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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치아 Aug 02. 2021

"당신은 오후 3시 같은 사람이에요"

영화 [해운대]에서의 '희미'의 대사가 생각나는 오후에는...

영화 '해운대'에서 "희미"라는 여자가 관심 있는 소방관 '형식'에게


"당신은 오후 3시 같은 사람이에요.

뭘 하기엔 너무 늦은 시간이고,  또 그냥 아무것도 안 하기엔 하루가 많이 남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시간인  오후 3시. "라는 말을 한다.


하지만 그녀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형식에게 말 그대로 '들이댄다'.

과감하게.

망설이기보단 자신의 마음을 믿고.


난 '희미'와는 조금 달리 내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겠는 시간은 5시 반 정도다

여태 빈둥대서 3달 뒤에 있는 자격증 시험 준비를 하기엔 너무 늦고,

저녁 식사 준비를 하기엔 너무 이르고.

먼저 저녁을 먹자니 조금 이른 시간이고,

또 신랑이 오길 기다리자니 7시까지 버텨야는데 배고프다.


그래서 5시 반부터 7시까지 1시간 반씩이나 폰 보면서 시간을 죽인 시간들이 너무나 많다.

너무나 시간을 많이도 낭비하며...

그저 나의 생활패턴대로 살면 될 텐데.

신랑도 아이들에게도 내 사정을 솔직히 얘기하면 다 이해해 줄 텐데.

이러고 있는 건 내 핑계다.


5시 반이 되었다.

또 배가 고프고,  

공부 한 자 안 한 수험서가 눈앞에 펼쳐져 있다.

난 뭘 해야 할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


아가리만 털지 말고  

그냥 들이대 보자 뭐라도.




3월 8일부터 운동을 하고 식단을 조절하며 살을 빼자고 결심한 뒤 현재 약 5개월 정도 지난 시점

약 4킬로그램 정도 빠졌는데 만족을 못한다.


오랜만에 만난 동생과 제부가 살 빠진 것 같다고 호들갑을 떨어주길 바랐지만 4킬로 가지곤 여전한가 보다 ㅠ.ㅠ


주위에서 살 빠졌다 얘길 해줘도 난 너무나 그대로 같아서 괴롭고 행복해하질 못한다.


물론 목표치엔 아직 도달하지 못한 것도 있지만, 이렇게 괴로워할 필요까지 있나?


대체 난 왜 이렇게 불행을 자초하지?

... 이유를 안다.

왜냐하면 난 평생 자의식 과잉 환자로 살아왔기 때문이다.


난 예쁘고, 똑똑하고, 몸도 좋고, 지혜롭고, 말도 잘하고 , 겸손하며 당당한 태도를 갖추고, 늘 진솔하고, 어디서든 빛이 나야 하는 완벽한 모습이어야 하는데.


5등신 비율에 하비의 몸매에 시험은 주야장천 떨어지는 멍청이에, 말실수는 어찌나 많은지, 평생 선택해온 길들은 모두 오답 같고, 화도 버럭 내고, 혼잣말만 중얼거리는 정신이 살짝 이상해 보이는 성향에, 진짜 정신이 좀 멍하기도 하고, 거짓말도 자주 하며 이젠 좀 솔직하자고 다짐을 해도 다음날 또 거짓말이 불쑥 나오고, 어디서든 무시를 받는 상황이기에....


... 사실 현실은 또 저렇게 엉망진창이 아닐지 모르는데,

워낙 이상향이 높다 보니 현실은 더 시궁창으로 보인다.


그러니까 열등감이 심하고, 자책을 자주 하는 사람은 사실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 아닌데"란 생각이 있는 자의식 과잉 환자일 경우가 많은 것이다.

self talk을 긍정적으로 바꾸지 않는 한 난 이 불행에서 도망칠 수 없다.  


잘하고 있어. 거봐 할 수 있잖아. 잘했어.


이런 긍정적인 혼잣말이 필요한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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