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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태 Feb 11. 2016

디자인씽킹이 진화하고 있다

새로운 IDEO Design Kit 번역을 시작하며 

디자인씽킹(Design Thinking)이 진화하고 있다. 디자인과 비즈니스가 결합하는 방향으로 디자인씽킹의 최대 약점으로 지적받던 지속가능성 부분이 개선되고 있고, 디자인씽킹 프로젝트가 사회적 기업/소셜벤처 비즈니스모델을 포용하며 더욱 강력히 변하고 있다. 


디자인씽킹을 대중화하는데 큰 기여를 한  『IDEO 인간중심 디자인툴킷』(2011) 후속편  『The Field Guide to Human-Centered Design』(2015) 한국어판 번역을 시작하기 위해 두번 꼼꼼히 정독을 했다. 과거 IDEO는 디자인씽킹을 3단계, 즉 Hear(듣기)-Create(만들기)-Deliver(전달하기)로 나누었다. 디자인씽킹의 특징인 공감(empathy)을 강조한 Hear(듣기) 부분에서 이전 툴킷은 큰 역할을 했지만, Create(만들기)와 Deliver(전달하기) 부분은 갈수록 균형이 떨어질 정도로 빈약해지는 부분이 아쉬었다. 이번 새로운 툴킷(줄여서 Design Kit로 부름)은 지난 툴킷과 비교해 다음과 같은 변화가 생겼다.

 


The Field Guide to Human-Centered Design(Deisgn Kit)의 새로운 변화


1) 3단계가 Inspiration, Ideation, Implemention 등으로 명칭이 바뀌었다.

- '듣기' 행위가 아닌 그 목적이 되는 '영감'(inspiration)을 획득하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

- '만들기'가 이해관계자와의 공동작업을 통한 '아이디어 추출하기'(Ideation)로 가야함을 강조.

- '전달하기'라는 1차적 문제해결을 넘어서, 지속가능한 '실행'이 중요함을 강조. 


2) 기존에는 없던 세계관의 강조와 명시가 추가되었다.

- 디자인씽킹에 대한 약점은 디자인씽킹이 '방법론'으로 취급될 때인데, 디자인씽킹이 결국 세계관임을 강조하는 7개의 관점이 추가됨.

- Creative Confidence(창조적 자신감), Make It(일단 만들어보기), Learn from Failure(실패는 곧 학습), Empathy(해결보단 공감), Embrace Ambiguity(모호성을 즐기기), Optimisim(낙관론의 나침반), Iterate-Iterate-Iterate(반복적 개선의 힘) 


3) 방법론이 57개로 추가 및 보완되었다. 

- 지난 툴킷에서는 모호하게 중복되었던 방법론이 정리되고, 보다 세밀하고 구체적인 방법론이 보완됨.

- 57개의 방법론 역시 직선적으로 활용되는 것이 아닌, 순환반복적으로 사용됨을 명시함.


4) 지속가능한 '실행' 파트가 강력히 보강되었다.

- Design Kit에 비즈니스모델 캔바스가 등장했고, 프로젝트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펀딩, 매출, 투자 등 필요한 자원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를 중요하게 다루도록 안내함.

- 기존 사례는 1회성 프로젝트가 많았지만, 다수의 사례는 사회적 기업(social enterprise)과 소셜벤처로 변경됨.


5) 개발도상국 특정지역을 넘어 보편적인 지역범위로 접근이 확대되었다.

- '피라미드의 저변'(BOP / Bottom of the Pyramid)으로 개도국 뿐아니라 선진국 내에서도 발견되는 다양한 취약사회에 보다 적용가능하도록 변화.

- 2016년부터 글로벌 아젠다로 시작된 지속가능발전목표(The Global Goals: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와 연계되어 전 세계 어느 곳 '현장'(the field)에서나 활용가능한 '현장가이드'(The Field Guide)로 변모한 흔적. 




