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 도시, 기업의 성장과 죽음에 관한 보편 법칙
나는 과학을 공부하면 할수록 경이를 느낀다. 전혀 관련이 없다고 생각했던 사물들이나 속성들이 서로 깊이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새로운 과학적 발견이란 이전에 몰랐던 사물이나 속성 사이의 관계를 찾아내는 일이다. 그럼으로써 세계에 대해 더 많은 지식과 통찰을 준다. 나아가 우리의 미래에 대해 깊이 숙고할 능력을 준다. 이 책 <스케일>은 생물, 도시, 그리고 기업이 규모가 달라질 때, 여러 속성이 일정한 법칙에 따라 변한다는 사실을 설명한다. 스케일링 법칙에 따라 생물, 도시, 기업 모두에서 성장, 혁신, 지속 가능성, 삶의 속도가 일정하게 변화한다. 우리는 스케일링 법칙을 통해 자연과 사회의 물리적 질서와 한계를 파악하고 미래를 예측할 때 이를 참조할 수 있다. 어떻게 이런 법칙이 나올 수 있는지, 이 법칙은 무엇을 설명할 수 있는지 알아보고 그 의미를 살펴보자.
물리적 실체를 가진 사물은 크기에 따라 속성이 변한다. 그런데 변화하는 정도가 똑같지는 않다. 가장 기본적인 예로 정사각형의 경우 각 변의 길이가 2배가 되면 넓이는 2배가 아니라 4배가 된다. 정육면체의 경우 모든 변의 길이가 두 배가 되면 부피는 2*2*2=8배가 된다. 사람의 경우 비만을 나타내는 지표로 BMI가 쓰이는데 체중(kg)을 키(m)의 제곱으로 나눈(체중/키의 제곱) 수치다. 그런데 체중은 부피에 비례하고 부피는 길이의 세제곱에 비례한다. 그렇다면 키의 제곱이 아니라 세제곱으로 나누는게 더 맞아보인다. BMI가 나타내는 수치는 키가 큰 사람의 경우 실제 비만한 정도보다 높게 나온다. 물론 사람의 몸이 정육면체가 아니므로 정확하게 세제곱에 비례하지 않는다. 그러나 키와 체중의 관계는 길이와 부피의 관계와 대략적으로(결이 거친 수준에서) 더 가깝다.
BMI는 사소한 문제일 수도 있다. 이 문제를 생각해보자. 신약 개발을 할 때 동물 실험에서 효과를 본 약물을 인간에게 시험할 때 어느 정도의 용량을 써야할까? 저자는 책에서 안타까운 이야기를 하나 들려준다. LSD(Lysergic Acid Diethylamide)는 1938년, 스위스의 화학자 알베르트 호프만이 맥각의 유효성분인 리세르그산의 구조를 변형한 일련의 화합물을 합성하는 연구 과정에서 나왔다. 그는 직접 LSD를 자기 몸에 투여했는데 마음에 심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경험했다. 이후 LSD는 각종 약물 중독, 우울증 등 다양한 정신질환에 쓰였다. 그런데 미국에서 환자가 아닌 일반인들이 마약처럼 사용하면서 1970년 마약으로 지정되어 금지되었다. 금지되기 이전, 1962년에 미국에서 아시아코끼리에 LSD를 투여하는 연구가 진행되었다. 아시아코끼리가 가끔 공격적인 상태가 되는데 이 행동이 LSD와 어떤 관련이 있을지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그럼 투여량을 어떻게 정해야 할까? 보통 사람에게는 0.25밀리그램을 투여하면 환각이 생긴다. 또, 고양이의 경우 체중 1킬로그램 당 0.1밀리그램이 적절한 용량이었다. 연구자들은 고양이를 기준으로 삼았다. 그들은 실험 대상인 코끼리의 몸무게가 3,000킬로그램이니 0.1 곱하기 3,000 해서 300밀리그램이 적절한 용량이라고 계산했다. 실제로 297밀리그램을 투여했는데 결과는 끔찍했다. 코끼리는 발작을 일으키며 1시간 40분만에 죽었다.
