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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재원 Jul 10. 2016

인간, 신을 넘어서다

14년 12월 17일에 썼던 글을 옮겨봅니다


코비가 결국엔 조던을 넘었다. 아, 오해 없으시길. 누적 통산득점이야기이다.


미네소타와의 원정경기

2쿼터 5분 24초가 남은 상황.


코비는 조던의 기록에 1점이 남아있었고

자유투 2구를 얻는다.


1구는 성공.

이제 조던과 타이 기록이다.
이제 2구째.


평소의 자유투를 던질때와는 달리 표정에서 약간의 긴장감이 엿보인다.


평소보다 릴리스 과정이 미묘하게 길어진다. 이때 코비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2구째도 성공.

이로써 코비는 조던의 32,292점을 제치고 NBA 누적통산득점 역대 랭킹 3위에 오르게 되었다.

경기는 잠시 중단되고 상대팀, 같은팀 할 것 없이 관중들을 포함한 경기장의 모두가 코비의 새로운 역사를 축하해줬다.

코비는 미소지으며 손을 들어보이며 기뻐할 뿐이었다. 방방뛰며 기뻐하는 루키때의 패기보단 연륜이 느껴지는 베테랑의 기쁨이었다. 그리고 잠시간의 축하가 끝난 뒤 다시 경기는 진행되었다. 개인적으로도 감격스러운 순간이었다.  


코비의 기록은 현재진행형이지만 카림의 1위기록과는 6천점, 칼 말론의 2위 기록과는 4천점가량 차이가 나서 더 이상의 기록 갱신은 사실상 힘들어 보인다.


어째든 인간이 드디어 신을 넘었다. (아니 인간이 아니라 좀비던가?)


비록 통산득점이라는 한 가지 레퍼런스 뿐이지만 (또 하나, 조던이 가지지 못한 코비의 기록이 있는데, 한경기 최다득점으로 역대 2위 81득점 의 기록을 가지고 있다. 1위는 윌트 체임벌린의 100점)


조던은 15시즌만의 기록이고 코비는 4시즌이 더 걸린 19시즌만의 기록이라는 점에서 차이점이 있긴 하다. 다른 의미로 조던의 위엄이다. 조던 이 대단한 양반..


조던에게 영감을 받아 조던에게 조던의 기술을 선보이던 당돌한 루키시절부터 지금 여기에 이르기까지 참 오래 걸렸다.
비록 조던보다 4시즌이 더 걸리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코비의 업적이 과소평가되는건 결코 아니다. 이 기록을 얻기까지 수많은 욕을 먹었고, 수많은 슛을 실패했고, 많은 경기를 패배해 왔지만 코비는 묵묵히 코비만의 스타일로 걸어왔다. 그것도 19년간 한팀에서! 이것만으로도 박수를 쳐주기에 충분하지 않은가!

사실 개인적으로 그가 만들어내는 하이라이트 필름을 보며 감탄사와 환호성을 내지르긴 하지만 혼자서 볼을 오래 소유하며 터프샷을 날리는 코비의 플레이 스타일은 좋아하지 않는다.

내 스스로가 볼 소유를 적게 가져가며 스퍼스식 팀플레이를 더 선호하는 플레이어인 까닭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코비를 좋아한다. 그가 가장 조던에 여러모로 근접한 선수여서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농구에 대한 그의 에티튜드와 그의 지독한 워크에틱과 승부근성 때문이겠다. 이런 점들이 수많은 안티팬들마저 팬으로 돌린 코비만의 모습이다.


코비가 부상으로 빠져있던 지난 시즌 수많은 NBA팬들은 코비가 없으니 리그가 허전하다고 말할 정도로 그의 존재감은 다른 스타들과는 남다르다. 이제 내년이면 LA Lakers와의 2년 계약이 끝난다. 사실 레이커스 입장에서는 코비와의 연장계약보다는 리빌딩을 준비하는게 현실적으로 올바른 길이다. 코비의 성격에도 연장계약하고 벤치에이스로 전락하느니 은퇴하는게 더 어울려보이기도 하다. 하지만 코비가 없는 NBA를 상상하면 무언가 허전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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