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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ttOh Jul 14. 2016

내가 사랑한 쿠셔닝-농구화편

발이 편안해야 하루가 편안합니다

중학교 시절, 에어조던 6가 사고 싶어 성적표를 조작하다 혼나본 경험은 저만의 것이 아니길 간절히 바랍니다. 부끄럽거든요.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물욕이 모든 것을 지배했던 철없던 어린 시절에나 경험할 수 있는 특권(이 되면 안되지만)이기도 하고, 그런 과감함이 법규 내에서 움직이는 유일한 시간이 학창시절이기에 후회는 하지 않습니다. 아직도 참 변명이 길어지는 추억이군요. 이게 몇 줄이람.


저는 슬램덩크 추종자도 아니고, 그저 능남고와 산왕고 게임 정도밖에 기억을 못합니다. 서태웅보다는 윤대협을 선호했던 기억이. 저는 츤츤거리고 욱하는 성격이지만, 좋아하는 사람은 늘 침착하고 온화한 사람이었습니다. 차승원과 유해진처럼 반대성향을 선호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겠네요. 하지만 만화책이나 게임의 판세를 보고 상상하고 해석하기 보다는, 좋아하는 선수의 움직임을 본받고 그만큼 제가 뛰는 게임을 즐기는게 더 좋았거든요.


여하튼 지금까지 제 발과 발목이 경험한 쿠션이 꽤 되는 것 같습니다. 농구를 오랫동안 즐겨왔기 때문에, 갈아치운 농구화만도 꽤 되는군요. 제일 좋아하는 농구화는 조던 11, 러닝화는 맥스95 형광을 사랑하지만, 코트 위에서 신었던 농구화는 조금 다릅니다. 발목을 다치기 전과 후로 나뉘는데요, 발목을 다치기 전에는 줌에어의 반발력을 그리도 사랑했습니다.


Nike Zoom Hyper Flight, TPU 지지대, 줌에어, 알파프로젝트(경량화)

사실 이 애증의 신발에 대해서는 참 할 말이 많습니다. 나름대로 누구나 가질 법한 동호회 전성기를 함께 했던 신발이었거든요. TPU 지지대(옆면에 거꾸로 된 'h'글자 같은 뼈대)가 신발끈만 잘 묶으면 발목을 정확히  지지해줬기 때문에 뒤틀릴 일이 없었습니다. 특히 뒤가 깊게 파여서 발목이 걸리적거리지 않으면서 안정성을 가져다 준 신발이었죠. 쫀득한 줌에어 쿠션, 굵직한 아웃솔 패턴, 그리고 알파프로젝트를 의미하던 점 다섯 개 표시는 경량화의 상징. 굉장한 경험이었습니다. 얍실(?)해 보여 발목꺾이기 딱 좋아보이면서도, 앞축 좌우에 넓게 튀어나온 트리거 등 안정성에서는 순위권 안에 드는 녀석이었습니다.


줌에어 캡슐. 바깥으로 나온 줌에어는 caged 라는 별칭을 가졌었고 일반적으로는 중창 안에 숨겨져 있었죠.


그리고 TV에서 한 농구게임을 본 저는 말도 안되는 덩크에 넋을 잃어버립니다.

빈스카터의 추종자는 아니었지만(당시 티맥을 좋아했거든요), 그의 신발만은 정말 탐이 났습니다.

SHOX BB4, 뒤축은 기둥 구조물인 SHOX가, 앞축은 줌에어가 담긴 소위 '전줌후샥'의 기원이 되었습니다.

빈스카터의 SHOX BB4. 아니 멋진 덩크

하지만 전줌후샥은 저에게는 독약이 되었습니다. 발목의 움직임이 많고 몸무게가 가벼웠던 저는 BB4를 영입한지 일주일 만에 왼쪽 발목을 심하게 접지르고 맙니다.


아마 그 때 생각한 것 같아요. 남들 좋다고 따라 신지 말고 나한테 좋은걸 신자.

그리고 나서 저는 나이키에서 아디다스로 등을 돌립니다. 왜냐면 위에도 써있지만 저는 티맥의 팬이거든요. 지금도 말이죠. 재능이 노력을 커버하지 못한(좋은 말로) 안타까운 대표 케이스. 앤퍼니 하더웨이와 함께 올랜도 1번의 악몽을 안겨준 사나이. 하지만 아직도 그의 폭넓은 퍼스트 스텝과, 놀라운 점퍼는 엄청난 모티브가 됩니다. 아직도 '티맥타임'은 저에게 '더 샷'보다 더 가슴을 뛰게 합니다.


그런데, 그에게도 등 통증과 각종 부상이 존재했고, 공교롭게도 그의 스폰서인 아디다스의 농구화는 나이키의 샥스에 대응하는 폭발력의 또다른 해석을 내놓습니다. 아디프렌플러스(adiPRENE+)입니다.