2012년 MYSC가 사회혁신 방법론으로 디자인씽킹을 적극 활용할 때, 다수의 고객 또는 용역기관(정부)의 반응은 '비즈니스와 디자인이 어떤 관련이 있는가?'라는 피드백이 대다수였다. 오히려 그때는 디자인씽킹이 잘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불필요한 거품이나 높은 기대가 없이, 순수히 '믿음'(?)을 가지고 믿어주었던 고객들이 있었다. 한국청년기업가정신재단(Korea Entrepreneurship Foundation)이 그 중에 하나였다. 해당 주제로는 최초로 '개발도상국 소셜벤처 인큐베이팅 프로그램'(Pioneer Village- The 나눔)을 2013년 시작하며 디자인씽킹 방법론을 주요 컨설팅 방법론으로 적용했고, 그때 만났던 기업들이 지금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Soul of Africa' 'Tella' '오파테크' 등이다.  


비즈니스로서 재무적 성과 뿐아니라 사회적 성과(social impact)를 내되, 고객/사용자/수혜자/파트너라는 복잡한 이해관계자 관리를 해야 하는 소셜벤처나 사회혁신기업에게 디자인씽킹은 특별히 강력한 방법론이 될 수 있음을 그 뒤로도 많은 프로그램 경험을 통해 경험하게 됐다. 다만, 디자인씽킹의 약점인 실행 부분은 린스타트업(Lean Start-up)으로 연결해서 진행했고, 방법론으로 오해되는 디자인씽킹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디자인씽킹 워크숍을 할 때는 '디자인씽킹 철학과 세계관'이란 주제를 가능한 꼭 포함해서 전달하기 시작했다.


디자인씽킹을 비판하는 분들을 보면 제대로 디자인씽킹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아주 짧은 기간 동안 방법론을 적용해보고 큰 인사이트가 나오지 않음을 실망하는 분들이 다수라고 해석된다. 특히, 디자인씽킹이 잘 뿌리를 내리는 '혁신문화'를 고민하고, 이의 도입/촉진/양성 없이 디자인씽킹 방법론의 전수와 컨설팅은 효과가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IDEO의 명성 때문에 그러겠지만, 새로운 툴킷에는 다양한 재단/NGO 등과의 협업이 많다. 복잡한 지역사회, 취약계층이 당면한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 디자인씽킹 팀이 3~10주간 현장에서 함께 활동하면서 디자인씽킹의 최대한의 효과를 발휘하도록 하는 부분에서는 '한국에서도 가능할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한국의 다양한 재단과 비영립법인이 이러한 접근을 할 수 있도록 혁신적인 펀딩과 매커니즘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그런 기회가 있다면, 디자인씽킹이란 융복합적 세계관을 두려워하지 않는 곳들과 함께 진지한 도전에 나서보고 싶다. 


처음 내가 디자인씽킹을 충분히 몰입해 실행한 때는 2012년 5월, 아프리카의 말라위였다. 한 기관에서 약 700만원 정도되는 '완전히 자유롭게 쓸 수 있는 펀딩'을 받고서, 약 10일간의 기간 동안 충분히 몰입했다. 국적과 관점이 다른 다양한 멤버들과 함께 경험한 그때의 디자인씽킹의 효과와 성과에 놀라, 본격적으로 디자인씽킹에 대한 다양한 논문을 읽기 시작했다. 2012년 8월에는 델 소셜이노베이션 펠로우로 선발되어 IDEO 보스턴과 Frog 보스턴에서 총 2주간 디자인씽킹 방법론을 배우고, 퍼실리테이션을 익힐 수 있었다. 내게 그때의 경험과 지금까지의 학습(약간의 성공과 많은 시행착오)은 지금도 현재 버전의 디자인씽킹과 앞으로 계속 진화될 디자인씽킹에 대한 큰 기대를 갖게 한다. 


특히 이번 번역작업으로 올 상반기 경 한국어판 출간 예정인  『The Field Guide to Human-Centered Design』를 통해 '진화된 디자인씽킹'(디자인과 비즈니스의 결함, 그리고 소셜벤처 및 임팩트비즈니스로의 방향)이 한국의 소셜섹터에 다시금 좋은 인사이트와 혁신문화의 시사점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한국어판 번역과 곧 시작될 크라우드펀딩 모두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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