어째서 이런 참혹한 일이 벌어졌을까? 약물의 적절한 용량은 체중보다는 표면적의 스케일링에 제약을 받는다. 체중과 비례하지 않는다. 실제로 표면적 스케일링(3분의 2 거듭제곱)을 이용하면 300밀리그램이 아니라 몇 밀리그램 정도가 나온다. 이 사례를 보면 약을 어린이나 유아에게 먹일 때 성인 기준에서 얼마나 줄여야 하는지 정할 때, 체중이 절반이므로 용량도 절반이라는 식으로 결정하면 아주 위험할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최근에는 약물 용량을 단순히 체중에 비례해서 계산하지 않는다. 그래도 쉽게 실수할 수 있으니 주의깊게 용량을 확인해야 한다. 이처럼 크기의 변화에 따른 속성의 변화를 찾아 어떤 사례에 관련짓는 일은 단순한 호기심 충족의 차원을 넘어선다. 책에는 선박의 길이에 따라 배가 실을 수 있는 용량이 단순 비례보다 더 크게 늘어나는 관계를 안 후로 세계 무역과 상업이 엄청나게 발전했다는 예를 들기도 했다. 이런 예는 무수히 많다. 고질라같은 거대 괴수 생명체가 물리적으로 가능하지 않다는 사실도 스케일링 법칙에서 이끌어 낼 수 있다. 다리가 지탱하는 힘은 다리의 단면적(제곱)에 따라 증가하지만 체중은 부피(세제곱)에 따라 증가하기 때문에 어느 크기 이상이 되면 다리가 체중을 버티지 못한다. 이 논증은 “그래도 지구는 돈다”고 했던 갈릴레이가 펼쳤다. 그만큼 스케일링은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생명체에서는 대사율이 스케일링 법칙을 만들어낸다. 대사는 섭취한 영양물질을 몸 안에서 분해하고 합성하여 활동하는데 필요한 에너지를 만들고 그 밖의 물질은 몸 밖으로 배출하는 일련의 과정이다. 대사율은 획득된 에너지에서 손실된 에너지를 뺀 대사에너지의 비율이다. 세포에 에너지가 공급되는 속도라고 할 수 있다. 즉, 대사율이 높다는 말은 에너지를 많이 쓴다는 뜻이다. 사람은 살아가기 위해 하루에 약 2,000칼로리의 열량을 필요로 한다. 이를 환산하면 백열전구 하나를 켜는데 드는 에너지와 비슷한 90와트이다. 칼로리는 열량의 단위로 1cal는 1g의 물 온도를 1도 올리는데 필요한 에너지양이다. 1줄(J)은 1뉴턴(N)의 힘으로 물건을 1m 옮기는데 필요한 에너지다. 칼로리는 줄로 환산할 수 있다. (1cal = 4.2J) 1와트는 1J의 일을 1초간 하는 일률이다. 다른 동물들의 일률, 즉 대사율은 어떤지 아래 그래프를 보라.
그래프의 눈금을 자세히 보자. 1,2,3…..하는 식으로 늘어나지 않고 10배 단위로, 즉 지수적으로 눈금의 수치가 바뀐다. 그런데 각종 동물들의 대사율이 하나의 직선 위에 옹기종기 모여있다. 일정한 규칙이 있다는 뜻이다. 이 직선의 기울기는 3/4이다. 이것이 무슨 뜻이냐면 체중이 10의 4제곱, 즉 일만 배 증가하면 대사율은 10의 3제곱, 즉 일천 배 증가한다. 만약, 체중이 100배(10의 2제곱)라면 대사율은 약 32배(10의 2*3/4=1.5제곱) 늘어난다. 이 지수법칙은 자기 유사성(self-similarity)을 갖는다. 30그램 생쥐의 대사율이 1와트라고 하자. 그러면 생쥐보다 100배 무거운 3킬로그램 고양이의 대사율은 32와트가 된다. 고양이보다 100배 무거운 소가 있다면 이 소는 고양이보다 32배 높은 대사율을 가진다. 소보다 100배 무거운 고래가 있으면 이 고래는 소보다 32배 높은 대사율을 가진다. 이처럼 체계적으로 어떤 질서가 반복되는 양상을 자기 유사성이라고 하며, 거듭제곱 법칙이 나타내는 특징이다. 이 자기 유사성은 프랙탈 이론과 이어진다.
