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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ttOh Jul 24. 2016

신입사원에게 필요한 파워포인트

내용이 파워포인트인데 보여줄 PPT 없다. 오늘도 반말 쓴다.

직장인이라면 모두 알겠지만, 현대카드는 제로PPT 문화를 강력하게 추진해왔다.

'일을 위한 일'이 되기 쉬운 파워포인트로 인한 업무 비효율성을 단적으로 상징한 예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PPT 싫다고 모두가 현대카드에 입사할 수는 없는 법.


하지만 어떤가? 사실 '파워포인트 잘 하는 방법'이라는 글은 세상에 무수하게 널려있다. 학원도 많고.

그런데 이런게 실무에 어느정도 도움이 되던가?


나의 경우에는, 신입 때부터 이런건 별로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머지 않아 당신도 보고서를 작성할 것이고, 그 포맷은 파워포인트가 될 것이다. 기업에 따라서는 PPT 기본 보고양식이 세세하게 존재한다. 그러나 모든 양식이 지금 내가 써야하는 보고서 스토리를 반영하지는 못하는 법, 화려하게 화면에 띄워진 사례와 양식은 사실상 당신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 (오피스 강사님들께는 매우 죄송하지만.)


왜냐면 당신은, 파워포인트와 보고서 디자인에 대한 본질적 이해가 아직 잡혀있지 않기 때문이다. 기능 설명 또한 각종 실무 학원이 있지만, 그리도 외워놓고 막상 자리에 앉으면 그게 뭣인지도 제대로 기억이 안나는게 현실. 그러나 연습과 반복은 당신을 더 잘 해내게 만들 것이다. 다만, 연습을 함에 있어, 몇 가지 원칙을 머리에 두고 시작한다면 조금은 더 낫지 않을까.


내가 무슨 파워포인트의 도사는 아니다. 다만 보고서는 나름의 경험을 쌓았으며, 중요한 의사결정을 돕는 부서에 있으면서 깨달은 몇 가지를 제시하고자 한다. 사례 화면은 없다. 오늘 이 글을 읽고, 자신의 보고서와, 팀의 보고서, 그리고 외부에서 발견하는 보고서들을 다시 한 번 훑어보기 바란다.


사례화면을 왜 안보여주냐고? 자신 없어서? 귀찮아서? 트집잡힐까 두려워서? 아니. 오늘 할 얘기는 파워포인트 잘 만드는 "기술"이 아닌데다가,


파워포인트는, 파워포인트를 안다고 되는게 아니기 때문이다.




1. PC보다 노트가 먼저다.


보통 "보고서를 만들어라"라고 하면, 빠르게 프로그램을 열고 문서작성을 시작한다. 누군가 직장상사가 미리 노트해준 자료를 그대로 작성하는게 아니라면, 프로그램을 먼저 여는 행위는 굉장히 위험하다.


자신이 어떤 스토리를 그리고 싶은건지, 조금 머릿속을 정리한 후 프로그램을 여는게 좋다. 그냥 열어서 도형이니 텍스트니 마구잡이로 쑤셔넣으면, 나중에 플로우가 맞는지도 모르고 시간이 없으니까 막 메일로 전송해버린다. 나같은 경우는 그럴 경우를 대비하여, 신입사원에게 좀 어려운 주제를 맡길 땐 일단 손그림으로 대략 스케치해서 가져와보라고 한다. 물론 처음에는 그냥 내가 슥슥 그려서 이대로 일단 만들어오라고 하지만, 이걸 반복하게 되면 결국 머릿속에 빈 채로 손만 움직이는 기계가 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의사결정과 보고문화를 한번 바꿔보자는 얘길 한다 치자. 사실 이정도는 지극히 평범한 내용이라 생각하는대로 바로 PPT에 그리면 되지만, 쉬운 사례로 아래와 같이 그려보았다. 정말 아무생각 없이, "무슨 얘길 들려줄까?"만 고민하며, 생각의 흐름대로 쭉 적어나간다. 위치, 공간, 방향 모두 다 틀려도 상관 없다. 요소를 꺼내는게 관건이다.

일단 하고 싶은 이야기와 보여줄 컨텐츠를 써본다.


그 단어들을 쭉 지켜보고, 이정도로 설명이 가능한지 가늠해본다. 정답은 없다. 좀 더, 효과적으로 보여주는 방법들이 있는 것이다. 이후에 "구성"의 과정을 거쳐 오렸다 붙였다가, 좌우로 위치조정을 하며 스토리의 "관계와 순서"를 정하고 나면, 마지막은 디자인으로 마무리 하면 끝이다.


파워포인트와 직접적인 연관성은 없지만, 디자인씽킹 프로세스에는 "Define&Ideate" 과정이 있다. 관찰을 통한 인사이트의 정리와 아이디어를 정리해주는 과정인데, 이 때 배우는게 하나 있다. "그림은 못그려도 된다. 좋은 전략과 좋은 디자인은 그림솜씨가 아니라 관찰을 통한 생각의 정리에서 시작된다." 실제로 디자인씽킹의 원류는 추론법 중 하나인 귀추법이고, 이에 입각한 논리가 핵심이지 창의성이 핵심인 분야는 아니다.



2. 많이 봐라.


