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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EHAN Feb 19. 2019

가난한 베짱이가 되보자.

영화 <소공녀> 주인공 '미소'


  

 지금으로부터 약 3개월 전, 2년 반 정도를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다. 배우고 행하는 모든 과정이 버거웠다. 나라는 사람이 사라지는 것만 같은 느낌. 퇴사를 심중에 둔 직장인들의 글을 읽을 때면 모두가 참고 있다는 그 마음 말이다. 나는 그 마음을 외면하지 않고 도망치듯 빠져나왔다. 후회는 없으나 아마도 근거없는 자신감이 나를 잠깐 잡아먹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돌이켜보고 있다.

 소속이 없다는 공허함과 불안함에 서두르듯 들어간 회사에서, 소속이라는 이름 앞에 내키지 않아도 따라야 하는 다양한 사건들 앞에 무너지고 말았으나 다시 소속이 없어진 상황에서 아무 것도 하지 못한 채 허공만을 바라보고 있자니 세상은 대중에게 울타리를 넘어 당신의 꿈을 펼치라는 말을 하지만 '나'를 지키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얼마나 확실한 철학과 행동력을 기반으로 살아가는 지는 설명하지 않고 있다. 즉, 혹시라도 무언가를 선택해야하는 상황에 놓인 당신이라면 당신이 지키고자 하는 바가 철저하게 명확한지 다시금 되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행복은 베짱이 얘기라 말들 하는데, 쉬지 못하는 개미는 노예 아닌가" / 루드페이퍼, Calypso Love


 소공녀에서 만난 미소는 억지로 하는 법이 없었다. 본인에 대해서 정확히 알고 있고, 스스로를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늘 충실하게 살아가고 있다. 영화를 보는 동안 미소가 집이 없다는 사실보다, 위스키 한잔, 답배한갑, 남자친구와 같이 자신의 삶에서 가장 소중한 것들을 명확하게 알고 있다는 사실이 부러웠다. 

 흔하디 흔한 질문 중에 당신이 무인도에 남게 된다면 꼭 함께 있어야 할 세 가지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단숨에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몇이나 되겠는가. 

  하루에도 수많은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온전히 '나'를 알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무턱대고 선택했더니 내가 원하지 않았던 것일 수도 있고, 후회를 반복하면서 배우고 성장하는 것이 인간일 것이다. 내가 아닌 누군가의 멋을 흉내내는 것 또한 성장의 과정이라 믿는다. 영화를 보는 내내 나에게 있어 미소의 '위스키 한 잔'의 의미는 무엇일까를 고민하다 일생에 두 번밖에 가보지 않았던 어떤 바의 하이볼이 생각이 나길래 이거 참 큰일이다 싶었다. 

 그나저나 그저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것을 최고 미덕으로 삼는 나는 매일 같이 담배를 피고, 위스키 한잔을 꼭 하는 미소의 '부지런한' 라이프스타일을 신기하게 감상했다. 아직 오늘 하루를 버틸 라면이 부엌에 남아있는 것을 확인했으니 기분 좋게 낮잠이나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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