동물의 세포 크기는 대체로 엇비슷하다. 체중이 100배라면 세포의 수도 대략 100배라고 볼 수 있다. 세포의 수는 100배가 늘었는데 대사율이 32배가 늘었다면 체중이 무거운 동물일수록 에너지를 절약한다는 의미다. 체중이 2배(100% 증가)가 되면 필요한 에너지는 100% 늘어날 필요가 없다. 75%만 증가하면 된다. 체중이 2배가 될 때마다, 에너지는 25%씩 절약된다는 말이다. 놀라운 사실은 따로 있다. 생명체에서 이런 자기 유사성을 가지는 속성이 많은데 모두가 1/4의 곱으로 표현되는 지수를 통해 표현된다는 점이다.
3/4 : 대사율, 성장률, 대동맥의 단면적, 나무줄기의 단면적, 뇌 크기
1/4 : 대동맥의 길이, 유전체의 길이, 나무의 키, 수명
5/4 : 대뇌 백색질과 회색질의 양
-1/4 : 심장 박동 수, 막을 통한 확산 속도, 진화 속도, 세포 내 미토콘드리아 밀도
3/4 거듭제곱 법칙은 앞에서 보았다. 1/4 거듭제곱 법칙에서 수명을 눈여겨보라. 체중이 10의 4제곱, 즉 10,000배 증가하면 수명은 10의 1제곱, 10배 증가한다. 큰 동물일수록 오래 사는데 어떤 정도로 오래 사는지 대략 알 수 있는 규칙이 여기 있다. 뒤에 다루겠지만 대사율은 수명의 한계를 정하기도 한다. -1/4이라는 의미는 크기가 증가함에 따라 양이 감소한다는 뜻이다. 동물의 크기가 커질수록 1/4 거듭제곱만큼 심장 박동 수는 줄어든다. 이쯤 되면 4는 생명체의 스케일링 법칙에 있어서 마법의 수나 다름없다. 그런데 이 4라는 숫자는 그저 우연에서 나온게 아니다!
생명체의 기본적 스케일링 법칙을 규명하는 데, 대사율이 가장 핵심이 된다고 앞서 이야기했다. 생명의 기본 활동이 바로 대사다. 대사를 통해서 영양을 섭취하고 영양을 공급해 활동한다. 동물은 순환계를 활용해서 세포에 영양을 공급한다. 순환계는 혈관과 심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혈관은 망이다. 저자는 생물학에서 스케일링 법칙이 에너지, 물질, 정보를 배분하는 여러 망들의 보편적인 수학적, 역동적, 조직적 특성에서 기원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망의 특징은 종을 초월해서 일반적인 특성을 가지므로 개별적 진화와 독립되어 있다고도 주장한다. 생물종이 어떤 경로로 진화를 하든 모든 생물에서 망의 특징은 언제나 같다는 말이다. 저자는 세 가지 일반적인 망의 법칙을 제시했다. 이를 수학의 언어로 풀이하면 4분의 1제곱 스케일링 법칙이 나온다. 우연의 일치로 이런 상관관계가 나온게 아니라는 뜻이다. 어째서 이런 수학적 규칙이 나타나는 걸까? 먼저 망이 가지는 세 가지 특징을 살펴보자.
(1) 공간 채움
공간 채움은 망이 자신이 봉사하는 시스템 전체로 빠짐없이 뻗어나가야 한다는 의미다. 우리 몸의 모세혈관이 모든 세포에 산소를 공급할 수 있어야 한다. 모세혈관이 세포 안에 들어갈 필요는 없다. 주변의 세포에 충분한 산소가 확산되어 들어갈 수 있도록 세포에 충분히 가까우면 된다. 수도관이 집의 화장실과 부엌에만 나와도 충분히 필요한 물을 공급할 수 있다.
(2) 말단 단위의 불변성
포유류의 모세혈관은 생쥐나 사람이나 코끼리나, 종에 상관없이 본질적으로 동일하다. 또, 유아거나 성인에 관계없이 동일하다. 거대한 빌딩에서 마지막에 물이 나오는 수도관의 크기는 일반 가정집에 물이 나오는 수도관과 지름이 같다. 말단 단위는 에너지와 자원을 전달하거나 받는 망의 핵심이다. 세포 안에서 에너지를 만드는 미토콘드리아, 세포의 크기, 식물의 잎자루(마지막 가지)도 전체 개체의 크기에 상관없이 거의 동일하다.
