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
PC방에서 배틀그라운드를 세 번째로 했던 날이었다. 오래 전 어느 금요일, 저녁 11시에 들어간 피시방에서 나는 16시간을 있었다. 토요일 오후 3시쯤 PC방에서 나온 나는 피곤을 동력 삼아 다시 16시간을 잤다. 신기했던 경험이지만 더 신기했던 것은 PC방에서 쉬지 않고 배틀그라운드만 16시간을 했다는 사실이다. 왜냐면 나는 다양한 재미를 쫒고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은 죄로 한 가지에 오랫동안 집중하기 어려운 사람이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를 들은 아이들은 나에게 묻는다.
"지루하지 않았어요? 어떻게 견뎠어요?"
몇 번에 걸친 아이들의 질문에 몇 날을 곰곰이 생각했다. 그 덕분에 장점으로 생각하고 싶은 나의 모습 하나를 정의할 수 있었다. 감사할 따름이다.
한 가지 게임을 오래 할 수 있었던 비결은 '다양한 재미'에 숨어있었다. 분명 나는 배틀그라운드라는 게임 '하나'를 즐겼다. 하지만 게임에서 즐길 수 있는 재미는 수십 가지가 넘었다. 아니, 엄밀히 말하면 나는 수십 가지의 재미를 찾을 수 있는 '촉'이 있었다.
처음에는 어떻게든 싸움에서 이기려고 발악하는 재미를 즐기다 좌절을 겪고 어떻게든 살아남으려는 목표를 세웠다. 그 과정을 즐기다 멋지게 구현해 놓은 게임 내 풍경들을 감상하기도 했고, 자동차를 타고 돌진하는 재미, 보이는 자동차의 바퀴를 다 터트리는 재미, 숨어서 함정을 파는 재미, 모르는 사람과 이야기하는 재미, PC방의 맛있는 음식을 즐기는 재미, 적응이 된 뒤 1:1 싸움에서 승리하는 재미 등 오만가지 재미를 즐겼었다. 유튜버의 영상을 보고 따라서 연습하는 재미를 즐기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16시간이 지나있더라.
나는 하나의 무언가를 했지만 결코 하나만 하지 않았다. 말장난 같지만 진실이다. 이 관점으로 지난 내 모습들을 돌아다보니 비슷한 일들이 많았다. 운동도, 공부도, 먹고 노는 것도, 일하는 것 까지도 모두 다. 다른 사람들이 보면 나는 반복적이며 일관적인 생활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상 내가 느끼는 나의 삶은 생각보다 다양하고 다이내믹하며 즐겁다. 덕분에 한 가지를 여러 가지 재미 동기를 가지고 꾸준하게 즐길 수 있었고, 자연스레 다양한 활동들의 작은 성취들이 일관되어 보이고 깊이 있는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물론 나와 다른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호기심'을 잊지 않고 사는, 하지만 무언가에 집중하지 못한다고 자책하는 사람들에게는 이 관점이 자책을 성취로 바꾸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자신의 집중력에 불만이 많다면, 한 가지의 일에서 다양한 의미와 재미를 발견할 수 있는 관점을 길러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