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으로 게임의 미래를 말하다
어니스트 클라인 소설 원작으로 스티븐 스필버그 손을 통해 영화로 각색된 '레디 플레이어 원'이 화제였다. 평소 게임을 비롯한 다양한 대중문화에 관심이 많았던 어니스트 클라인의 덕심을 엿볼 수 있는 게이머들의 판타지 같은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였기 때문이다.
영화는 2045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 이야기 속 빈민가에 있는 작은 트레일러에서 살아가는 웨이드 와츠는 오아시스(OASIS)라는 다중 접속 온라인 프로그램 속 숨겨진 비밀을 풀어 세상을 떠난 개발자의 막대한 유산을 차지하기 위해 노력한다.
2045년을 배경으로 한 영화 덕에 지금과는 다른 새로운 장비들이 등장한다. 이번 글에서는 영화나 소설을 보면서 한 번쯤은 궁금해했을 지금의 현실이 어느 정도 왔나 확인해본다.
우선 하드웨어부터 살펴본다. 영화에서 등장한 기기는 가상현실만을 비춰주는 VRVirtual Reality이다. VR 기기는 지금도 쉽게 접할 수 있는 기기에 속하는데, VR은 영화 속 세상과 다르게 아직까지 대중화되지 않아 헤비 한 게이머들의 경우에만 직접 보유하고, 라이트 한 유저라면 VR 카페, 카드형 VR 기기를 통해 정도를 통해 한 번쯤 콘텐츠를 접하고 있다. 다른 말로 VR의 대중화는 가깝지만 아직 멀었다고 볼 수 있다.
지금 VR 기기 중 가장 최근 나온 기기는 미국 기준 2018년 4월 5일 출시된 VIVE PRO 정도로 볼 수 있다. VIVE PRO는 이번 제품을 통해 기존 제품인 VIVE보다 더 높아진 2880*1600의 해상도와 함께 픽셀 밀도, 픽셀 수를 증가시켜 더 높아진 디테일을 제공하고 있다. 트레킹 정밀화, 무선 어댑터 제공 등 다양한 부분에서 개선이 이뤄지면서 오아시스로 다가가는 문에 한 걸음 다가가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VR을 착용하면 공간의 제약도 있겠지만 선에 의한 걸리적거림 또한 큰 제약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한 여러 시도가 보이는데 그중 눈에 띄는 것은 ZOTAC 사의 Zotac VR GO다. 백팩 형태의 VR GO를 착용하면 선이 걸리는 불편함을 해소할 수 있어 국내 게이머들에게도 관심을 받아 국내 수입이 추진되고 있었으나 터무니없이 높은 전파인증 비용으로 인해 안타깝게도 국내에서는 만나볼 수 없다.
영화 속 주인공은 좁은 공간 속에서 오아시스를 즐기기 위해 트레드밀을 사용하는 모습이 나타난다. 물론 안마의자와 같이 안락한 환경에서 즐길 수 있겠지만 진정한 몰입을 위해서는 실제로 뛰고 움직이며 플레이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그런 게이머들을 위해서 트레드밀도 점점 더 현실적인 움직임을 반영하기 위해 개발되고 있다. 초반 무거웠던 트레드밀에서 점점 경량화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집에서 사용하기 무겁다는 것이 단점.
우리는 지금까지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보고, 들을 수 있었다. 오감 중 시각과 청각만으로 콘텐츠를 즐긴 셈이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하나의 감각을 더 느끼며 콘텐츠에 더 몰입할 수 있게 될 전망인데 바로 '촉각'이다. 크게 VR 장갑과 VR 슈트로 구분할 수 있다.
플레이어의 움직임을 그대로 게임에 담아내고 게임의 반응을 플레이어에게 돌려주는 VR 장갑을 통해 오아시스를 향해 한 발자국 다가가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 해당 기술은 대부분 개발 단계에 머물고 있으며 영화와 같이 얇은 장갑으로 게임을 즐기기에는 다소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테슬라에서는 VR 콘텐츠를 위한 테슬라 슈트를 개발하고 있다. VR 콘텐츠에 플레이어의 움직임을 사실적으로 옮기기 위해 스마트 섬유도 사용했다. 테슬라 슈트는 신경 근육 전기 자극 장치를 통해 실제로는 느끼지 못하는 게임 속 감각을 제공하는 데 목표를 두고 개발하고 있다. 개발자 버전에는 16 채널의 자극 장치를, 판매 버전에는 52 채널의 장치를 통해 실감 나는 감각을 전할 것으로 보인다.
