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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ttOh Mar 10. 2017

자다가 짜증나서 일어나 쓰는 쏘나타 뉴라이즈 단상

오죽하면 자다 일어났겠냐

아침에 새로 출시된 쏘나타 뉴라이즈 블로그를 들어가봤습니다. 네이버 메인에 떠있더군요. 이제 신차 출시를 했으니 확산 작업을 해야 하는 시기니까 컨텐츠는 많이 준비하고 있는 것 같더라구요.



요약하자면 이렇습니다.



1. 앞 20mm 낮아지고, 뒤 5mm 높아져서 속도감과 날렵함이 보이도록 디자인

2. 크롬 가니쉬로 연결된 캐스케이딩 그릴

3. 공기청정모드

4. 더 과감해진 후면부 + 엠블럼 버튼을 통한 트렁크 오픈

5. 주행 중 후방영상 디스플레이


한 때 현대는 참 열심히 하는 브랜드, 좋은 매뉴팩처러였습니다.


패스트백의 명장 주지아로(이탈디자인 까로체리아)도 영입했었구요,

피닌파리나도 영입했었습니다.

실수로 너무 좋은 차를 내놓기도 했죠.


사실 이 땐 뭐 디자인 설명하지 않아도 됐었습니다.

디자인이 멋지거나, 까로체리아 백그라운드가 확실하던가, 차체밸런스가 죽여주던가.


현대는 짧은 역사에도 확실한 위치를 다져왔습니다. 1976년 1월부터 포니 판매를 시작(생산 기준으로는 1975년부터)으로 이젠 40년이 넘는 나름 레거시가 있을 만한 브랜드죠. 그 가운데, 쏘나타는 1985년 11월부터 판매를 시작해온, 현대에서 가장 긴 수명을 자랑하는 브랜드 중 하나입니다.


이런 쏘나타가, 위에 씌여진 다섯가지 변화를 두고 나름의 자부심을 뽐내고 있습니다만,


1. 앞이 낮아지고 뒤가 높아지는 형태는 날렵함과는 거리가 있는데다, 20mm와 5mm 가지고는 도저히 그 변화를 눈치채기가 어렵습니다. 날렵함과 스포티함은 캐릭터라인과 실루엣, 루프라인으로부터 오는 개념이지 앞뒤 높이 변화가 가져오는 컨셉은 아니예요. 점점 앞이 낮고 뒤가 높아지면 뭐가 되냐면요,

이런게 되는 거거든요.

프로포션의 문제다? 그럼 이런건 어떤가요.

앞이 참 낮죠? 스포티한가요?

숄더라인이 낮고 루프가 볼록한 자태, 결코 날렵하지가 않습니다.


날렵한 디자인은, 오히려 앞을 키우고 직선에 가까운 캐릭터라인을 가져갑니다.

패스트백으로 뒤를 깎아버리는 과감함까지 가져가죠.

아. 세단은 다를 수도 있다? 그럼 이건 어떤가요. 앞을 낮추고 뒤를 높인 디자인일까요?

참고로 파사트도 북미버전에 비해서는 약간 낮춘 건 사실이지만, 캐릭터라인이 뒤로 갈 수록 높아지는 것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명확한 직선 중심의 구성, 짧아"보이는" 오버행, 그릴 앞까지 최대한 유지해준 후드 라인.

벤츠도 BMW도 아닌, 나름 서민 브랜드(우리나라에서만 장난질이죠)인 파사트도 이정도입니다.

어때요?쏘나타랑은 확연히 차이가 나죠? 선을 여러개를 쓰는 것도 아니고, 프로포션도 아주 이상적입니다.


아마도 현대는, 롱 노즈 숏 데크의 프로포션을 전저후고의 웨지타입으로 오해한 듯 합니다.

정말 말이 안되는 농간이죠.


2. 크롬가니시로 연결된 캐스케이딩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습니다. 우린 한 동안 '헥사고날 그릴'이라는 Identity에 대한 주입식 교육을 받아왔는데요,

드디어! 아래쪽 빗면을 안으로 휘게 하고, 캐스케이딩으로 이름을 바꾸었습니다!

근데 이 그릴. 결국 육각형이죠? 아래쪽 빗면이 안쪽으로 휘면서 자연스럽게 흘러내리는 형상인데요.

그거나,

헥사고날그릴 시절 싼타페나, 같습니다.

아랫빗면의 변화. 근데 왜 이렇게 별 감이 오지 않는 차이로 생색을 내는가 생각해 보면,

범퍼-그릴 통합형 육각형을 쓰다 보니 나름 먹힐 만한 디자인이라 여러 라인업에 조금씩 다른 형태로 적용한 듯 한데 그게 하필 자사의 프리미엄 브랜드에 완성도 있는 형태로 적용이 되어버렸고,

해외에서도 이 육각형을 막 써먹기도 하고,

이제 평범한 형태가 된 이 육각 그릴을 버리자니 느낌 괜찮고, 다른 브랜드에서 따라 하는데 차별화를 하는 데 있어 이러한 선택을 하지 않았나 하는 추측을 해볼 수 있습니다.


어디까지나 추측입니다만, 글쎄요. 저는 저널리스트가 아니라 할 말은 없지만, 자동차에 약간의 관심을 가진 사람으로써 이 1, 2번의 디자인에 대한 설명이 굉장한 변화라고는 도무지 동의할 수가 없습니다.