아디프렌플러스 패드. 보통 삭라이너(깔창)의 앞축 하단에 부착됩니다.


아디프렌 플러스는 실제로 눌러보면 그저 푹신하고 복원력이 좋은 얇은 우레탄폼입니다. 보시다시피 에너지 리바운드, 즉 전달된 충격을 운동에너지로 반환하여 반발력을 배가시켜주는 역할인데, 사실 설명한 만큼 드라마틱한 효과를 보지는 않습니다. 줌에어와는 달리 쫀쫀함은 떨어지거든요. 특히 시간이 지날수록 말이죠. 그러나 삭라이너의 바로 아래에서 발과 일체화 된 쿠셔닝 구조는 샥스나 줌에어보다 덜 인위적이고, 더 발과 친한 쿠션을 전해줍니다. 그 이후로 발목 부상이 없었거든요. 마치 설현이 이상형이지만 정작 사랑하는 사람은 다르다(?)는 것과 같달까(...). 네? 이런 표현 다 이해하시잖아요. 다 아시잖아요 그쵸? 저만 그런거 아니죠?(...)


티맥의 전성기를 함께한 T-Mac II

하지만 트레이시 맥그레이디의 휴스턴행과 함께 등부상과 야오밍과의 마찰 등으로 약해질 때쯤 저도 결혼을 준비하게 되고, 결국 농구와의 인연은 점점 소극적으로 변하게 됩니다. 지금도 농구는 간간히 하고 있지만, 그때처럼 폭발적이진 않은 것 같아요. 하지만 아디다스의 쿠셔닝은 세간의 인식과 달리 오히려 추천해주고 싶은 1순위입니다. 진짜 포스트 동호회 전성기를 함께 했던 신발은 여러분들도 대부분 잘 모르시는 신발이에요. 제가 가장 사랑해서 세 켤레나 같은 신발을 신게 한 그 녀석은 바로, 샥스 대응형 구조물인 A3(에이큐브)가 적용된 초창기 모델 A3 Elevate입니다. 의외의 반발력과 adiPRENE+의 조합 치고는 가격은 나이키 하이테크 농구화의 2/3 수준이라 저로서는 300% 만족이었습니다. 샥스보다 덜 유난스러우면서, 충격흡수와 적당한 반발력도 제공하며, 체중이 가벼운 이들에게는 샥스의 대체재로 충분한.


농구화 세 켤레, 수집도 아니고 착용 목적으로 보유했던 신발. 역시 제 발 취향은 마이너인가요. 아직도 그 이후로 편한 신발을 찾지 못했습니다.

검색해도 사진조차 없는 슬픈 신발. pics @ 리뷰사이트 스니커섹션


마지막으로 소개해 드릴 만한 농구화는 의외의 농구화입니다. 여러분 K1X라는 브랜드 아시나요? 독일의 자존심, WHUITA, WLOTC라는 말도 안되는 쿠셔닝 명칭(후이타?우이타?ㅜ로틐? 뭐 어쩌라고)에 대한 의문으로 관심을 끌어들인 녀석입니다. 처음 국내 시장에 발을 들인 모델은  칩글라이더(Chiefglider) 였습니다.


대체 이게 무슨 농구화...?

WHUITA는 사실 약자예요. w.h.u.i.t.a = Way Higher Up In The Air, 앞축에 들어가는 반발력 소재를 의미하며, WLOTC 또한 약자로, Way Longer On The Court, 뒤축에 들어가는 충격흡수 소재입니다. 정말 말도 안되죠. 소재의 창의적 네이밍이 아니라 목적이 명칭이 되다니. 역시 독일입니다. BMW=Babarian Motor Works, 뭐 독일 아니겠어요? 하지만, 당시 파일론이라고 부르는 쿠셔닝 소재와 소가죽을 아낌 없이 쏟아부은 정직함은 정말 감동이었습니다. 차는 핸들을 잡고 감동하면 그만이고, 신발은 신고 뛰어서 감동하면 그만입니다. 독일이 그래요. 그래도 나름 Ron Artest가 새크라멘토 시절 신고 나오던 신발로 기억합니다.


이 외에도 줌플라이트5, 폼포지트, 줌 르브론1과 2, 줌 코비1, 조던 등 할 말은 많지만, 사실 이 모델들은 인터넷에서 검색만 하면 나오는 애들이라 지루할 정도입니다. 저는 마케팅보다 알맹이를 사랑하는 사람이고, 롤모델은 있지만 인기는 따라가지 않는 편이라(그래서 피곤합니다만) 오늘은 보이지 않던 아이들을 꺼내어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좋은 신발은 마음과 통하는 면이 많은 것 같습니다.


***우와~정말 많은 분이 봐주셨네요. 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도움이 되셨으면 하트 꼭~눌러주세요!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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