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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ttOh Aug 11. 2016

조금은 다른 재규어XE에 대한 관점

하려면 제대로 좀 하지

타이밍이 한참 늦었지만,

요즘 올라오는 기사와 글들을 보다보니, 문제를 다른 각도에서 볼 필요도 있는 것 같아서요. 그럼 급하니까 반말 씁니다.




CEO도 지사장도 아니고 마케팅책임자. 거기에 정작 브랜드를 책임지는 곳과는 정식 계약도 아닌 "구두" 협의. 세 군데 모두 "잘못"은 없어보인다. 말 그대로 삼자간의 서투른 업무방식이 초래한 해프닝인거지. 재랜코에 "말"은 해놨으니까 대충 안심했겠지. 정식으로 진행했다면 일이 빨리 안돌아갔을테니 질러보자는 마음으로 치고 빠지려는 거였다면, 정말 나까마 수준인데. 설마 그 세 기업들이 그런 마인드는 아니겠지, 설마.


지금은 만우절이 아니고, 위 3개사가 모두 진실을 얘기하지 않는다는 전제를 둔다면, 이번 일은 일개 MD가 행한 어설픈 업무처리의 결과일 수는 있다. 서로 실적이 가장 소중할테니까 니즈가 맞아떨어졌겠지. 딱 20대. 윈윈이라고 생각했을 거다. 사실 그런 일은 티몬만의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문제는 있다.


다만 결국 최종 수혜자 (또는 피해자)는 소비자인데, 그들에게 진지하지 못했던 점은 분명 이슈가 있다. 하려면 제대로 했어야 한다. 수입차 브랜드에게 앞으로의 상황에서 빠져나갈 빌미만 더 만들어준 셈.


가격거품이 심한 국내 수입차 시장을 어떻게 변화시켜 보려고, 온라인 차량 판매를 활성화 하고자 시작한 일이라면, 이렇게 해서는 안되지 않았을까. 하지만 이번 일은 그렇게 진지해보이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조금 아쉬움이 남는다. 재랜코를 직접 건드리려고 하면 앞으로도 온라인 판매 가능성은 없다? 어떻게든 SK엔카와 직접 매입해서 팔아 보고, 그래서 재랜코가 AS보장을 안해준다면 AS를 담당할 사설업체까지 확보해서 나름의 모델과 네트웍을 만들어가는 부분은 고민했을까?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잘 안팔리더라도 실질적인 판매가를 공식적으로 안보여주려는 고질적인 국내 지사의 문제라고들 할거다. 그런데 그게 마진과 수익 때문일까? 설마. 뒷구멍으로 할인해주는게 어제 오늘 일도아닌 것을. 이번 해프닝은 수익때문도 아니고, 명백히 자신들만의 시장가격을 인터넷에 공식적으로 "노출"하고 싶지 않다는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의 대답이다. 뭔가 사업기밀 유출 혹은 치부로 느껴진걸 지도. 설마 그들이 평소에 그런 딜러할인을 모르고 있었을까? 글쎄. 어쨌든 "700만원"이라는 시장내 할인폭을 공식화 한 미디어 효과에 당황했을 가능성은 크다고 본다.


게다가 이건 재규어라는 "브랜드"만의 문제가 아니다. 고작 작년에 출시한 신규 엔트리 세단 라인을 온라인에 대놓고 내동댕이 치는게 싫은거지. 국내 차 브랜드와 달리, 유럽 브랜드는 정통성과 일관성 측면에서 페이스리프트를 제외한 라인업 리뉴얼을 변덕스럽게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해가 안가진 않는다. 더구나 수요가 절대적으로 작을 수밖에 없는 나라에 물량공급을 해줬을 때, Volume을 기대할 수 없는 나라에 재규어 본사는 어떤 요구를 했을까. 하지만 재규어는 물량으로 승부를 하는 브랜드는 아닐터. 만일 그들이 아니라도, 국내 수입사 역시 물량이 안되는 시장에서 가격책정을 그렇게밖에 못했을 수는 있다. 그게 치부이건 잘못이건 나라 탓이건 간에, 어쨌든 비판을 하고 있는 우리들이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였다면 어떡했을까. 입장을 바꿔 조금 다른 시각에서 해석을 해볼 필요가 있다. 하지만 지금 이 문제는 그부분과는 큰 상관이 없다. 수입사의 가격정책에 대한 불만은 1~2년만의 문제는 아니었으니까. 만일 앞으로의 연식변경 모델로 인한 가격할인을 인정하더라도, 이렇게 일파만파 퍼지는 온라인 시장에 준비 없이 내놓고 싶지는 않았을 수도 있다.


이번 문제는, 그부분을 정면으로 마주하지 못한 미흡한 업무처리 또한 나머지 세 기업에게도 개선의 여지가 있다는 점이다.


티몬의 말이 사실이라면 딜러사가 authority를 지키고자 뒤늦게 발뺌하는 것일테고, 딜러사가 진실이라면 티몬은 이틀 전을 만우절로 만든 셈이다. 그러나 티몬이 UV나 끌어모으자고 없는 차를 있다고 팔 이들은 아닐 거다. 그들은 엄연히 공정거래법과 전자상거래법 아래 놓여있는 기업이니까. 온라인 중개판매업체라면 한 번 쯤은 고민해봤을 문제다.


하지만 이번 기회에, 환경부와 폭스바겐과 닛산을 보았듯이, 섣불리 견고한 시장을 건드리면 되려 당한다는 점과, 백업을 어느정도 해놓고 들이대야 할지에 대한 레슨이 있었다는 점과, 앞으로 새로운 병행수입 비즈니스를 만들 수 있을지, 혹은 해외처럼 국내 온라인 판매정책을 뒤바꿀 수 있을지에 대한 가능성 정도는 가늠해 보았다는데 의미가 있을 듯 하다.


새로운 시도에 대한 응원도 중요하겠지만, 진심으로 판매구조와 가격정책이 변화하길 기대하는 한 사람으로써, 많은 아쉬움이 남는 일이었다.


핵심은, 이런 종류의 딜은 딜러와 중개자와 상관 없이 상품을 쥔 자에게 모든 성패가 달려있다는 걸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거다. 상품의 확보는 구매자와 직결되며, 그 신뢰가 깨지는 순간 나름의 의지로 추진한 사업이 매우 우스워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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