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동안 전설처럼 전해 듣기만 하던 철원에서의 삶에 오늘 엄마가 짧게 다녀갔다. (나는 기억하지 못하는) 오랜 연이 닿았다는 엄마 지인의 검정 렉스턴이 위병소 앞에서 차를 돌렸을 때 왠지 기분이 이상했다. 철원, 엄마, 낯선 아저씨의 조합은 서로 이질적이었고 나는 약간 어리둥절했다.
점심시간이 짧았으므로 근처 두부집에서 정갈한 식사를 했다. 엄마는 그동안 단 한 번도 직접 보지 못한, 아들의 군 생활의 단면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보게 된 것에 대해 소회를 풀어놓았고, 아저씨는 내가 군복을 입은 김에 이따 식당 밖에서 엄마와 사진이라도 찍으라고 권했다. 나는 군복이 뭐 대단한 거라도 되나 싶어 왠지 머쓱해 손사래를 쳤다. 그리고 정작 식사 후엔 숙소에 들렀다 나를 부대로 데려다주는 일이 급해서 사진을 찍지 못했다. 엄마를 보내고 나서 그게 못내 아쉬웠다. 이십 중반의 나, 군 생활을 지낸 철원의 어느 동네, 생애 단 한 번의 면회를 나온 엄마가 같이 찍힌 사진은 이제 영원히 없을 것이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것들. 단단한 의지나 확고한 자존심도 흐물거리게 만드는 그것들의 멜랑콜리가 먼 미래의 후회를 인질로 잡는 여름날이다.
오늘도 참 더웠다. 그래도 하지가 이미 지났다.
- 2017년 6월 2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