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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환자 Jan 07. 2016

우울이라는 단어를 지나칠 수 없던 분들께

안녕하세요, 환자입니다. 처음 인사 드립니다.

저는 브런치 '통계'를 열심히 확인합니다. 날마다.

혹여 제 글을 좋아해주시거나, 댓글을 달아주시거나, 구독을 해주시는 분들이 있으면,

제가 손에서 놓지 못하는 핸드폰에 알림이 오게 해두고,

수시로 확인합니다. 하나하나, 모두 확인합니다.

그 분들의 아이디, 사진, 브런치 페이지 모두.


통계에 따르면, 제 브런치에 오시는 분 중 대부분이 '우울'이란 키워드 검색으로 유입됩니다.

독자가 늘어나는 건, 참 설레는 일이지만, 한편으론 늘.. 슬픕니다.

우울이란 단어를 그냥 지나칠 수 없던 분들이 이렇게나 많았구나.

'우울'이란 두 글자를 검색창에 어떤 기분으로, 어떤 대답을 바라는 마음으로 쳤을까.

압도적으로 여성 분들이 많구나, 나처럼. 왜 여'성'은 우울에 더 취약할 수밖에 없을까.

무엇이 여성을 이토록 우울하게 할까.


우울은 누구나 경험하는 감정입니다.

살이 찌고, 애인과 헤어지고, 시험을 망치고, 취업에 실패하고, 투자했던 돈을 잃고... 기타 등등

"아, 우울하다"는 말은 주변에서 너무도 쉽게 들을 수 있습니다.

원래 인생은 뜻대로 되는 게 아니라고 하니까요.


하지만 우리(제 맘대로 우리라고 지칭하겠습니다)는 조금 다릅니다.

그들이 우울하다는 말을 할 때, 우리는 차마 그 말을 입 밖으로 내뱉지도 못하죠.

'정말로' 우울하니까요. 그리고 그걸 그들이 알게 되면 곤란하니까요.

그들은 우울증이 무엇인지, 나의 우울이 어떤 감정인지 잘 모르니까.

그래서 우리는 외롭습니다.


많이 외롭습니다.

우리가 외로운 또 다른 이유는, 이해받고 싶기 때문입니다. 

주변에 나를 이해해 줄 사람이 부족합니다. 남들은 이를 '가족'이라 부르지만, 우리는 아닌 경우가 많습니다. 이것은 우리가 우울에 도달하게 된 공통적인 환경적 요인인 것 같습니다. 물론 이런 환경이 무조건 사람을 우울하게 만드는 것은 아니지만, 우울한 사람들의 많은 경우가 이런 환경에 노출되어 있다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우리를 이해해주는 유일한 사람은 상담사나 의사가 될 때가 많죠. 하지만, 어쨌든 이들은 영리 목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직업인들이기 때문에 자원적 측면에서 명백한 한계를 가집니다. 우리도, 그들도, 시간과 돈이 유한하니까요.


그래서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이해하고 이해받고 싶어서, 위로하고 위로받고 싶어서요. 듣고 싶은 말만 들으려 했다면, 보고 싶은 사람에게만 보여주려 했다면, 제 일기장에 쓰고 말았겠지요(감정일지는 따로 작성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8년 경력의(하하) 우울증 환자로서 나 이렇게 살아 왔고, 살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 그래서 우울이라는 단어에 눈길이 간 누군가에게 말을 걸고 싶어서 글을 씁니다. 그 주체와 객체가 나 혼자일 때도 있지만, 이렇게 독자님들이라는 상대가 되기도 하구요. 이 사실에 참 감사하는 바입니다.

결론은, 그래서 저만의 공간이라고 생각치 마시고 자유롭게 읽어 주셨으면 합니다.

브런치가 다른 소셜 미디어에 비해 작가의 나레이션이 일방적으로 전해지는 구조이긴 하지만, 모든 댓글 하나하나 확인하고, 읽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비록 밖에서는, 소위 저 '현실 공간'에서는 독자님들이 받아야 할 마땅한 관심과 애정이 늘 부족하게 느껴겠지요. 하지만 여기서만큼은, 제 맘이 한 분 한 분께 온전히 가고 있음이 전해졌으면 합니다.


제 글을 읽어 주시는 모든 분들의 마음, 너무도 잘 알 것 같으니까요. (오만일 수도 있겠지만) 

행복할 수 있어요, 우리. 우울한 것은 불행한 게 아니에요.


- 환자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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