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에 쓰여진 고전 <성장을 넘어서: 지속가능한 발전의 경제학>(Beyond Growth: The Economics of Sustainable Development)을 제대로 다시 읽고 있다. 지속가능발전이이라는 단어가 '누구나의 단어'가 되고 있는 요즘, 지속가능발전은 원래 어떤 뜻이었을까가 궁금하다면 이 책을 천천히 읽어보아도 좋다.
여기서 지속가능발전이란 "(물질/자원이 무한하지 않은 닫혀있는 시스템사고 관점에서) 성장없는 발전, 즉 양적인 증가없이 질적인 향상이 이루어 지는 상태"를 말한다. 과거 주류경제학은 '발전은 성장을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말하고, 지속가능발전은 '성장 없이도 발전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완전히 다른 세계관이다. 내 세계관은 후자이고, 내 라이프 스타일과 경영철학도 명확하다.
여기서 성장(growth)은 "자원투입의 확장, 물질들의 증식에 의한 양적 증가"를 의미하고, 발전 (development)은 "잠재력을 질적으로 향상시키고 실현하는 것, 자원효율성 향상"을 의미한다. 앞서의 성장은 전체 시장의 한계, 활용가능한 자원의 한계, 환경생태계의 유한성 등으로 무한정 지속될 수 없지만, 저자는 "잠재력을 질적으로 향상시키고 실현한다는 것은 영원히 지속될 수 있다. (오히려) 지속가능성의 명확한 한계를 특정할 수는 없다"고 말한다. 지속가능발전이란 오히려 많은 이들의 우려와 달리, 새로운 차원의 성장, 즉 우리의 질적 성장(발전)으로 사회와 경제가 재편되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왜 지속가능발전이 중요한 걸까? 저자는 '경제'(네모)와 '환경/사회 생태계'(원형)라는 2개의 도형을 제시하며, 두 개의 관계에 대한 관점에 따라, 성장을 지향하는지 발전을 지향하는지가 달라진다고 말한다. 과연 2개의 요소는 어떤 관계일까?
책의 내용을 재구성하면 위와 같은 두가지 관계망이 그려진다. A)는 경제는 생태계라는 닫힌 체계의 하위 체계라고 본다. 경제가 구동되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필연, 다양한 자원과 원자재가 투입되어야 하는데, 이러한 자원과 원자재는 무한하지 않다. 또한, 자원의 활용과 경제활동은 폐기물 등의 산출물을 만드는데, 이러한 폐기물의 처리 한도가 무한하지 않다. 따라서, 경제는 상위 체계인 생태계의 상황과 한계를 넘어서는 성장을 이룰 수 없다고 볼 수 있다.
반면, B)는 경제는 그 자체로 무한한 성장을 이룰 수 있는데, 비록 생태계라는 한계는 있지만, 과거의 제조산업/산업혁명에서 벗어나 지식경제/정보사회 등 4차 산업혁명으로 접어들어가면서, 경제는 생태계의 한계를 벗어날 수 있다는 관점이다. 특히, 기술발전과 혁신은 생태계의 한계 이슈를 해결할 것이기에 경제의 무한한 성장은 가능하다는 관점이다.
두 관점 모두 나름대로의 논리를 갖춘 둔 하지만, 저자는 B)의 논리는 이상적인 상황을 전제로 했을 뿐 실제 자연법칙(제2열역학법칙)과 생리법칙 등 모든 과학적 진리와 상식과는 반대된다고 말한다. 즉, 경제를 사람의
몸이라고 가정했을 때, B의 관점은 소화기관이 없이 순환기관만이 존재하는 모습이라는 것이다. 아무리 생명공학이 발달하더라도, 인간의 음식섭취와 배설의 기능이 없이 태어날 때부터 죽을 때까지 소화기관이 없이 과연 인간은 살아갈 수 있을까? 오히려 저자는 A)의 관점에서 비록 인간은 신체적으로 성장의 한계가 있지만, 지적 성장과 창의성의 발휘에서 '무한한 발전'은 가능하다고 본다.
지속가능발전과 기업
기업에게 '성장에서 발전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은 무엇을 의미할까? 지속가능경영, 비콥, 인클루시브비즈니스, 이해관계자 중심경영 등이 구체적인 이행적 결과물들이다. 또한, 내부 구성원(직원)의 질적인 발전(잠재력 개발과 생산성 향상-혁신성 강화)은 필연 사회적 사내기업가의 육성과 기회제공으로 연결된다. 이제 저성장시대에 지속가능발전의 메시지는 그 어느 때보다도 강력하다. 마켓의 끊임없는 성장이 가능하지 않음이 사실이라면, 기업은 마켓의 성장(외적 성장)보다 기업 본질의 발전(내적 발전)에 더욱 관심을 가질 수 있을까?
개개인에게도 '성장의 경로'(승진, 연봉상승, 복지혜택 증가 등)가 자신의 진정한 성장이 아니라, '발전의 경로'(기회의 확장, 혁신역량상승, 잠재력개발 혜택의 증가 등)로 나아감을 필연 깨닫게 된다. 즉, 시간의 변수에 따라 '양적 성장' vs '질적 성장'(임팩트, 영향력, 책임지는 리더십)이 개개인의 지속가능발전이 된다.
나 역시 지속가능발전을 회사 운영과 경영철학으로 삼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계속 탐험하고 배우고 있다. 조직의 양적 성장이 무한하지 않아도, 구성원 개개인의 질적 성장이 결국 혁신과 생산성 향상, 잠재력의 폭발로 이어지기 위한 확실한 길일까? 최근 회사의 재무 가결산을 해보니 이에 대해 50%는 자신감이 생겼다. 회사의 내적 발전이 회사의 (한계 있는, 가능한 범위까지의) 성장을 견인할 수 있음에 대해 가설검증과 투명한 회고를 통해 계속 확인해봐야 한다.
지속가능발전에 대해서 저자는 '소비수준 감소'가 우선 구체화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소비수준 감소란, 재화의 구매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 양적 확대로 초점을 맞춘 과도한 낭비/과잉을 점검하고, 질적 성장으로 소비와 자원 활당을 뜻한다. 즉, 지속가능발전에 대한 대가(price)가 존재한다는 뜻이다. 지속가능발전을 말하며, 지속가능발전이 요구하는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다면, 아무런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 대가의 지불이 내게도 큰 도전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