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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EHAN Dec 31. 2017

[뷰직페이퍼] 언체인드 정규1집 '가시'

음반감상회 'BUSIC-ON'

 클릭 몇 번이면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있다. 듣고 싶은 음악은 검색을 통해 들을 수 있고, 질려버린 음악은 ‘삭제’ 버튼 한 번이면 잊을 수 있다. 도입부 30초로 좋고 싫음을 평가하는 와중에 실시간으로 바뀌는 차트 속 1위는 더 이상 히트곡이라고 하는 이름이 무의미해졌다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컨텐츠가 가볍고 편리해질수록 무겁고 불편하게 접근해보는 것이 어쩌면 우리가 몰랐던 그 대상의 진가를 확인시켜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명제는 음반감상회 뷰직온의 탄생을 이끌게 되었다.

 음악의 단위가 ‘한 곡’이 된 스트리밍 시대에 다시 ‘음반’을 중요키워드로 꺼내든 건, 뮤지션은 창작자이고 스스로의 예술세계를 창조한 작가라고 규정지었기 때문이다. 그러한 이유로 창작자의 세계관을 따라가기 위해선 하나의 음반 그리고 그 안에 담긴 메시지를 여러 곡에 걸쳐서 들어보면서 깊이 있게 따라가 보자는 것이 주요 골자였다. 쉽게 말하면 우리가 책을 읽고 혹은 영화를 보고 리뷰를 쓰고 토론을 하듯이 음악 역시 이야깃거리가 조금 더 확장되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슬슬 더워져가는 어느 초여름 저녁. 6명의 음악애호가들은 치맥을 앞에 두고 조곤조곤 떠들고 있다. 뷰직페이퍼 음반감상회 뷰직온의 첫 번째 주제는 부산의 대표 락밴드 언체인드의 정규 1집 ‘가시’이다. 모임에서 나눈 이야기를 재구성해보았다.


음반을 꺼내다.


 대한 : 저는 음반을 규정할 때 작가가 소설을 쓰는 것처럼 음반도 작가가 하나의 주제를 두고 10트랙 혹은 12트랙 등 다양한 음악을 통해 풀어내는 것이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음반으로 들어야만 재미있는 요소가 있어요. 이적 4집 음반이 그랬던 것 같은데, 음반의 주제가 ‘사랑’이고 음반의 트랙들은 사랑의 과정을 묘사했더라고요. 좋아하고 고백하고, 사귀다가, 싸우고, 헤어지고, 다시 누군가를 사랑하는. 여러 사례가 있지만 저는 뮤지션이 이 다양한 트랙들을 집결시켜서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는 분명히 음반을 통해서만이 알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음반은 트랙도 바꿔 듣지 않고 순서대로 듣는 편이에요.

 혜린 : 지금도 음반으로 음악을 듣습니다. 다른 이유는 없고요. 그냥 그렇게 쭉 들어와서 그게 좋아요. 대한이가 한 말은 공감해요. 이게 사실 저한테는 별다른 특별한 일이 아닌데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음악을 쪼개서 듣는 게 아쉽긴 하죠. 

 희수 : 사실 음반 그리고 음악을 그렇게 열심히 듣는 편은 아니에요. 음악 듣는 것 자체가 되게 낯선데, 오늘 이 모임은 완전 반대 접점에 있는 것 같아서 궁금해서 왔거든요. 재밌고 신기하네요(웃음). 저는 요새 국악에 빠져있어요. (일동 웃음) 그리고 보통 음반은 재밌게 봤었던 영화 OST를 살 때도 있었어요. 영화 장면이 생각나는 게 좋아서.

 상영 : 어릴 때 RATM 음반 사서 많이 들었어요. 핑크플로이드도 좋아했고. 저한테 영향을 많이 준 음악들이에요. 저도 요즘은 음반으로 잘 못 듣는데 취지에 공감 많이 해요. 음반으로 들어야만 알 수 있는 느낌은 분명히 다른 것 같아요.


언체인드 정규 1집 가시


 대한 : 들어보고 와달라고 부탁했는데 혹시 들어보신 분?