(3) 최적화
최적화란 망이 작동하는 데 드는 에너지가 이 구조 아래에서 가능한 최소 수준이란 뜻이다. 심장의 출력은 순환계의 구조와 동역학의 무한히 많은 가능성 중에서 에너지가 가장 적게 든다. 생명체는 그렇게 진화했다. 생명체에서만 그런게 아니다. 물리학의 많은 근본적인 법칙도 계가 지닐 수 있거나 앞으로 나올 수 있는 가능한 모든 구성들 중에서 작용을 최소화하는 ‘최소 작용 원리’로부터 유도할 수 있다.
* 프랙탈 구조
여기에 더해 망의 수학 법칙이 나오기 위해서는 ‘프랙탈’에 대한 이해가 필수다. 앞에서 거듭제곱 법칙이 자기 유사성을 가진다고 했다. 자기 유사성이 무한히 반복되는 구조가 프랙탈 구조다. 같은 패턴이 스케일을 달리해서 무한하게 되풀이되는 기하학적 구조다.
위의 그림을 보면 처음 삼각형 변의 1/3 길이의 삼각형을 원래 변에 붙이는 작업을 반복하면 일정한 패턴의 도형이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런 프랙탈 구조는 자연에서 흔하다. 포유류의 순환계, 나뭇가지, 나뭇잎, 해안선, 눈송이 결정 등 무수히 많다. 이런 프랙탈 도형은 기존의 차원으로 설명할 수 없다. 1차원은 선, 2차원은 면적, 3차원은 부피이다. 프랙탈 도형은 선으로 이루어져 있어 1차원 같지만 실제로는 (일정 영역에서) 2차원에 가깝다. 왜냐하면 자기 유사성이 무한히 반복되면서 평면을 빽빽하게 채우기 때문이다. 영국의 과학자 루이스 리차드슨은 제2차 세계 대전 후에 이런 끔찍한 전쟁이 없어야 한다는 신념으로 평화 정책을 연구했다. 그는 국가간 국경의 길이와 전쟁 가능성을 알아보기로 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국경의 길이를 세밀하게 측정할수록 값이 점점 커지는 것이다. 아래 그림을 보면 왜 그런지 직관적으로 알 수 있다. 국경은 아니지만 국경과 비슷한 영국의 해안선이다. 구불구불한 곳을 아주 정확하게 측정할 수 없다. 따라서 기준이 되는 축척에 따라 대략적인 값을 구한다. 그런데 이 축척이 점점 미세하게 되면 길이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프랙탈 도형의 선은 공간을 채움으로써 1차원과 2차원 사이에 있는 소수차원이라고 할 수 있다. 이 프랙탈 도형의 소수차원을 계산하는 간단한 공식도 있다. 그런데 우리의 순환계를 포함하는 망의 특징이 공간채움이라고 했다. 혈관이 뻗어나가는 양상도 나뭇가지나 해안선처럼 자기 유사성을 바탕으로 하는 프랙탈 구조다. 망 구조는 프랙탈 구조다. 프랙탈 구조의 특성도 망의 특징인 최적화와 공간채움 같은 기하학적, 수학적, 물리적 원리의 산물이다.
이제 어떻게 생명체의 스케일링 법칙에서 마법의 수 4분의 1제곱이 나왔는지 종합해보자. 자연선택의 결과 우리는 에너지 손실을 최소화하도록 진화했다. 또, 대사를 통해 생명을 유지하고 번식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와 물질을 생산할 때 대사 용량은 최대화했다. 이는 단순히 생산 영역에서만 그치지 않는다. 자원이나 에너지가 전달되는 말단 단위에서의 전달까지 포함한다. 아까 모세혈관을 통해 운반된 산소는 확산으로 세포에 전달된다고 했다. 그렇다면 말단 망에서 에너지는 막을 통해서, 즉 표면적을 통해서 전달된다. 아시아코끼리에 사용하는 LSD용량을 결정하는 예에서 체중과 표면적의 함수로 용량을 결정해야 한다고 했는데, 대사 에너지가 표면적을 통해서 전달되기 때문이다. 자연선택은 대사효율을 높이기 위해 말단 단위의 총 유효표면적을 최대가 되도록 한다. 이는 공간채움을 프랙탈 구조로 할 때 가능하다. 프랙탈 구조가 가진 여러 층에 이어지는 분지와 주름은 정보, 에너지, 물질이 퍼져 나가는 표면적을 최대로 만든다.
