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사 최종면접에서 Cultural difference를 잘 적응할 수 있겠냐는 질문에,
그동안 중국과 미국에 포함하여 각각 2-3년 외국에서 거주한 경험이 있고 나름 대학생 때 아프리카와 네팔로 배낭여행을 다니며 여러 사람들과 친해졌고, 사람들의 다양한 문화를 받아들이는데 개인적인 이질감이 전혀 없다는 대답으로 면접관의 엄지 척을 받았지만
실전은 다르다 했던가.
외항사 새내기로서 적응해 가는데 점점 의도치 않게 탈룰라 장인이 되어가는 나의 모습을 보며
마른 웃음조차 나오지 않는 개탄스러움이 웃겨 몇 가지 적어보려 한다.
1. 인도 기장 친구와 식사
입사 시험을 같이 본 인도 기장 Robin과, 최종 면접이 끝나고 그동안 긴장해서 제대로 먹지도 못하였기에, 밥 먹으러 가자 하고 드디어 제대로 된 첫끼를 하러 간 곳은 뷔페식 식당.
3일을 굶은 사람 마냥(실제로 3일 내내 제대로 못 먹어서, 거의 그러기도 했고) 이것저것 다 집어 와서 Robin 앞에서 "이야 여기는 소고기 스테이크가 있어서 너무 좋다!!" 하면서 "소고기 진짜 너무 먹고 싶었어." 하는 나의 흥분에 가까운 울부짖음에 어쩐지 약간은 써 보이는 Robin의 웃음의 진의를 알아채지 못한 채,
나 : "Robin! 이 소고기 좀 나눠줄까? 엄청 맛있어!"
Robin : "망고야, 나 힌두교야."
나 : "미안하다.. 진짜 미안하다..."
Robin : "괜찮아."
나 : "진짜 미안하다.. 혹시 내가 너 앞에서 이걸 먹는 게 너에게... 실례가 될까..? 그럼 안 먹을게..."
Robin : "노 프라블럼"
나 : "정말 미안하다..."
2. 사막 여행을 가서 만난 친구 Homad
중동 하면 또 사막 아니겠는가. 하지만 중동이라 해서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사막이 집 앞에 있는 세븐일레븐마냥 가까이 있지는 않다. 실제로 차를 타고 꽤 가야 사람들이 생각하는 그 사막이라는 곳이 나온다.
여기서 내가 구매한 차가 사막과 매우 잘 어울리는 차였고, 이런 차를 샀으니 사막여행을 안 갈 수가 있겠는가? 바로 차를 몰고 가장 유명한 사막 스팟으로 갔다.
들어가자마자 비포장 아스팔트길을 뒤로하고 바로 오른쪽으로 꺾어 사막을 달렸으니, 차 안에 달려있는 'OFFROAD' 기능을 켜고 세상 멋있게 사막으로 진입 쫘앆!
하자마자 15초 만에 수렁에 빠졌다.
나중에야 안 사실이지만, 나의 자동차 문제가 아니라 사막 라이딩을 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팁이 필요했다.(이것은 추후에 다른 주제로 서술해 보겠다.)
결국 자동차는 사막에 빠지고, 경찰에 전화하기를 반복. 경찰은 15분이면 충분하다는 말이 무색하게 30분이 넘게 오지 않았고, 아마 나의 위치를 제대로 특정하지 못한 듯 보여 어쩔 수 없이 거리로 나와 손을 흔들기 시작했다.
차를 멈춰 세운 것은 현지인 Homad,
나를 보더니 차가 도대체 왜 이렇게 됐는데 경찰을 부르지 않았냐며 물었고 나는 경찰을 불렀지만 오지 않았다고 했다.
자기 차로 나의 차를 끌어보자 하여, 로프로 차를 연결시키고 부왕!!!!
결국 Homad차도 사막에 빠지게 되었다.
그렇게 우리는 결국 Homad의 동생(사막 라이딩 전문가)을 기다리기로 하여 사막에 쪼그려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나 : "아니 근데 Homad, 여기 경찰들은 어때? 세 번이나 전화했는데 자꾸 15분 내로 오겠다고 하고 안 왔어."
Homad : "아마 위치를 찾기 어려웠거나 그랬을 거야. 그래도 나름 열심히 도와주려고 하는 사람들이야."
나 : "정말 그들을 이해할 수가 없다니까."
Homad : "너 입장에서는 충분히 답답할 수 있지. 그래도 너무 미워하지는 마, 시민에게 도움이 되려는 사람들이야."
Homad : "근데 망고야, 너는 여기 여행 왔어?"
나 : "아, 아니야. 나 여기 살아. 항공사 부기장으로 취직했어."
Homad : "너무 잘됐네! 좋은 회사에 잘 들어갔어."
나 : "Homad 너는 여기서 무슨 일 해?"
Homad : "나는 경찰 서장이야."
나 : "어쩐지 여기 경찰분들께서 전화받을 실 때 목소리가 매우 친절하셨어."
3. 나는 아이스아메리카노만 마셔
독일인 기장 Maik와 비행 중, 공항에서 Maik가 물었다
Maik : "망고야, 뭐 마실래? 내가 살게."
나 : "아휴, 고마워. 나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마실게."
그러자 능숙하게 "Americano Freddo"라고 주문하는 Maik.
'Freddo'라는 단어를 처음 들어보았기에 내가 물었다.
나 : "Freddo가 뭐야?"
Maik : "이탈리아어로 아이스라는 뜻이야."
이탈리아라는 말을 듣자, 갑자기 재밌는 생각이 나서
나 : "근데 Maik, 나는 너가 이탈리안 캡틴이 아니라 너무 다행이야. 왜냐하면 이탈리아 캡틴이었으면 내가 아이스 아메리카노 마시는걸 결코 용서하지 않았을 거거든."
옅은 미소를 짓는 Maik와 또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나 : "근데 Maik, 나 다음 비행 뮤닉인데, 너는 독일로 비행 나오면 보통 아내와 같이 가?"
Maik : "아, 나는 아내가 이탈리아 사람이라 꼭 그렇지만은 않아."
나 : "아, 이탈리아 사람이구나. 어쩐지 나는 이탈리아 피자가 제일 좋더라. 티라미수도 좋아해..."
어느 순간 탈룰라 장인이 되어가고 있지만,
그럼에도 재미있는 외항사 생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