파워포인트의 역할은 시각화를 통하여 상대방의 쉬운 이해를 돕는데 있다. 즉 파워포인트의 핵심은 "상대방의 이해"라는 점이다. 내가 할 말을 풀어놓는 연습장같은게 아니다. 내 할 말은 일단 노트에 연습해서 풀어놓고, 그것을 어떻게 구성해야 보는 사람이 쉽게 이해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게 관건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여태까지 가장 반응이 좋았던 자료들을 탐색해보는 것. 팀 폴더부터 회의자료까지, 회사 내에 있는 자료들을 잘 들여다 본다. 일반적으로 실적 리뷰보다 전략 혹은 프로젝트 관련 자료들을 훑어보는게 더 낫지만, 접근할 수 있는 자료에는 한계가 있을테니 SlideShare 등 외부에서 만들어 공유하는 자료들을 많이 본다. 중요한 것은, 자료의 확보가 아니다.


눈에 많이 담고 기억해두면 된다.



3. 슬라이드만 보지 마라.


많이 보라고 했다고, 슬라이드만 보는건 아주 큰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슬라이드 뿐만 아니라, 모든 디자인 요소를 유의깊게 살펴보는게 오히려 도움이 된다.


간판, TV, 전단지, 백화점 매장 구성. 돌아다니며 당신이 볼 수 있는 눈을 끄는 요소들은 모두 봐두는게 좋다.


당신은 디자이너가 아니다. 평소 봐둔 요소들을 디자인하라는 게 아니라, '왜 내가 그 간판에, TV화면에, 매장에 끌렸는지'를 생각해보기 바란다. 그 찰나의 느낌, 색상, 톤, 감성적 어필 요소들을 기억해뒀다가 도형이나, 구글검색을 통한 아이콘/이미지 활용을 통해서 만들면 된다.


간판, TV, 매장들도 모두 프리젠테이션 방법들이다. 


전달하려는 주제와 어필을 파워포인트보다 더 함축적인 방법으로 더 눈에 잘 띄고, 잘 이해되며 오래 기억되록 하는 공통의 목적을 가진 요소이므로, 지속적인 관찰과 상상은 크게 도움이 된다.



4. 화려하다고 눈에 잘 띄는게 아니다.


사실 이 얘기는 많이들 한다. 그런데 화려하거나 심플한게 문제가 아니다. 강약중강약을 맞추라는거다. 한 페이지에 3가지 이상의 색상을 넣는건 무리다. 나는 흑백&그레이톤의 농도 변화만 가지고 자료를 최대한 만든다. 그 페이지에서 Audience가 죽었다 깨어나도 봐야 하는 부분에만 색상을 준다. 하지만 이것조차 가급적 용납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조금 쉽게 표현하자면,


당신이 흑백프린터로 자료를 출력한다는 가정 하에 자료를 만들어보기 바란다.



5. 멋내지 마라. 아이콘과 영어는 남발할 수록 구차해진다.


봄-여름-가을-겨울. 여기에 굳이 [꽃-비키니-단풍잎-눈 결정 모양] 아이콘을 넣을 필요가 있을까? 차라리

봄-여름-가을-겨울 글씨를 잘 보이게 구간별로 배열하는게 나을 수 있다.


왜 디자인 요소를 안넣고 텍스트로 구성하냐고 묻는다면, 때로는 디자인 요소가 오히려 이해를 반감시키기 때문이다. 디자인 요소가 과도해지면 "추상화"가 되어버린다. 도를 넘어선 멋진 디자인은 자칫 알맹이 없는 만화 정도로 이해될 수도 있다. 글자수가 화면에 담기에 길어질 것 같으면, 그 때 가서 고려하면 된다.


참고로 아이콘은 구글 이미지검색 등 다양한 곳에서 얻을 수 있고, 소위 파워포인트 강사들이 알려주는 아이콘 사이트에서 쉽게 얻을 수 있다. 또는 돌아다니는 아이콘 이미지를 가져와 흰 바탕을 투명처리하면 퀄리티를 떨어뜨리지 않는 범위 내에서 쉽게 사용이 가능하다.


특히 요즘같은 글로벌시대(가 된지가 몇 년인데 참)에 영어를 엄청나게 넣는 분들이 있다. 영어? 좋다. 그런데 결국 설명은 한글로 하지 않는가? 목소리는 한글로 말하고 있는데, 화면은 영어로 되어있으면 짧은 시간(발표/보고 시간은 짧을 수록 좋다)에 순간적인 이해를 방해한다. 심지어 빠른 이해를 위해서라면 가능한 부분은 영어도 한글로 (예를 들면  : 포지션, 프로세스, 비즈니스, 머천다이징, 채널 등..) 표현할 수도 있다. 청중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적절한 디자인 요소를 섞어 이해가 빨리 가는 수준에서만 정리하면 된다.


디자인 요소를 배척하라는 얘기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프레임이며, 그 다음 복잡한 텍스트를 조금 더 잘 이해가 가도록 디자인하면 된다.




사실 직장인들에게는 조금 당연한 얘기일 수도 있다. 하지만 시간에 쫓기고 생소한 과제를 받다 보면, 처음 프레임을 구성하는 경우가 신입 말고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당황하지 말고, 주어진 과제가 무엇인지 충분히 생각한 다음, 정리를 하고 잘 표현하면 된다. 최근의 신입사원들은 기본적으로 배워오는 것도 있고, 어디서든 관찰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기술적인 부분은 금방 채워질 것이다. 다만 생각을 정리하는데는 시간이 조금 걸릴 수도 있다. 이 부분은 경험이 크게 작용하는데, 보통 사람들은 이걸 시각화의 문제로 생각하지만 사실 시각화보다는 프레임의 문제이다. 내 생각이 옳고 그름을 떠나, 업무를 하면서 관련된 이들에게 내 생각을 100% 전달할 수 있는 것, 그래서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은 핵심역량 중 하나인 "커뮤니케이션"의 가장 기본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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