특정한 목표 없이 플레이어에게 게임을 즐기라고 한다면 플레이어는 금방 흥미를 잃고 게임을 포기한다. 뚜렷한 목표가 없다면 성취감이 없고, 성취감이 없으면 그 게임을 즐길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재미는 성취감을 비롯한 다양한 게임 내 장치를 통해 발생한다. 적절한 퀘스트, 적절한 도움이 유저들에게 필요한 이유다.
AI는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1997년 5월 체스 챔피언 갈리 카스펠로프를 이겼던 딥 블루부터 시작해 세기의 대결이라고 불렸던 이세돌과의 대국에서 승리한 알파고 등 최근 딥러닝을 통해 스스로 학습하는 다양한 AI가 개발되고 있다.
작품 속 웨이드 와츠는 자비스와 같이 자신의 개인 비서를 호출해 잡다한 업무를 시킨다. 현실에서 개인 비서는 아마존의 알렉사, 네이버의 클로바, 애플의 시리, 삼성의 빅스비 등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대신하고 있다. AI가 지속적으로 발달하면서 사용자의 편의를 도와주는 도구가 늘어나고 있다. 현실에 있는 제품을 넘어 이제 AI를 통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어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세계 각국의 플레이어와 만나는 자리에서 우리는 어떤 언어를 사용할 것인가. 이 또한 문제의 여지가 있다. 구글에서는 실시간 음성 번역 기능을 가진 블루투스 이어폰 '픽셀버드'를 판매하고 있다. 픽셀버드는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구글 번역기를 통해 즉시 번역해 사용자에게 번역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번역에 대한 정확도가 낮다. 하지만, 구글의 픽셀버드를 시작으로 다양한 제품이 나올 것이라 생각한다.
최근 공개되는 게임들을 살펴보면 모두 훌륭한 그래픽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기본적으로 그래픽이 현실적으로 변하면 변할수록 인간은 현실과 같다고 느끼기 때문에 더욱 몰입하게 된다. 거기에 훌륭한 게임성까지 갖추고 있다면 유저들은 게임에 빠질 수밖에 없다.
처음 공개되었던 VR 게임들이 게임성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점점 그래픽이 발전해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자세히 살펴보면 출시되는 게임 대부분이 1인칭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유저들 사이에서 우스갯소리로 나오는 VR=1인칭 공식이 점점 현실화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물론 유저는 실제 움직임에 따라 시선이 따라 움직이는 VR에 더 몰입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같은 경험이라도 시점에 따라 더 짜릿하거나, 더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이렇게 더 강렬한 경험을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VR 게임은 아직까지 기존 PC 게임들에 비해서 짧은 플레이 타임이 걸림돌이다.
오아시스는 개발자뿐만 아니라 일반 이용자도 직접 코딩을 통해 지역을 만든다는 설정을 가지고 있다. 이와 비슷한 사례가 국내에도 있다. 2012년 처음 공개했던 띵소프트의 페리아연대기로 2016년 꾸준히 개발 중에 있다는 운영진의 언급 외에 별도의 소식이 없다. (페이스북 페이지는 운영 중이다.)
2016년 언급 당시에는 개발진이 생각하는 페리아 연대기는 마을과 필드와 퀘스트 대부분이 자동적으로 생성되고 NPC의 AI와 퀘스트를 코딩할 수 있으며 AI에 의해 게임 세계가 운영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라 전했다.
이렇게 다양한 부분을 살펴봤지만 2045년까지 아직 20년도 더 남았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있듯 2045년이면 영화 속 세상이 실제로 펼쳐질 수도 있고, 다른 방향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 오아시스 같은 세상이 찾아온다면 긍정적인 부분이 나타날 수 있고, 부정적인 부분이 나타날 수 있다. 이 논쟁은 그 시대가 올 때까지 끝이 없겠지만, 한 명의 게이머로서 레디 플레이어 원의 세계는 언제쯤 어떻게 이루어지게 될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