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ltur, 이스탄불에서 평범한 한 끼는
내가 대학생이던 시절, 내가 다니던 학교 학부엔 외국인 교수님이 계셨다. 친구들과 교수님 방 앞에 과제를 내러 갔더니 문 앞에 자장면 빈 그릇이 놓여있었다. 점심도 대충 드시고 연구를 하시나 하고 생각했다.
그리곤 시간이 지나 그 외국인 교수님을 다시 찾아뵈니 또 다른 그릇이 연구실 문 앞에 놓여있었다. 타국에 혼자 사시는 교수님이 걱정되어 밥도 잘 드시면서 연구하시라는 학생들의 말에, 그 시절의 외국인 교수님은 방긋 웃으시며 이야기하셨다.
외국인이지만 어느새 한국 생활의 연차가 쌓인 그는, 자신을 염려하는 제자들에게 박장대소를 하며 어눌한 한국어를 섞어 말했다.
"배달도 해주고 이 가격에 이렇게 맛있는 요리를 연구실에 앉아서 먹을 수 있다니, 고향 가면 이거 그리워할까 봐 매일 먹어요. 너무 좋아요."
외국인이지만 어쩌면 나보다 더 한국인 같았던 교수님은 학생들의 걱정과 달리 한국을, 한국음식을 즐기고 있었다.
그렇게 외국인인 그는, 다분히 이국적인 이유로 교수님의 다음날 점심은 학교 앞 김밥천국의 배달 돈가스였다.
한국에서 학교에서 일하는 동안 원어민교사를 담당하는 업무를 보직으로 맡은 적이 있었다. 다행히 교육청에서 전체 원어민 교사에게 교육을 상당시간 실시했고, 연차가 있는 원어민이 우리 학교에 온 탓에 담임과 다른 업무로 허덕이던 내게, 그녀는 내가 도와줘야 할 외국인이라기보단 든든한 동료였다.
교육청은 연수라는 이름으로 원어민 교사들에게 정기적으로 한국의 중요 문화, 역사 시설을 체험하게 하고 교육한다. 그녀는 그런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밝은 여인이었는데, 주말이 지나서 학교에 출근한 그녀는 가끔 내게 지난주에 다녀온 역사 문화 체험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몇십 년을 한국에 산 한국인인 나조차 가보지 못한 장소를 영어로 줄줄 자세히 설명하곤 했다. 그리곤 내게 너의 경험은 어땠냐고 묻는다.
난,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
그녀와의 대화에서 '나는 모른다.'와 '안 가봤다.'가 난무하던 너무나도 진실된 사회초년생이었던 나는 거짓 없이 눈알을 굴렸다. 그리곤 겨우 몇 년 혼자 한국을 살았던 친절한 외국인인 그녀가 우리 것에 대해 더 자세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한국인이라고 경복궁의 구조와 역사를 다 알겠는가. 토종 한국인인 나에게 영어로 쏟아지는 한국 문화재의 정보는 가히 교육방송을 능가하는 엄청난 정보의 향연이었다.
그 모습은 마치 이스탄불에 며칠간 여행을 다녀온 사람이 이스탄불에 몇 년째 살고 있는 내게 이스탄불의 핵심 관광지를 줄줄 설명하며 이런저런 유명한 맛집과 분위기 있는 장소들을 말하는 오늘과 같다. 그리고 내게 또 다른 질문을 하는 순간, 나는 다시 그때처럼 눈알을 굴린다.
데굴데굴, 눈알 굴리는 소리가 들려오는 듯하다.
그리고 나보다 이스탄불을 잘 아는 그녀에게 이스탄불을 배경으로 두고, 그저 비슷한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인 내가 말한다.
"야, 거기가 있잖아. 차가 자주 막혀서, 아들이 학교에서 집으로 오기 전에 네가 말한 그 관광지 가면 아들 오기 전에 집에 못 돌아와."
이곳에 4년이나 살면서도 제대로 그 관광지 주변에 대한 설명을 줄줄 읊지 못하는 이유와 백종원 아저씨도 유명 유투버도 이미 다녀갔다는 그 식당을 못 가본 이유도 결국 같다.
그래도 이스탄불에 가면 식당을 어디로 가야 하냐는 질문에, 몇 개의 맛집과 카페를 품평하며 장소를 보내다 곰곰이 다시 생각한다. 그리곤 관광하다가 잠시 멈춰 다리도 아프고 큰돈을 쓰기 아까우면 여기를 검색하라며, 이스탄불식 '김밥천국'을 말해본다.
"Beltur 레스토랑 이스탄불에 많아, 그리고 우리 기준에 밥은 아니지만 그래도 한 끼 할 수 있어. 걷다가 애매하면 여기 검색해 봐."
어쩌면 이스탄불을 몇 박 며칠을 여행한 사람보다 유명 관광지와 그 맛집을 잘 모르는 나는, '엄마라서, 아들 때문에'라는 이 대답이 오늘은 왠지 싫어, 다분히 현지인스러운 대답으로 머쓱해진 나의 머리를 쓰다듬어본다.
"이스탄불 시에서 운영한다고?!"
"응, 해안선 따라 제법 많아."
오늘은 교수실에 앉아 자장면을 배달시키던 그 외국인 교수님처럼, 오늘은 나도 배달 애플리케이션을 열어 혼자 케밥이라도 시켜 먹어보아야겠다. 이스탄불, 이곳을 떠나곤 다시 이 맛을 그리워할지 모를 테니.
결국 나는 외국인, 다분히 이국적인 이유로 배달 애플리케이션을 열어 음식을 골라본다. 꾹꾹.
https://maps.app.goo.gl/QVEsRZvKm9qUpFjbA
구글 지도에서 'Beltur'를 검색해 보세요. 이스탄불 곳곳에 있다는 것을 금세 알 수 있을 것입니다.
Beltur는 이스탄불 시에서 운영하는 식당 및 카페입니다. 이스탄불의 주요 관광지 및 번화가, 공원, 해안가 등 곳곳에 설치되어 있습니다. 시에서 운영하므로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음식과 음료를 팝니다.
물론 김밥과 케밥은 없습니다. 하지만 어지간히 한 끼 먹을 건 있습니다. 아하하.
한국의 '김밥천국'과 같은 튀르키예식 패스트푸드를 바가지 없이 즐기고 싶다면 이곳을 찾으시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