 않는 친구들이 존재하는 이유를 당신에게서도 찾아볼 수 있을 겁니다. 즉, 페이스북의 친구들은 당신의 전체에서 단지 일부의 면을 보고 친구가 된 겁니다. (어쩌면, 그 일부의 면들이 약 10%남짓으로 나누어져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똑같은 취미 활동에 관한 정보를 공유할 거라 생각했을지 모르고 공감할만한 사회적, 정치적인 이슈를 기대했을지도 모릅니다. 혹은 가족의 이야기, 기술적인 지식이나 감성적인 사진들, 돈이 될만한 알짜 정보를 바라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당신의 성향에도 변화가 있었을 것이고 그 변화로 인해 생겨난 콘텐츠에 만족하거나 만족하지 않는 이들의 수도 바뀌었을 겁니다.


여하튼 이러한 가정이 맞다면, 기계는 당신의 친구들 중 약 10%가 관심 있어 할만한 당신의 콘텐츠를 나머지 90%에게 노출하지 않기 위해 머리를 쓸 수도 있습니다.


- 페이스북과 구글이 머리를 굴려 내어놓은 콘텐츠들은 당신이 정말로 원했던 걸 피해간 것들일 수도 있습니다

<필터 버블: https://www.ted.com/talks/eli_pariser_beware_online_filter_bubbles?language=ko>


그러다 보면 '좋아요'라는 것의 의미는 없어지고 과거 무수히 많은 게시판들이 가지고 있던 기능으로 회귀하는 일이 발생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즉, '조회수'만 표시하는 것이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내 콘텐츠를 보았는지 나에게만 표시되어도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공유하기' 버튼은 남아서 친구들에게 공유하고픈 콘텐츠는 '의지'를 가지고 공유하도록 분위기가 조성되는 겁니다. (지금의 '좋아요'는 그 가벼움으로 인해 남발되거나 '예의'수준에서 발생하는 일이 대부분인 듯하니까요)


- 페이스북의 '좋아요' 숫자에는 분명하게 '허'가 존재합니다- 아래는 그를 재미있게 빗댄 adobe사의 광고입니다.

<페이스북 '좋아요'의 허와 실: https://blogs.adobe.com/digitaldialogue/ko/mobile-ko/facebook-like-kr/>


오늘 '좋아요' 2500개 달성, 인지도 2%상승, 매출 0.2% 증가 ...



이제, SNS에서 피로를 느끼거나 문제를 발견한다면 누구에게 책임을 돌려야 할까요?


이미, 사람 탓을 해야 할지 똑똑해지려는 기계 탓을 해야 할지 모를 세상이 되었습니다.



- 이곳의 글들은 언제나 미완성이고 부족하거나 문제가 있습니다. 피드백은 늘 환영합니다. 그리고, 그 덕분에 글은 언제든 수정되거나 개선될 수 있으며 끝까지 읽어 주신 분들과 피드백을 주신분들에게는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는 완벽한 글은 나올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좋은 글도 상황이나 시대가 바뀌어 분명히 수정, 보완 혹은 삭제를 해야 하는 지경에 이를 수 있다 생각합니다. 글은 피드백으로 그 생명을 이어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 이 글은 이 집구석 주인장의 티스토리에도 동시에 게재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기어S3를 4개월 사용해 봤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