아, 시선을 아래로 향하도록 크롬 가니시 디자인을 했다는데 도대체 그게 뭔소린지도 모르겠네요. 시선이 아래로 향하면 뭐가 좋은건지, 참. 역동적인 디자인이 궁극적인 목표라는데. 시선이 아래로 향하면 역동적이 되는거군요. 젊은 시절에는 멋진 여자를 두고 시선을 점점 내리면 남자가 역동적이 되긴 하는데 이런 경우는 어찌 설명을 해야 할지 저도 난감합니다. 차가 늘씬한 여자분인 것도 아니고 에휴


3. 공기청정모드는 더 의아한 부분입니다.

일단 필터를 집중 홍보하고 있습니다. 근데 결국 필터 덕분에 공기가 청정해지는거니, 우리는 앞으로 고성능 에어컨 필터를 사느라 돈을 더 들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원가 확인은 안해봤지만, 함 해보죠 뭐. 그렇다고 일반 필터로 바꾸게 되면 더이상 공기청정이 안된다는 뜻이니, 일단 필터는 다른걸 선택하면 안되겠네?

내/외기 버튼을 2초간 누르면 공기청정모드가 실행된다지만, 역시나 필터의 수명에 달려있으며, 내기순환이 될 경우 어차피 차내에서 도는 공기일테니 필터는 확실히 보증수명 내 교체를 해줘야겠습니다. 물론 보증수명 내에서도 "공기 상태에 따라 수명이 다를 수 있습니다"라는 조항이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창문 한 번 열고 말지 원.


4. 더 과감해진 후면부!!

선 정리는 잘 된 것으로 보입니다.

클린이미지 구현이라는 본인 시각의 노력을 생색낼 필요는 없습니다.

디자인은 옳은 방향을 향해 진보할 뿐입니다. 클린이미지를 구현하려고 노력한건 별로 알 필요가 없거든요. 커뮤니케이션 워딩이 너무 서투른데, 누군지 몰라도 회사에서 열심히 인터뷰해서 배운 분이 옮겨다 적은 티가 팍팍 납니다.


5. 후방영상 디스플레이

최근 몇 년 사이 사이드미러가 없어진다는 트렌드를 많이 제시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기술진보를 위해 입법예고를 했었죠. 국제적으로는 이미 작년 6월에 풀렸습니다.

좋은 시도임에는 분명합니다. 하지만 후방카메라와 함께, 좌우 시선에 대한 커버가 되어야 하는데, 결국 후방 시야만 확보한다는 것은 역시 설명에 있는대로 짐이나 탑승자의 앉은키 높이에 따라 안보이는 시야를 해결해주는데 목적이 있습니다. 좌우 시선은 역시 사이드미러로 해결해야 하니 숄더첵은 할테고, 사이드미러로도 뒤 상황을 관찰할 수 있으니, 가까이 다가오는 상황에 대한 대처가 아닌 이상 이 기능이 과연 쓸모가 있을까...싶네요. 게다가 내비게이션이 나오는 화면에 뒤 화면을 보여준다? 알 수 없는 일입니다. 룸미러에 보여줄 순 없었나 아쉽네요. 후방카메라 화면 나오는 룸미러 나온지가 언젠데 굳이 내비 화면 가려가면서 뒤를 보라고...


보통 자동차의 디자인을 얘기하자면, 전체적인 캐릭터 라인과 디테일을 설명하는 수준이고, 그 이외의 디자인은, 디자인인이 아닌 "구조와 기능"으로 설명을 합니다. 그 이상의 디자인 요소는 까로체리아와 같은 장인 수준의 업체들이 아이덴티티를 설명하죠. 자가토의 버블루프, 주지아로의 패스트백.


현대의 디자인에서는 구조와 기능이 빠져있음은 물론, 기능조차 그 설명이 궁색합니다. 현대가 언제 호프마이스터킥이나 키드니그릴 같은 디자인 레거시를 가져간 적이 있었나요? 없죠? 없으니까 이렇게 되는거예요. 그러나 쏘나타는 우리나라의 베이비부머 세대와 함께 세월을 지내온 엄청난 레거시를 가지고 있습니다.


레거시에 비해 디자인적인 맥락이 끊겨있는 느낌을 받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위계질서 하의 의사결정 구조, 수익, 시장규모, 언론플레이, 리콜 방어, 숫자 중심. 지금의 현대는 차에는 그만큼 열정을 쏟고 있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최근에 탐스 콜라보레이션을 했으나, 탐스는 기부의 상징. 사람들이 현대를 그런 착한 이미지로 생각할까요? 지금까지의 현대의 행적을 돌이켜 봤을 때 꼭 그런 것 같지는 않습니다. A/S망이 넓다는 이유 빼고는 현대차를 구입할 이유가 현재로서는 없을테니까요. 저 역시 현대차를 일부 몰고 있는 사람이지만, 서투른 리콜과 어이없는 서비스에 넋이 나갈 지경입니다.


현대에게 필요한건, 서비스지침 개정과 블루핸즈의 서비스품질 향상, 직영캐파 증설, 리콜, 기술로부터 쌓아가는 공고한 레거시, 이를 하나로 잇는 브랜딩일 것 같습니다. 가장 기초적이고도 당연한 것들을 먼저 챙겨야 할텐데, SM6의 파장에 대응은 하고 있으나 그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는 너무나 많은 것을 빼먹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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