대사 산물을 교환하는 표면적을 최대화하기 위해, 생물학적 망은 최대한으로 공간을 채운다. 이 채움은 프랙탈 구조다. 표면적은 프랙탈 구조가 되어 이차원 면적이 아니라, 삼차원 부피처럼 작동한다. 망을 최적화해서 생기는 이 추가 차원은 삼차원 구조인 생명체가 사차원에서 활동하는 것처럼 만든다. 이것이 바로 4분의 1제곱의 기하학적 기원이다. 생명체는 3차원 공간을 차지하지만, 내부 생리와 해부 구조는 망의 프랙탈 구조 덕에 4차원으로 작동하는 것이다. 4라는 수는 3차원에 프랙탈 차원을 더한 숫자다.
대부분의 생물에서 대사율은 4분의 3, 체내 시간이나 거리는 4분의 1을 따르는 스케일링 지수(거듭제곱)를 보여준다. 이 지수는 각각, 부피를 채우는 망의 프랙탈 구조에서 유효 표면적과 선형 차원의 관계가 나타내는 최댓값과 최솟값이다. 그래서 모든 생물들에게 망 이론이 부과한 4분의 1 거듭제곱으로 표현되는 스케일링 법칙을 따르도록, 대사 과정에서 기하학적, 물리적 제약이 강하게 작용한다. 책에 나온 여러 예 중에서 몇 가지를 소개하겠다. 포유류가 커질 수 있는 최대 크기, 성장 속도, 수명이다.
(1) 위에서 갈릴레이가 표면적과 부피의 차이 때문에 거대 고질라가 불가능하다고 논증했다. 망 이론을 통하면 더욱 정교하게 이를 설명할 수 있다. 체중이 늘어남에 따라 모세혈관 사이의 평균 거리도 늘어난다. 이는 12분의 1제곱에 따라 늘어난다. 작은 숫자(지수)다. 그래서 체중이 변할 때 아주 서서히 망이 성기어간다. 그러면 각 모세혈관이 봉사하는 세포의 수가 늘어난다. 앞에서 체중이 늘어난 정도에 비해 대사율은 덜 늘어난다고 했다. 에너지 효율이 높아진다는 말인데, 하나의 모세혈관이 더 많은 세포에 산소와 에너지를 공급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모세혈관은 망의 말단 단위로서 불변이다. 하나의 모세혈관이 공급할 수 있는 산소의 양은 정해져있다. 만약 이 혈관이 감당해야 할 세포의 수가 너무 많아지면 불가피하게 산소를 공급받지 못하는 세포가 생긴다. 그렇게 되지 않는 한계가 바로 최대 생명체의 크기다. 계산해보면 최대 크기는 약 200톤이라고 한다. 이 무게는 현재 최고 크기를 자랑하는 대왕고래(흰긴수염고래)의 체중과 거의 같다.
(2) 성장에도 망의 동역학이 한계를 설정한다. 들어온 에너지와 자원은 일부가 신체의 유지와 보수에 쓰이고 나머지가 성장에 할당된다. 체중이 2배가 되었다고 생각해보자. 세포의 크기가 같기 때문에 체중이 2배가 되었다면 세포의 수도 2배가 된다. 그런데 대사율은 4분의 3제곱 스케일링에 따라 (2의 4분의 3제곱=) 약 1.7배가 늘어난다. 유지와 보수가 먼저 되어야 성장도 가능하다. 유지와 보수에 쓰이는 에너지는 체중에 비례해서 증가하지만 대사율은 여기에 못 미친다. 그러므로 성장에 쓰이는 에너지는 점점 줄어들 수밖에 없다. 동물 개체, 군체, 식물, 벌과 같은 사회적 동물 집단의 크기, 심지어 종양까지 성장 곡선이 비슷하게 나타난다. 나무나 일부 동물처럼 죽을 때까지 성장하는 생물의 경우는 이들이 가능한 최대 크기에 도달하기 전에 죽는다.
