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AEHAN Mar 25. 2019

선하고 독한 사람

드라마 <비밀의 숲> '황시목'

 뇌수술을 통해 감정을 거의 느끼지 못하는 인물. 반대급부로 인지능력과 관찰력이 상당히 높아져 천재적인 수사능력을 발휘하는 검사. 이러한 캐릭터의 설정은 다소 비현실적으로 보이지만 우리나라 사법부는 아니 대한민국의 모든 불법과 비리에는 사라진 감정과, 천재적인 능력이 없다면 이제는 변화를 기대하기 어려워진 것은 아닐까. 

 지금 이 시간에도 어딘가에서는 대한민국의 법을 희롱하는 사람들이 존재하고 '악은 성실하다'는 말처럼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을 것이다. 허나, 열심히 하루하루를 채워나가고 있을 사람들은 아무 것도 모른 채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만 할 뿐이다. 생각해보면 언제나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었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망각이 익숙한 동물들인지라 자주 까먹을 뿐이었다.

 황시목이라는 인물이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과정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명확하다. 사건 외에는 다른 쪽에 관심이 향하지 않으니 불필요한 사람을 만나야 할 일도 없을 것이고, 갖가지 회유와 협박에도 흔들리지 않을 것이 자명했다. 박무성 살인 사건은 그러한 황시목이라는 인물이 자신의 검사직을 걸고 진행한 사건이었다. '누구보다 빠르게 남들과는 다르게' 그의 비상한 머리가 풀가동 되고 있었다.

 사건을 맞닥뜨릴 때부터 한 치의 흔들림 없이 수사에 임한다. 마치 사건이 생길 것을 알고 있었다는 것처럼 조금의 미동도 없다. 다만 인간관계는 결코 좋아보이지 않는다. 미동 없이 임하던 수사에 동료가 낄 수 있는 틈 역시 없다. 동료가 무언가를 발견하고 행동에 들어갈 때 쯤이면 황시목은 이미 그 다음을 바라보고 있었다.

 수사의 진전과는 별개로 그나저나 이 검사는 무슨 재미로 하루를 살아가려나 싶다. 감정을 느끼지 못하니 음악과 영화와 같은 것들은 일체 아는 바가 없을테고, 대인관계 역시 원만하지 못해 퇴근 후엔 만날 사람 한명 없이 집 근처 포장마차에서 홀로 소주를 기울이는 사람이었다. 반면 사생활이 너무 느슨해져도 안되고, 누군가를 함부로 만나지도 않아야 '공직'에 머물러 있는 사람의 온전함이 보전된다는 뜻이기도 했다. 

 다행스럽게도, 그는 '정의'를 최우선의 가치로 삼는 사람이었다. 최선의 가치였을 수도 있겠다. 법에 근거하여 옳고 그름을 판별할 수 있는 가치. 사사로운 감정에 얽메이지 않고도 마치 수학 문제 맨 뒷장에 있는 답안지처럼 판단하기 어려울 때 뒷장을 펼치면 알 수 있듯이. 그는 그래서 검사가 되었다고 했다.

 그가 조금은 외롭고 쓸쓸하더라도 정의의 편에 있었으면 좋겠다. 거창할 것 없이 당연한 일을 당연하게 하는 사회가 된다면 그의 이명도 그를 덜 괴롭히지 않을까. 검사는 범인을 잡고 뭘 어떻게 하는 것이 아니라 범인을 잡으면 된다는 그의 말처럼.

 

 

  

  









  

매거진의 이전글 가난한 베짱이가 되보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