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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ttOh Jul 06. 2016

채워야만 비울 수 있는 모순

Book Review : [덜어냄의 법칙]

우연인지 몰라도 일본에서 나온 서적들을 가끔 읽다 보면, "여유", "차분함", "비움"에 대한 책들을 종종 봅니다. 후쿠다 다케시의 [흥분하지 않고 우아하게 화내는 기술] 이라던가, 코이케 류노스케 스님의 [화내지 않는 연습], [생각 버리기 연습], 사사키 후미오의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 등, 미니멀리즘에 관련된 책들이 꽤 많죠. 물론 우리나라에도 "느림"과 "심플"에 대한 책들이 더러 있지만서도, 제가 손에 들어본 일본 책들은 꽤나 시대적인 공통점을 발견할 수가 있습니다.


오늘 소개할 [덜어냄의 법칙] 저자는 일본 사람은 아닙니다. 매튜 메이라는 기업혁신 전략가는 디자인씽킹 등 각종 최근 기업전략 트렌드의 일선에 있는 분인데, 커리어 중에 토요타 자문역할을 8년간 했던 이력이 있습니다. 아마도 그런 일본 문화의 경험과 노하우로부터 영향을 받은 책으로 보입니다. 전반적으로 꽤나 오래 잃어버린 시간을 가졌던 일본이 버블에 대한 거부감을 미니멀리즘으로 해소하고자 했던 경제/사회적 문화를 제대로 읽은 듯한 느낌이 있습니다. 물론 사례는 서양의 사례를 많이 썼지만 말이죠.


이런 분이래요. Matt라고 부르라 하시지만 저는 낯가림이 심해서...


책은 역시 일종의 이론서 같습니다. "덜어냄"에 대한 자신의 여섯가지 이론을 펼치고 있는데요, 의외로 최근 기업들의 전략들이 여기에서 펼쳐지는 것 같은 느낌이 있습니다. 주제마다 다른 사례들이 많이 떠오를 정도니까요. 돌려서 생각해보면, 최근 기업들이 추구하는 전략의 맥락이 심플함, 디자인, Core 개념을 많이 담고 있는 것은 그만큼 저성장 시대가 가져오는 공통적인 현상인 듯 합니다.



저는 솔직히 독후감에 책 내용을 받아쓰기를 하는 타입은 아니기 때문에 본문을 실을 생각은 없지만, 여섯가지 방법론은 나열해보겠습니다.


1. 여백이 실존을 이긴다

2. 가장 단순한 규칙이 가장 좋은 결과를 만든다

3. 정보가 적을 수록 생각은 자유로워진다

4. 창의성은 제약이 있을 때 더 활성화된다

5. 혁신은 파괴에서 시작된다

6.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하는 것보다 낫다


페덱스니 토요타니 굳이 해외기업 사례를 보지 않더라도, 우리는 주변에서 아래와 같은 변화들을 쉽게 읽을수 있습니다.


최근 현대카드는 파워포인트 보고서를 없앴죠.


삼성카드는 어떤가요. 기억하기 좋게 라인업을 단순화 했죠.


지금 CJ헬로비전 사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SKT 또한, SK플래닛을 통해 계열사를 과감하게 정리해버리고 핵심 사업만 가져가는 행보를 보여왔습니다.


현대차는 어떤가요. 애매한 포지션의 제네시스 브랜드를 독립시키고 라인업 정리 단계에 있습니다.(그래도 아슬란군은 계속 생산을 하시겠다니 참 ㅎㅎ)


전체적으로는 혁신을 위해서 사업모델을 심플하게, 그래서 더 명료하고 강력하게 만드는 전략이 요즘의 추세인 것 같습니다. 심플하게 만든다는 건, 예전과 같이 불명확한 비즈니스에 장기투자를 하지 않고, 기존 사업을 단순화 하여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며, 불확실성에 대비한다는 것으로 귀결되기도 하는데요, 뭔가 악순환 같으면서도 어쩔 수 없는 현상인 것 같습니다. 씁쓸하죠.



장기 불황이 이미 확실시 되고 있는 요즘, 브렉시트와 각종 경제지표 악화, 정치 이슈까지 앞길이 막막하기만 합니다. 여기에서 기업이 살아남기 위해 몸을 웅크리기 시작하면, 더이상 경제인구들이 설 자리를 유지하기가 어려워 질 수도 있겠죠. 그렇다고 돈을 쓰기엔 민간 경제와 소비 시장의 밸런스가 망가져 있기 때문에, "심플해진다"는건 멋진 일이 아니라 안타까운 일임을 우리는 몸소 체험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엇을 어떻게 비워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대답하기가 참 조심스럽습니다. 왜냐면, 무엇을 버릴까를 결정할 땐 무언가 채워져 있는데서부터 시작할 수밖에 없거든요. 수많은 사업 포트폴리오가 있어야, 이게 나한테 도움이 될 것인가, 미래에 성장할 것인가, 돈을 벌어올 것인가를 판단하고 버릴 수가 있기 때문에, 역시 비우기 전에 "잘 채우는 것" 또한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기업이든 사람이든간에. 개인만 바라보더라도, 우리는 채움과 비움을 끊임 없이 반복하며 내 삶과 공간을 최적화 하고 있죠. 나이가 들면서 가치관이 달라지다 보면 지속적으로 변화를 가져가기 마련입니다. (중고나라가 잘 되는 이유 중에 하나라고 봅니다. ㅎㅎㅎ) 인수합병으로 공룡이 된 기업들이 매각과 합병의 사이클을 반복하는 데는, 타당성을 떠나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봅니다.


본문도 중요하겠지만, 프롤로그의 노자의 글은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프롤로그로 글을 마무리 해봅니다. 좋은 밤 보내세요.


지식을 얻으려면 매일 뭔가를 더해라.

지혜를 얻으려면 매일 뭔가를 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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