(3) 수명은 체중이 증가할 때 4분의 1 거듭제곱 법칙에 따라 증가한다. 죽음의 원인은 기관이나 조직 수준에서든, 세포나 분자 차원에서든 모두 손상과 관련이 있다. 생명체는 대사를 통해 에너지를 생산하는데 이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노폐물이 신체를 손상시킨다. 또, 시간이 지나면서 무질서를 증가시키는 엔트로피의 힘에 점점 굴복한다. 생명 유지에 필요한 여러 활동, 특히 망을 통해 대사 에너지를 전달하는 일은 우리 몸을 지속적으로 손상시킨다. 고속도로가 수많은 차량의 통행으로 손상되는 것과 같다. 여기에 ATP생산의 부산물인 활성 산소가 일으키는 화학적 손상이 더해진다. 가장 중요한 손상은 모세혈관, 미토콘드리아, 세포에 있는 망의 말단 단위에서 일어난다.
체중에 따라 대사율은 4분의 3 거듭제곱 지수만큼 증가한다. 생물의 몸집이 커지면 체중이 증가하는 비율에 비해 4분의 1 거듭제곱 만큼 대사율이 줄어든다는 의미다. 대사율은 세포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속도다. 즉, 큰 동물은 작은 동물에 비해 에너지를 처리하는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리다. 그렇다면 손상도 더 느리게 일어난다. 그래서 큰 동물일수록 수명이 더 길어진다. 그 정도가 4분의 1 거듭제곱 스케일링이다.
죽음은 손상된 세포의 비율이 문턱값에 도달했을 때 일어난다. 손상의 총 수는 세포의 총 개수인 체중에 비례한다. 대사율이 곧 손상의 속도이다. 한편 세포의 손상은 일정한 비율로 일어난다. 이는 물리학에서 방사성 물질이 붕괴할 때, 절반이 붕괴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나타내는 반감기가 있는 것과 같다. 문턱값에 다다를 때까지 얼마나 오래 걸리는지 이 정보들을 가지고 계산하면 바로 수명이 된다. 결과적으로 수명은 말단 단위로 나눈 세포의 총 수에 비례한다. 그런데 말단 단위는 4분의 3 거듭제곱 법칙에 따라 체중에 비례하는데, 세포 수는 체중에 비례해서 증가한다. 그래서 이 차이에 해당하는 4분의 1 거듭제곱 스케일링을 따라 수명이 증가한다.
* 지구 온난화의 영향
생명체의 성장과 죽음이 망의 동역학에서 비롯한 스케일링 법칙에 제약을 받는다. 망의 동역학은 대사와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다. 위에 쓴 긴 내용을 이렇게 요약할 수 있다. 조금 더 대사율에 대해 생각해보자. 대사는 세포 내 미토콘드리아에서 생명이 에너지 화폐로 사용하는 ATP를 생산하고 공급하는 화학 반응에서 비롯된다. 화학 반응의 속도는 온도에 따라 지수적으로 변한다. 대사율(세포에 에너지가 공급되는 속도)은 모든 생물학적 속도와 시간의 근간이다. 대사율이 온도에 따라 지수적으로 변한다면 당연히 기후 변동에 모든 생명체가 영향을 받는다. 생명의 모든 특징은 온도에 지수적으로 민감하다. 온도가 10도 올라갈 때마다 ATP 생산 속도가 2배가 된다. 온도가 10도 올라가면, 대사율이 2배가 되고, 삶의 속도도 2배가 된다는 뜻이다. 지구 온난화로 기온이 2도만 올라가도, 생물학적 삶의 속도가 20~30% 상승하게 된다. 물론 많은 생명체가 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역량을 갖고 있어서 다 이렇게 바뀌진 않을 것이다. 그래도 기후 변동이 물리화학적으로 생명체의 삶에 가하는 압박은 실로 무겁다. 단순히 지속가능한 성장의 문제로 기후 변동을 바라볼 수 없는 이유다. 우리는 전혀 새로운 생물학적 환경에 적응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