 희수 : 다 듣지는 못했고 Another Brick In The Wall이랑 호저를 들었거든요. 알고 보니 호저만 1집에 들어있던데 사실 개인적으로 너무 무겁고 조금 지친다는 느낌? 힘들었어요. 저한테는

 상영 : 저는 원래 언체인드 진짜 좋아해서. 호저 진짜 좋아요. 사실 노래보다 그냥 밴드 한 팀이 15년을 넘기면서 팀을 유지한다는 게 신기해요. 저도 밴드를 하고 있으니까. 쉽지 않다는 걸 알거든요.

 혜린 : 사실 언체인드는 음악보다 공연을 보는 것을 더 추천해요. 최근 멤버 변동이 생기면서 예전과는 다른 느낌도 있지만, 무대 위에서의 압도감은 아직 여전한 것 같아요.

 대한 : 희수씨 의견도 공감해요. 전체적으로 음악이 비슷비슷하다는 느낌도 들었고, 워낙 세니까 듣다가 조금 지치는 것도 사실이에요.

 혜린 : 음악이 비슷비슷하다는 건 오히려 칭찬이지 않을까요? 밴드가 밴드의 색깔을 고스란히 음악에 집어넣은 거니까. 자신들의 음악이 이런거다 라는 게 명확해서 전 좋았습니다.


호저의 딜레마


 대한 : 그렇게 해석할 수도 있겠네요. 호저에 관해서 이야기가 나와서 그러는데 잠깐 이야기해볼까요. 앨범 커버를 보면 고슴도치인지 뭔지 모를 그림이 있는데 이게 ‘호저’라고 하는 동물입니다. 다른 말로는 산 미치광이라고 한다던데 강력한 가시로 자신을 보호하는 동물이래요. 앨범 커버에 호저가 나오고 주제가 가시이니 제 생각엔 이 호저라는 곡은 1집의 주제의식을 관통하고 있어요. 무엇보다 21스캇의 김성훈 씨가 주연한 뮤직비디오와 함께 보시길 추천합니다. 예술적인 알몸이 도로 위를 활보하는... 뭐 그렇습니다.

 희수 : 그냥 들었을 땐 힘들다가도 영상이랑 같이 보니까 오히려 더 좋은 것 같아요. 온스테이지 영상도 있는데 라이브 하는 모습을 직접 보니 노래도 다르게 다가오네요.

 혜린 : 그렇죠. 직접 보면 또 달라요. 느낌이

 대한 : 호저라는 곡이 중요한 이유가, 혹시 호저의 딜레마라는 용어를 아세요? 고슴도치 딜레마라고도 하는데 고슴도치들이 가시가 있다 보니까 겨울에 추워서 껴안고 싶어도 와락 껴안지는 못한대요. 거기서 비롯되서 요즘 시대의 인간관계를 이야기할 때 친해지고 싶어도 상처받을까 두려워서 가까이 가지 못하는 그런 심리를 대변하는 용어로 사용된다고 합니다. 타이틀 곡 주제도 ‘가시’이고 사실 1집의 노래 대부분이 고독하고, 치열하고, 허무함에서 오는 헛헛함을 표현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게 가장 명확히 드러난 곡이 ‘호저’구요. 결국은 이 앨범은 ‘관계’를 이야기하는 앨범으로 설명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했어요.

 혜린 : 듣고 보니 그렇네요. 15년 만에 정규앨범이고 지역에서 외롭게 음악을 하다 보니 거기서 오는 어떤 감정들이 많았을 거란 생각도 해요. 자연스레 그동안 가졌던 관계에 대한 감정이 녹아들지 않았나 라는 생각도 해봅니다.

 

 무작정 모임을 하겠다고 일단 뱉어놓고 준비를 했다. 비록 첫 모임이라 여러 가지고 엉성한 부분도 없지 않아 있었으나, 피드백을 발판삼아 2회, 3회 지속해서 운영해보고 싶다. 한 장의 음반. 치맥을 앞에 두고 쉴새 없이 떠들고 싶은 분이 계신 다면 언제든 환영이다. 더욱 발전된 모습으로 돌아오겠다. 기대하시라.


BUSIC PAPER 12호 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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