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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스러기 May 21. 2019

롤러코스터처럼

저녁에 M을 잠깐 만났다. 어제도 봤는데 왜 또 보자고 하는 거지, 어차피 금방 집에 가야 하면서. 이런 생각으로 집을 나섰다. 그런데 막상 그를 보니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이상했다.


몇 주 전만 해도 나는 그를 떠나도 괜찮다는 생각으로 인도의 어느 인턴 자리에 이력서를 넣었다. 취업에 계속 실패하며 자존감이 낮아질수록 그를 사랑하는 일도 힘들어졌다. 그랬던 내가 인턴 면접을 보자는 회사의 제안도 거절하고 늦은 저녁 그를 보러 달려 나간다. 사실 달라진 건 없다. 나는 여전히 나를 사랑하는 일에 서투르다. 그러나 그를 조금씩 더 알게 되고 이 사람에게 점점 더 솔직해져 갈수록 그가 좋아진다. 같이 술을 마시며 불안한 내면을 고백했던 밤이나 둘만의 시간을 보냈던 바닷가에서의 밤이 내게 어떤 주문을 걸고 지나간 것 같다. 그를 만나는 3개월 동안, 나는 한번 반한 사람에게 다시 또 반하는 경험을 했다가도 얼마 뒤엔 답장도 하기 싫을 정도로 그를 외면하고 싶은 순간을 겪었다. 그리고 지금은 그와 나란히 버스에 앉아 어깨를 기대고 귀가하는 이 시간이 무엇보다 행복하다. 사랑은 원래 이렇게 롤러코스터처럼 기복이 심한 길을 지나가기 마련인 건지. 그게 아니라면 내가 아직 너무 서투르게 그 위에 올라타 있는 것인지. 오늘은 그런 것이 문득 궁금해졌다.


- 2018년 1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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